남사스러운 '티샷 쪼루', 누구나 경험했을 그 추억

  • 오태식
  • 입력 : 2016.11.2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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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펀골프-95] 외국 골프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서 읽은 '클럽하우스의 목소리'란 유머 글이다.

 어느 화창한 토요일 아침. 한 골프장 1번홀에서 어떤 골퍼가 막 샷을 하려고 프리샷 루틴을 하고 있었다. 그때 클럽하우스에서 날카로운 스피커 소리가 적막을 깨트렸다. "여자 티에 계신 신사 분은 남자 티로 돌아와 샷을 해주십시오."

 그 순간 주위 모든 눈이 그에게로 쏠렸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프리샷 루틴에 집중했다. 클럽하우스 스피커에서 다시 귀를 찢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 티에 계신 남자 분, (남자 티로) 돌아 오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소리를 무시하고 샷에 집중하고 있을 때 세 번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자 티에 계신 남자 분, 제발 돌아 오시기 바랍니다."

 그제야 그 남자도 샷을 멈추고 돌아 서서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클럽하우스를 향해 소리쳤다. "이 바보야. 이건 세컨샷이란 말이야."

 골퍼라면 누구라도 티샷이 '쪼루' 나서 레이디 티에서 두 번째 샷을 해본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때 느꼈던 그 망신살이란.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이럴 때 꼭 그 상황을 즐기는 얄미운 골퍼가 있게 마련이다. "레이디티 근처인데, 치마 입고 쳐야 하는 것 아냐?"

 특히 1번홀 티샷 실수 후 하는 세컨 샷은 여간 창피한 게 아니다. 1번홀에서는 한두 팀씩 대기하면서 앞팀이 티샷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 보통이다. 많은 시선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부담감에 1번홀 티샷만큼 긴장되는 샷도 없다. 더군다나 몸도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황 아닌가.

 원래 세컨 샷은 티샷보다 부담이 덜 되는 샷이다. OB 날 확률도 훨씬 적고, 멀리 보내야 한다는 부담에서도 자유롭다. 앞에 함정이 있다면 끊어가는 전략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예외 상황이 있다. 일단 '쪼루'가 나서 레이디 티 근처에서 샷을 해야 할 때다. 특히 레이디 티에도 못 미치고, 동반자 중에 여자 골퍼가 있을 때는 치명적이다. 순서상 여자 골퍼가 티샷하기 전에 먼저 세컨 샷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인'을 받은 상태에서 파3홀 티샷이 쪼루 났을 때도 있다. 두 번째 샷을 하기 위해 혼자 남아서 그린이 빌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그사이 대부분 뒤팀이 티잉그라운드에 도착하게 된다. 뒤팀에게 자신의 티샷 실수를 들킨 것 같은 정말 '기분 더러운' 상황에 맞딱뜨리게 되는 것이다.

 장타자 3명과 함께 라운드할 때는 또 어떤가. 티샷이 짧다 보니 항상 홀로 먼저 카트에서 내려야 한다. 그에게는 이런 애칭이 붙는다. '세컨 샷 아너'라는. '티샷 아너'는 앞선 홀에서 가장 좋은 스코어를 낸 선수에게 내려진 영예이지만 '세컨 샷 아너'는 티샷을 가장 짧게 보낸 골퍼에게 선사(?)되는 불명예인 것이다. 이때도 가끔 얄미운 캐디가 등장한다. "나머지 세 분은 카트에 남아 계시고 저기 거리 짧게 보낸 한 분만 먼저 내려 주세요. 다른 분들은 좀 더 가서 내리시면 됩니다." 꼭 그렇게 자세하게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다음 글은 '골프 화장실 유머' 하나를 각색한 것이다.

 둘은 골프 치면서 만났다. 비록 남녀 티에서 따로 티샷을 하기는 했지만 골프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용호상박' 고수들이었다. 골프장 인연은 부부의 연으로 이어졌다. 거사를 치르는 첫날 밤. 그만 결혼 초보인 그가 1번홀 티샷을 '쪼루' 내고 말았다. 1번홀 티샷이 레이디 티 근처로 간 꼴이다. 그녀가 살짝 한마디 거든다. "멀리건 한번 쓰는 게 어때요?" 붉으락푸르락하는 얼굴로 그가 외친다. "싫어. 레이디 티에서 그냥 두 번째 샷 할거야."

 골프 고수의 사전에는 어떤 상황에서든 절대 멀리건은 없는 법이다.

[오태식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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