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봉지에 매운 정도 내년부터 4단계로 표시

  • 이은아
  • 입력 : 2017.11.12 15: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세상사 속닥속닥-55] 얼마전 일본 라멘집에 갔습니다. 라멘은 매운 정도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종업원에게 얼마나 매운지를 묻자 하나는 '신라면' 정도 매운맛이고, 다른 하나는 더 순한 맛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라면' 맛에 익숙했던 덕분에 쉽게 매운 정도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고추 개수나 별표 등으로 음식의 매운 정도를 표시한 메뉴판을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고추 한 개가 얼마나 매운지를 정확히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매운맛을 느끼는 정도도 달라 누군가에게는 알맞게 매운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너무 맵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

내년부터는 라면의 매운 정도가 봉지에 표시됩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라면의 매운맛 단계를 나타내는 도표를 봉지에 표시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한국산업표준(KS) 개정안을 지난달 고시했기 때문입니다.

라면 제조회사는 스프를 시험해 매운 성분(㎎/㎏, PPM) 함량이 80 미만이면 '1단계(순한 맛)', 80 이상~180 미만은 '2단계(보통 매운맛)', 180 이상~280 미만은 '3단계(매운맛)', 280 이상이면 '4단계(매우 매운맛)'로 구분해 라면 봉지에 표시해야 합니다.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매운맛을 표시하려면 업체별로 자체 또는 외부 분석기관을 통해 라면의 매운맛을 분석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매운맛의 과학적 기준이 생기는 셈이죠. 그렇게 되면 외국인도 라면의 매운 정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매운맛뿐 아니라, 음식의 부드럽고 단단한 정도를 표시하는 기준도 마련됩니다.

정부는 고령자용 식품 시장 규모가 2011년 5104억원에서 2015년 7903억원으로 급성장하는 현실을 반영해 '고령친화식품 KS'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산업표준에는 고령친화식품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씹기·삼키기·소화 등 섭취 관련 단계별 성상(성질과 상태)과 물성(물질이 가지고 있는 성질)에 대한 기준, 측정 방법 등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치아가 부실하거나 소화기능이 떨어진 고령자가 식품을 선택할 때 참고할 만한 기준이 마련되는 것입니다.

농식품부과 마련한 고령친화식품 KS 제정안에 따르면 고령친화식품은 치아섭취단계(1단계), 잇몸섭취단계(2단계), 혀섭취단계(3단계) 등 3단계로 구분됩니다. 또 단계별 음식물의 경도(단단한 정도), 점도 등이 상세하게 규정됩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개호식품(介護食品, Care Food)'이라는 이름으로 고령친화식품을 발전시켜왔습니다.

개호식품은 고령, 질병 등으로 섭취기능이 저하된 고령자의 상태에 맞게 점도를 조정하고, 미각과 시각, 영양을 고려한 식품을 말합니다.

일본 개호식품협회는 유니버설 디자인푸드(UDF)를 개발해 씹는 힘, 삼키는 힘, 경도, 물성, 성상 등을 기준으로 4가지 규격으로 식품을 구분합니다. 제품에는 '쉽게 씹을 수 있음' '잇몸으로 부술 수 있음' '혀로 부술 수 있음' '씹지 않아도 됨' 등의 로고가 부착됩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2014년 개호식품 명칭을 '스마일케어식(Smile Care Foods)'으로 변경하고, 개호식품의 대상을 고령자 이외 전 연령대로 확대했습니다. 스마일케어식은 개호 예방, 약한 힘, 잇몸, 혀로 부숨, 반죽, 무스, 젤리 등 7가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먹는 즐거움은 인생의 낙 가운데 하나입니다.

맛뿐 아니라 건강한 음식, 안전한 음식을 먹기 위해 과학의 힘이 필요한 세상입니다.

[이은아 유통경제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