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안에서 감염 예방,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 원호섭
  • 입력 : 2018.03.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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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과학-144]
비행기에서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조사를 하긴 했는데… 아픈 사람이 거의 없어 실험적 한계 존재
승객들 움직임 분석해 '접촉' 네트워크 만들어
가운데 자리에 앉은 승객의 움직임(접촉) 가장 많아
승무원이 독감에 감염됐다면 4명에게 옮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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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비행기를 탔을 때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싶지 않다면 창가 쪽에 앉거나 화장실 사용을 줄여야 한다. 또한 승무원과의 접촉을 최소화해라."

이는 항공기에서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파되는지를 연구한 미국 과학자들이 최근 발표한 논문의 결론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1500여 명의 승객 움직임을 관찰해서 얻은 내용이다.

논문이 나오긴 했는데 전문가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 플로리다대의 생물통계학자인 이라 롱기니 교수는 학술지 '사이언스'와 인터뷰하면서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가 비행기에서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연구가 역학적으로 큰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는 실험 참가자들 중에 실제로 '아픈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조지아공대의 생물수학자인 하워드 바이스 교수와 10여 명의 대학원생은 애틀랜타에서 미국 서부로 이동하는 보잉 757기 10기를 나눠 탔다. 10기 중 8기는 미국에서 독감이 유행하던 시기인 2012년 10월~2013년 3월 운행하는 항공기였다. 나머지 2기는 2013년 5월 운행하는 비행기였다. 연구진은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해당 비행기의 이코노미 클래스에 탑승한 승객과 승무원들의 움직임을 조사했다. 하지만 운이 나쁘게도 이들이 관찰한 승객과 승무원 대부분이 건강했다. 바이스 교수는 "1500명의 승객을 관찰했는데 단 한 명만이 독감에 감염됐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에는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승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비행 환경이었다. 또한 연구진은 비행기에서 228개의 면봉을 주워 유전체 분석을 했는데 바이러스와 관련된 어떠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문제(너무 건강한 사람들만 탑승했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 연구 기록을 기반으로 바이러스 감염률을 넣어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갔다. 예를 들어 1977년 미국 공항에서 5시간 동안 머물렀던 비행기에서 54명 중 38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독감에 감염됐는데 이 같은 사례에서 얻은 감염률을 적용한 것이다. 이후 연구진은 이 감염률에 4배를 곱해 '최악의' 감염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 같은 분석을 거쳐 "감염된 한 명의 승객은 0.7명의 또 다른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 회보' 3월 19일자에 발표했다. 사이언스는 "이번 논문은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의 연결 네트워크를 보여준다"고 평가했지만 롱기니 교수는 "질병이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으로 건너뛰는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이 네트워크 안에서 바이러스가 어떻게 이동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치 도로 지도는 갖고 있지만 자동차가 얼마나 빠르게, 또 멀리 이동하는지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논문의 1저자인 비키 허츠버그 에머리대 교수는 "1977년 발생한 감염 비율을 4배로 증가시킨 결정은 '임의적인' 분석이었다"며 "따라서 우리가 제시한 비행기당 새로운 감염자 숫자 역시 임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번 논문에서 보인 것은 한 줄 앞과 뒷줄, 양쪽에 있는 좌석 등 감염 위험이 있는 경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이 구역을 벗어나면 위험은 거의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감염된 승무원의 경우 감염 전송 속도가 4분의 1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한 번 비행을 했을 때 4.6명의 새로운 감염자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롱기니 교수는 사이언스와 인터뷰하면서 "전염병 감염 속도에 대한 더 나은 데이터가 없다면 이번 연구는 기본적으로 어림짐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이번 연구는 당신이 감염을 피하기 위한 몇 가지 뉴스를 담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왼쪽이 복도 측 좌석, 가운데 좌석, 오른쪽이 창가 좌석의 접촉 숫자. 가운데 앉아 있는 사람의 접촉 숫자가 가장 많다. /사진 제공=미국 국립과학원회보
▲ 왼쪽이 복도 측 좌석, 가운데 좌석, 오른쪽이 창가 좌석의 접촉 숫자. 가운데 앉아 있는 사람의 접촉 숫자가 가장 많다. /사진 제공=미국 국립과학원회보
비행 기간에 좌석에 따른 접촉 수. 가운데 앉아 있는 사람의 접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제공=미국국립과학원회보
▲ 비행 기간에 좌석에 따른 접촉 수. 가운데 앉아 있는 사람의 접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제공=미국국립과학원회보


탑승자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창가 쪽 자리는 다른 승객들과의 접촉이 거의 없는 지역으로 나타났으며 예상했듯이 좌석을 벗어나 자주 돌아다니는 사람은 그러지 않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더 많은 접촉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런 경향은 가운데 좌석에 앉은 사람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화장실을 가고 싶다면 비행기의 끝쪽에 위치한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곳에 있는 선반은 다른 선반과 비교했을 때 길이가 절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그만큼 접촉이 적다). 연구진은 또한 이번 연구가 비행 시간이 3.5~5시간에 불과한 단일 복도를 갖고 있는 기내에만 적용된다고 강조한다. 비행 시간이 더 짧거나 긴 여행을 할 경우나 복도가 두 개 있는 비행기에서는 이 같은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이 감염 위험을 얼마나 완화시킬 수 있는지 말하기는 쉽지 않다. 와이스 교수와 허츠버그 교수, 그리고 롱기니 교수는 사이언스와 인터뷰하면서 모두 "이런 발견을 했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비행 습관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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