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의 5년차 수장 나델라, 클라우드로 왕국 재건 가능할까

  • 장박원
  • 입력 : 2018.04.0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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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
▲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


[글로벌 CEO열전-54]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변신을 예고했다. 최근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기존 캐시카우(수익 창출원)였던 윈도 부문을 축소하고 '클라우드·인공지능 플랫폼' 사업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이는 인도 출신인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의 전략과 비전을 반영한 조치다.

조직 개편 소식이 알려진 뒤 MS 안팎에서는 다음과 같은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나델라 CEO는 회사가 존재해야 할 미래 세계가 어떤 것인지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윈도 후퇴는 오래전부터 예고됐던 일이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클라우드 비즈니스가 MS 기본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이런 변화는 벌써 이루어졌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MS가 인공지능 기술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나델라 CEO 역시 직원들에게 비슷한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번 기회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됐다."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이 윈도에 이어 MS의 또 다른 전성기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 그러나 윈도를 우리 시대 최고 상품으로 만들었던 PC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모바일이 대세가 된 만큼 클라우드 사업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나델라 CEO의 판단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윈도 대신 클라우드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진작에 감지됐다. 나델라 CEO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다소 도발처럼 들리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젠 우리에게 영광을 가져다 주었던 윈도의 성공을 잊어라. 앞으로는 기업 생산성을 높이는 솔루션과 클라우드 플랫폼 차별화가 주력할 것이다. 클라우드 사업의 잠재력은 이미 실적에도 나타나고 있다. 성장 속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클라우드를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결합하는 비즈니스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이들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나델라 CEO가 미국 간판 기업인 MS의 수장이 된 것은 의외였다. 2014년 스티븐 발머에 이어 MS 3대 CEO에 올랐을 때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발머가 이끌던 MS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예상과 더불어 과연 그가 거대 조직인 MS를 장악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시선이 있었던 것이다. 그럴 만한 근거가 있었다. 빌 게이츠와 발머는 창업 멤버였지만 나델라 CEO는 순수 전문경영인이다. 취임 당시 나이가 40대 후반에 불과한 외국인이었다는 점도 불리한 조건으로 비췄다. 물론 그는 컴퓨터공학과 경영학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수재였다. MS에 합류하기 전에 선마이크로시스템에서 일했는데 기간이 짧아 경력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1992년 MS에 입사해 잔뼈가 굵은 MS맨이었다.

그러나 취임 5년째 접어든 그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이런 말을 자주했다. "어린시절 크리켓을 하며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법을 배웠다. 나의 리더십도 여기서 나왔다. 배움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지 않으면 유용하고 위대한 일을 할 수 없다. 나는 시를 무척 좋아한다. 몇 문장으로 본실과 핵심에 닿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말에서 그가 어떻게 유능한 경영자가 될 수 있는지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뛰어난 공감능력과 끊임없는 도전, 핵심을 뚫어 보는 통찰력이 저절로 생긴 게 아니라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비즈니스 솔루션 개발 등을 담당하다 클라우드·엔터프라이즈 사업을 맡으면서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검색엔진과 서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차세대 리더로 부상했다. MS의 주요 수익원이 되고 있는 '오피스365'는 그가 수석부사장을 맡았던 2013년 출시된 제품이다. 오피스365는 워드·엑셀·파워포인트 등 MS오피스 문서를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꺼내 읽고 편집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이때부터 그는 클라우드가 MS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델라 CEO는 지난해 9월 '히트 리프레시(Hit Refresh)'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생애 첫 저서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번역돼 출간된 책이다. 그는 책 제목을 컴퓨터의 '새로 고침' 기능에서 착안했다고 밝혔는데 자신의 경영철학을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MS 수장에 오른 뒤에 그가 보여준 경영이 '히트 리프레시'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는 늘 개인용컴퓨터에 치우진 MS를 새로 고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델라 CEO는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MS는 리눅스를 사랑한다." MS에 속한 사람이 이 말을 한 것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오픈소스인 리눅스는 윈도 독점을 위협한 운용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뜻밖이라 이 발언은 절실하게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나델라 CEO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컴퓨터 운용시스템인 윈도가 무주공산에 가까웠던 상태에서 독점적 지위를 즐겼던 것과는 확실하게 다르다. 나델라 CEO는 과연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클라우드로 윈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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