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퀸시 회장, 125년 비알코올 전통 깨다

  • 장박원
  • 입력 : 2018.03.12 06: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글로벌 CEO열전-51] "125년 동안 술은 입에도 대지도 않았던 코카콜라, 일본에서 알코올 들어간 음료를 테스트하다."

지난 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제목의 기사로 눈길을 끌었다. 내용은 일본에서 알코올 함유 음료인 츄하이를 출시한다는 것이다. 츄하이는 소주와 칵테일 하이볼의 합성어인 '소츄하이보루'의 줄임말이다. 소주에 탄산수와 과즙을 혼합해 만든 음료다. 코카콜라가 오랜 전통을 깨며 술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탄산음료인 콜라 판매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가 음료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콜라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코카콜라 최고경영자인 제임스 퀸시 회장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직후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다음과 같은 소감 겸 포부를 피력했다.

"우리는 탄산음료를 넘어 차와 생수를 비롯해 다양한 음료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에 따른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실수와 실패가 무서워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쁜 것입니다.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말했지만 코카콜라가 알코올 음료 시장까지 넘본 것은 의외다. 물론 예전에도 코카콜라가 술 시장에 기웃거린 적이 있기는 하다. 1970년대 미국에서 캔 와인을 생산했다가 곧 중단했다. 이 정도로는 본격적으로 술 시장에 진출했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매출을 올릴 신규 사업을 펼치지 않으면 현상 유지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코카콜라는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실적은 위태롭다. 매년 새로운 음료를 출시하는데도 매출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해 퀸시 회장이 미국 본사 인력의 20%인 1200명을 감원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당시 그는 이렇게 선언했다. "3년 안에 구조조정을 통해 연간 8억달러를 절감할 것이다. 이와 함께 고객들의 입맛과 취향이 바뀌고 있는 것에 부응해 전략도 변경할 생각이다. 특히 설탕 사용을 줄이는 추세를 감안해 기존 콜라와는 전혀 다른 제품들을 내놓을 것이다." 일본에서 츄하이를 출시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실제로 전 세계 탄산음료 시장에서 코카콜라는 고전하고 있다. 2011년 각국이 설탕에 부과하는 세금을 잇따라 도입하면서 코카콜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콜라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하며 실적은 맥을 못 추었다. 주요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신흥시장에서도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코카콜라는 탄산음료 비중이 70%를 넘는다.

퀸시 회장은 일찌감치 이를 예상했다. 최고경영자 취임 직전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그는 코카콜라의 전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코카콜라는 세계 최대 음료 기업이다. 모든 종류의 음료를 만들고 있다. 거의 전 부문에서 선두를 달린다. 앞으로는 (콜라가 아닌) 스파클링 음료에 주력할 것이다. 성장할 수 있는 제품군으로 역량을 옮길 것이다. 기존 콜라 수요가 꺾인 것은 불가피하지만 칼로리가 없는 '코카콜라 제로'는 잘 나가고 있다. 다이어트 탄산음료의 미래는 아직 밝은 편이다."

그는 최고운영책임자 시절이었던 2015년 4월에도 비슷한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5년 동안 물과 에너지음료, 과일주스 등 비탄산음료 비중이 25%로 커졌는데 앞으로 이 부문을 더 확장시킬 것이다." 이때 이미 그는 코카콜라의 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 간파했던 것이다. 시장 흐름을 민감하게 살피지 않았으면 이런 통찰력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퀸시 회장은 컨설턴트 출신이다. 영국 리버풀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지만 연구소나 생산현장으로 가지 않고 컨설팅 회사로 향했다. 베인과 맥킨지가 그가 근무했던 회사다. 코카콜라로 직장을 옮긴 때는 1996년이다. 전략 담당으로 영입됐는데, 그 후 20년 동안 많은 인수·합병(M&A) 업무에 참여했다. 나이지리아 주스 업체를 사들이고 중국 곡물음료 회사를 인수했다. 유니레버 대두 음료 브랜드를 사들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퀸시 회장은 지난달 열린 콘퍼런스에서도 혁신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500개 이상의 신제품을 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혁신을 이루어냈습니다. 우리는 회사 내부의 혁신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고객들이 만족하는 맛과 성분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도 혁신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예전에 없었던 유형의 음료에 도전할 것입니다."

125년의 전통을 깨고 알코올 함유 음료를 실험하기로 한 퀸시 회장의 결단이 코카콜라 부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결말이 궁금하다.

[장박원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