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병원 파업… "방만경영 이사장 퇴진" vs "저출산으로 경영 악화"

  • 양유창
  • 입력 : 2018.06.0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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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병원 본관
▲ 제일병원 본관


[뉴스&와이] 여성 전문 제일병원(서울 중구 소재) 여성암센터 본관 1층. 평소 환자들로 분주한 이곳에 4일부터 낯선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 제일병원 노조에 속한 직원들 수십 명이 바닥에 앉아 검정 옷을 입고 팻말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는 것. 팻말에 담긴 이들의 요구사항은 두 가지다. 임금 삭감 철회와 제일의료재단 이사장 일가의 퇴진.

노조 관계자는 "병원 경영이 어렵다는 말에 노조는 작년 6월 상여금 300% 반납을 결의한 적 있다"며 "이번에 노조와 합의 없이 임금 최대 50% 삭감을 통보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전면파업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 관계자는 "임금을 안 주는 게 아니라 못 주는 것"이라며 "사회구조적으로 출산율이 저하되면서 지난 5년간 환자 수도 30%가량 급감해 2013년부터 적자 경영을 계속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기존 건물 리모델링에 800억원을 지출하는 등 병원 개선에 돈을 쓰느라 임금 삭감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 관계자는 "새 건물을 짓는다는 이유로 직원 임금을 일방적으로 깎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재곤 이사장의 부인이 갑자기 이사로 들어와 무리한 신축 건물 공사를 강행하려 했다"며 "이번에도 직원 임금을 삭감하면서 이사장 일가는 어떠한 희생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파업에는 노조 조합원 500여 명 중 필수 근무 인력을 제외한 250명가량이 참여했다. 노사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며 대치 중이다. 두 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실패한 노사는 5일 세 번째 교섭에 나선 상태다. 병원 측은 "파업이 장기화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들어줄 것"이라며 "필요하면 이사장을 포함한 일가가 경영에서 손을 떼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파업으로 인해 일부 진료는 차질을 빚고 있다. 병원 측은 "응급환자와 외래환자 진료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분만, 수술 등 입원이 필요한 진료는 축소 운영되고 있다"며 "환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36주 이상 임신부들에게는 주치의가 직접 전화해 다른 병원 이전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산을 앞둔 임신부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이날 오전 병원을 찾은 임신부 이 모씨는 "피치 못할 응급수술이 아니라면 분만이 힘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갑자기 다른 병원으로 옮겨 낯선 의사에게 아이를 맡기려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양유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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