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시간에 전국 와인 섭렵 포르투갈 방문의 즐거움

  • 나보영
  • 입력 : 2017.11.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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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인근의 와인 산지 알렝케르 마을 풍경
▲ 리스본 인근의 와인 산지 알렝케르 마을 풍경
[세계와인기행-43] 전 세계 와인 생산국 대부분은 한 번 여행으로 전체 와인 산지를 두루 돌아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워낙 넓은 국토에 방대한 산지가 퍼져 있고 지역 간 거리도 멀기 때문이다. 만약 단시간에 전국을 돌아보며 와인을 맛볼 수 있는 나라를 찾는다면 포르투갈이 정답이다.

포르투갈은 한국보다 조금 작은 9만2090㎢의 국토 전역에서 250종에 달하는 포도 품종을 키운다. 잘 알려진 포트 와인 이외에도 일반적인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스파클링 와인을 골고루 만든다. 세계 와인 생산량 10위권을 다투는 생산국이자, 1인당 와인 소비량도 이탈리아나 프랑스에 버금가는 소비국이기도 하다.

포르투갈의 대표 요리 폴보. 문어라는 뜻이다.
▲ 포르투갈의 대표 요리 폴보. 문어라는 뜻이다.
수도 리스본(Lisbon) 주변만 해도 다양한 와인 산지가 골고루 분포해 있다. 리스본을 포르투갈어로는 리스보아라고 하는데 바로 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리스보아주에서 다양한 와인을 생산한다. 리스본에 숙소를 잡고 훌쩍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생산지가 많은데, 북쪽으로 약 50㎞ 떨어진 알렝케르(Alenquer) 마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리스보아 지방에서는 레드 와인을 주로 생산하는데, 알렝케르 지역은 화이트 와인도 많이 만듭니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덕분에 청포도 품종이 잘 자라기 때문이죠." 가족 경영 와이너리인 '킨타 드 쇼카팔라(Quinta de Chocapalha)' 사람들의 설명이다. 300년 된 고풍스러운 옛날 와이너리와 2013년에 최신식으로 모던하게 지은 새 와이너리가 조화를 이루는 멋진 곳이다. 부모와 두 딸인 2세대가 함께 와인을 만들어 전 세계로 수출하는데, 포도밭 바로 옆에는 17세기부터 대대로 살고 있는 그들의 저택도 있어서 더 인상적이다.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화이트 와인 품종 아린투
▲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화이트 와인 품종 아린투
오너 가족이 직접 요리한 음식에 다양한 와인을 곁들여 점심을 먹었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모두 맛봤는데 화이트 와인이 좀 더 인상적이었다. 포르투갈 고유 품종인 아린토(Arinto)로 만든 와인과 함께, 국제적인 품종인 샤르도네나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것들도 있었다. 모두 섬세하고 우아한 풍미가 입안을 감쌌다. 특히 '킨타 드 쇼카팔라 아린토 2016'은 아직 어린 와인인데도 부드러운 질감과 신선한 산미를 두루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쇼카팔라와 와이너리의 레드 와인들
▲ 쇼카팔라와 와이너리의 레드 와인들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요리는 호박 수프, 문어 찜, 대구구이 등인데, 빵뿐만 아니라 밥을 주식으로 곁들여서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식전 요리로 즐겨먹는 데친 거북손은 전라남도 만재도를 연상케 했고, 해물 육수에 쌀을 넣고 끓인 뒤 잘게 찢은 대구포를 얹은 요리는 마치 황태 해장국 같아서 반가웠다. 고추로 만든 매운 소스인 피리 피리(piri piri)를 여러 요리에 활용해서 얼큰한 맛도 즐길 수 있었다.

휴가도 짧고 시간도 부족한 한국인 여행자들에겐 단시간에 전역을 여행하며 요리와 와인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포르투갈만 한 나라가 없지 않을까!

포르투갈 대표 요리 바칼라우. 대구라는 뜻이며 구이 형태로 많이 먹는다.
▲ 포르투갈 대표 요리 바칼라우. 대구라는 뜻이며 구이 형태로 많이 먹는다.
[나보영 여행작가]

※ 잡지 기자 시절 여행, 음식, 와인 분야를 담당한 것을 계기로 여행작가가 됐다. 유럽,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안 다니는 곳이 없지만 특히 와인 생산지를 주로 여행한다. 매경 프리미엄 이외에도 '한국경제신문'과 '와인21 미디어'에 자신의 이름을 건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더트래블러' 'KTX매거진' '무브' 등의 여행전문지에도 기고한다. 2018년 봄엔 가까운 식도락의 도시 후쿠오카를 다룬 여행서도 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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