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하지 않아서 더 매력적인 호주 피노 누아를 아시나요?

  • 나보영
  • 입력 : 2017.11.0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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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턴 페닌슐라의 포도밭과 피노 누아. /사진 제공=포트 필립 에스테이트
▲ 모닝턴 페닌슐라의 포도밭과 피노 누아. /사진 제공=포트 필립 에스테이트
[세계와인기행-41] 호주 와인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시라즈를 떠올리지만 실은 피노 누아, 피노 그리,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리슬링,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등 다양한 품종을 생산한다. 그 중에서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품종 중 하나가 피노 누아(pinot noir)다. 전통적인 피노 누아 산지인 프랑스 부르고뉴의 와인들이 어렵고 복잡하고 비싼 것과 달리, 쉽고 편안하고 가격 경쟁력이 좋은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호주의 피노 누아는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 주의 서늘한 지역에서 주로 재배된다. 빅토리아주의 모닝턴 페닌슐라(Mornington Peninsula)와 야라 밸리에 직접 다녀온 적이 있다. 모닝턴 페닌슐라는 삼면이 시원한 바다로 트여 있고 언덕에선 포도들이 자라는 근사한 풍경으로 유명하다. 멜버른에서 약 70㎞, 차로 1시간이면 닿는 가까운 곳인데도 기후가 훨씬 서늘하다. 이른 아침의 안개 자욱한 포도밭 풍경이나 해발 40~300m에 걸친 포도밭 언덕에서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이 과연 피노 누아 생산지임을 실감케 한다.

모닝턴 페닌슐라의 심장부에 자리한 포트 필립 에스테이트에서 이 지역의 다양한 생산자와 그들의 와인을 만날 수 있었다. "피노 누아가 이 지역 대표 품종으로서 재배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그 외에도 샤르도네나 피노 그리를 키우며, 약간의 시라즈도 자란다"고 생산자들은 설명했다.

모닝턴 페닌슐라의 와인 생산자들
▲ 모닝턴 페닌슐라의 와인 생산자들
포트 필립의 와인들은 양조 과정 중 청징과 여과를 생략해 본연의 풍미가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점심으로 나온 다양한 해산물 요리들은 파링가 에스테이트(Paringa estate)의 와인들과 잘 어울렸다. 무루덕 에스테이트(Moorooduc estate)는 '마스터 오브 와인' 케이트 매킨타이어가 만든 뛰어난 와인과 자세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참고로 '마스터 오브 와인'은 영국 와인마스터협회(IMW·Institute of Master of Wine)에서 수여하는 자격증으로, 2017년 현재 전 세계에서 단 365명만 취득했을 정도로 권위가 높다.

모닝턴 페닌슐라의 개척자 중 하나인 스토니어 와인스(Stonier Wines)의 '스토니어 리저브 피노 누아(Stonier Reserve Pinot Noir)'는 닐 베케트의 저서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와인 1001'에 소개돼 익숙한 와인이었다. 네 개의 포도밭에서 선별된 포도들을 뚜껑을 덮지 않은 작은 발효통에서 발효한 와인으로, 우아한 복합미가 매력적이었다.

모닝턴 페닌슐라의 피노누아 /사진 제공=포트 필립 에스테이트
▲ 모닝턴 페닌슐라의 피노누아 /사진 제공=포트 필립 에스테이트
모닝턴 페닌슐라에서 110㎞, 멜버른에서는 45㎞ 거리에 있는 야라 밸리도 호주 최고의 피노 누아 생산지로 꼽힌다. 해양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가 공존하는 곳으로 샤르도네,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즈 등도 함께 자란다. 자이언트 스텝스 와이너리에서 만난 야라 밸리 생산자들은 "이 지역 품종은 매우 다양하고 재미있고 변화무쌍하다"고 설명했다.

자이언트 스텝스 와이너리의 책임 와인 메이커 스티브 플램스티드.
▲ 자이언트 스텝스 와이너리의 책임 와인 메이커 스티브 플램스티드.
자이언트 스텝스라는 이름은 1960년에 재즈 색소폰 연주자 존 콜트레인이 발표한 앨범명이자 타이틀 곡으로,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코드 진행을 거인의 발걸음에 비유한 것이다. 자이언트 스텝스의 창립자 필 섹스톤은 바로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와이너리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다양한 변주에서 영향을 받은 와이너리 이름처럼 자이언트 스텝스의 와인들은 다채로운 매력을 선사한다. 특히 피노 누아는 딸기, 크랜베리, 허브 향과 함께 부드러운 산미로 혀를 감싸며 깊은 맛을 자아낸다. 자이언트 스텝스의 책임 와인 메이커이자 호주의 주목 받는 와인 양조자인 스티브 플램스티드(Steve Flamsteed)는 "피노 누아가 지닌 섬세한 미각과 다양한 풍미는 아시아 음식과도 매우 잘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피노 누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러 가지 요리에 편하게 매칭할 수 있는 호주 피노 누아들을 마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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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영 여행작가]

※2005년 기자 생활을 시작해 '주류저널(Liquor Journal)' 수석기자로 여행과 와인을 담당하며 5년 동안 일했다. 퇴사 후 전 세계 와이너리를 여행하며 다양한 신문과 잡지에 기고하는 여행작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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