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CEO, 자율주행차 8백만대의 눈을 공급하다

  • 장박원
  • 입력 : 2018.06.0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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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열전-62] '인텔에 강력한 성장동력을 제공할 벤처기업'. 모빌아이를 언급할 때 종종 수식되는 문구다.

인텔은 지난해 153억달러를 주고 모빌아이를 인수했다. 반도체 칩 수요가 개인용 컴퓨터에서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으로 바뀌면서 고전하고 있었던 인텔은 모빌아이가 보유한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 장치는 카메라와 센서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차량의 충돌 위험을 미리 경고해 사고를 막는 데 사용된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와 폭스바겐, 닛산, 혼다 등 많은 자동차업체들이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모빌아이는 지난달 유럽 자동차 업체의 자율주행차 800만대에 눈 역할을 할 첨단 칩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칩은 기존 ADAS와는 차원이 다르다. 자동차 스스로 도로와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수많은 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생 위험을 미래 예상하고 미세한 움직임까지 감시해야만 가능하다. 인텔은 모빌아이의 카메라와 센서 기술에 자사의 칩 기술을 더해 자율주행차 사고를 막을 강력한 눈을 개발한 것이다.

모빌아이를 창업하고 인텔에 매각된 이후에도 최고경영자(CEO)로 일하고 있는 암논 샤슈아의 설명을 들어보자. "최근 우버와 테슬라 자율주행차들이 운행시험을 하며 사고를 내면서 안정성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은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들을 미리 학습시켜 위급한 사태가 실제 일어나면 스스로 판단해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텔과 모빌아이가 개발하려고 하는 칩은 사람이 완전히 손을 떼고 운전하거나 사람이 타지 않아도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정도가 돼야 이를 구현할 수 있다."

인텔이 이스라엘의 중소 벤처기업이었던 모빌아이에 거액을 베팅한 이유 중에는 샤슈아 CEO의 이런 통찰력도 한몫했다. 그는 산업과 대학이 어떻게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지 보여준 인물이다. 그는 모빌아이의 사령탑이지만 본업은 교수였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와 바이츠만과학연구소를 거쳐 미국 MIT에서 인공지능과 인지과학을 전공했다.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와 히브리대 컴퓨터공학 교수로 근무하며 첨단 산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나섰던 것이다.

그는 두 가지 분야에 주목했다. 움직이는 것과 보는 것이 그것이다. 움직이는 것은 자동차 관련 기술로 진화했고, 보는 것은 카메라 센서로 발전했다. 처음에는 학술적으로 접근했지만 상아탑에서 획득한 기술과 지식이 실용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그는 확신했다. 그는 움직이는 것과 보는 것에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제품을 개발해 모빌아이를 창업했다. 이때 개발한 ADAS는 성장의 발판이 됐다. 그의 관심사는 첨단 감지센서와 정밀지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로 확산됐다. 그는 모빌아이 외에 정밀부품을 3차원으로 측정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한 코그니텐스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공비전 디바이스업체 오캠을 설립하기로 했다.

샤슈아 CEO는 기술 표준을 선점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텔과 결합한 뒤에는 자율주행차 표준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결승선에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표준이 된다." 자율주행차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그의 열정은 지난해 세계지식포럼 강사로 참여했을 때도 그대로 드러났다. 모빌아이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안전 문제에 대해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자율주행차는 안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 인간 차량과 자율주행차가 충돌해 사고를 나면 정부와 여론은 모두 자율주행차 개발자들에게 책임을 돌릴 것이다. 그러면 산업 전체의 위기가 올 수 있다. 그래서 표준화가 중요하다. 표준이 없으면 자율주행차는 불가능하다. 자율주행차가 도입됨으로써 차량 사고가 1000배 이상 감소하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

이처럼 목표가 뚜렷한 것은 일찌감치 자율주행차의 핵심을 꿰뚫어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인텔과 합병한 직후 자율주행차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복안을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실제 도로 환경에서 시험하는 것은 곧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완전 자율주행차 개발 속도를 높일 것이다. 지역마다 환경과 도로 상황과 신호판, 운전자들의 행태가 다르다. 이에 적응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의 목표는 어떤 곳에 자율주행차량을 배치해도 문제가 없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의 이런 꿈이 이루어질 날이 올까. 유럽 자동차 업체의 자율주행차 800만대에 탑재될 칩이 나오면 성공 확률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상관없다. 사람이 타지 않아도 자동차 스스로 거의 사고를 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달리는 세상을 향한 그의 꿈은 꺾이지 않을 테니까.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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