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침팬지·보노보가 공유하는 보디랭귀지는?

  • 원호섭
  • 입력 : 2018.03.0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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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과학-141]
침팬지와 보노보 몸짓 90%가 동일
공통조상으로부터 유전된 보디랭귀지?


해외에 나가서 "안녕하세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현지 언어를 모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손을 살짝 흔들면 된다. 흔히 볼 수 있는 이 같은 '보디랭귀지(Body Language)'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유사한 영장류인 침팬지, 보노보에서도 볼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침팬지와 보노보가 하는 보디랭귀지의 상당수가 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보디랭귀지가 영장류 진화 과정에서 공통 조상으로부터 유전될 수 있는 '생물학적 신호'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보디랭귀지는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언어라고 보기 힘들다. 특정한 문법이나 규칙, 어휘 등이 없어서다. 하지만 보디랭귀지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침팬지도 마찬가지다. 2014년 영국 세인트앤드루대 연구진이 학술지 '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야생에 살고 있는 침팬지들은 먹을 것을 요구할 때 상대방의 입을 건드렸으며 털 손질이 하고 싶을 때는 팔을 들어올리는 등의 보디랭귀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팔 들어 올리기
침팬지는 털 고르기를 원하거나 다른 침팬지가 자신으로부터 가까이 혹은 멀리 갈 것을 요구할 때 팔을 들어 올리는 몸짓을 했다. 보노보는 다른 보노보에게 함께 나무를 오를 수 있는지, 혹은 털 고르기를 하고 싶을 때 이 같은 보디랭귀지를 사용했다.
▲ 팔 들어 올리기 침팬지는 털 고르기를 원하거나 다른 침팬지가 자신으로부터 가까이 혹은 멀리 갈 것을 요구할 때 팔을 들어 올리는 몸짓을 했다. 보노보는 다른 보노보에게 함께 나무를 오를 수 있는지, 혹은 털 고르기를 하고 싶을 때 이 같은 보디랭귀지를 사용했다.
상대방 근처에 앉거나 서서 몸의 일부를 보여주는 행동
보노보와 침팬지 모두 "너 내 털 골라줄래?"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 상대방 근처에 앉거나 서서 몸의 일부를 보여주는 행동 보노보와 침팬지 모두 "너 내 털 골라줄래?"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팔 던지기
침팬지와 보노보 모두 상대방이 자신에게서 떨어지라고 요구할 때 쓰는 보디 랭귀지. 보노보는 상대방이 하는 행동을 멈추라고 할 때도 이 같은 행동을 보였다.
▲ 팔 던지기 침팬지와 보노보 모두 상대방이 자신에게서 떨어지라고 요구할 때 쓰는 보디 랭귀지. 보노보는 상대방이 하는 행동을 멈추라고 할 때도 이 같은 행동을 보였다.
어깨 긁기
보노보는 털 고르기를 원할 때 자신의 어깨를 긁는 행동을 했다. 침팬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침팬지는 함께 여행갈 친구를 찾거나 나무를 오를 때도 이 같은 행동을 보였다.
▲ 어깨 긁기 보노보는 털 고르기를 원할 때 자신의 어깨를 긁는 행동을 했다. 침팬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침팬지는 함께 여행갈 친구를 찾거나 나무를 오를 때도 이 같은 행동을 보였다.


영국 요크대 연구진은 이 같은 보디랭귀지가 보노보들 사이에서도 발견됨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우간다에 살고 있는 야생 보노보의 행동을 비디오로 면밀히 관찰했다. 보노보가 하는 행동 중 공통된 몸짓을 기록하고 이때 다른 보노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기록했다. 예를 들어 보노보가 자신의 팔을 크게 긁으면서 주변에 다른 보노보를 바라보면, 이를 본 보노보는 팔을 든 보노보에게 다가가 털 손질을 했다. 팔을 들어 올린 보노보가 만족스런 행동을 보이자 연구진은 "큰 동작으로 팔을 긁는 행위는 몸치장이 하고 싶을 때 하는 행동"이라고 결론내렸다. 이후 연구진은 보노보와 침팬지의 보디랭귀지를 비교했다. 연구를 이끈 커스티 그레이엄 영국 요크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들의 보디랭귀지는 90% 가까이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힘든 정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슷한 행동이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유전된 레퍼토리의 일부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몇몇 몸짓은 유전된 것이 아니라 배움을 통해 습득했거나 바뀐 것으로 보인다. '시바'라고 불리는 야생 수컷 보노보는 가슴을 내밀며 팔을 과장되게 들어올리곤 했는데 이는 다른 보노보들에게 자신의 요구를 강조할 때 하는 행동이었다.

연구진은 침팬지와 보노보 사이에서 많은 몸짓과 그것이 갖고 있는 의미가 높은 비율로 동일한 만큼 이는 이들의 공통 조상도 사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인류는 약 700만년 전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지면서 침팬지, 보노보와는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걸어왔다. 유인원들이 특정한 몸짓을 독립적으로 진화시켰을 수 있지만 연구진은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라고 일축했다. 연구진은 학술지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인간이 침팬지, 보노보의 몸짓을 봤을 때 이를 얼마나 이해하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또한 인간이 갖고 있는 보디랭귀지와 이들의 몸짓이 얼마나 유사한지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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