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이 뭐길래"...좋은 평점에 목마른 中 배달·운전 기사들

  • 김대기
  • 입력 : 2018.06.0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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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차이나-78] "방금 고객님의 햄버거를 배달한 기사입니다. 제 서비스가 만족스러우시다면 최고 평점을 부탁드립니다."

베이징에서 일이 많은 날이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모바일로 음식을 배달 주문한다. 기억으론 10번 중 3번가량 이 같은 내용의 문자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스팸 문자라고 생각하고 넘겼다가 호기심에 중국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인 '어러머'를 열어 평점을 부여하는 카테고리를 살펴봤다. 여기에는 음식 업체와 배달기사 등 두 부류로 나눠 평점을 매기게 돼 있었다. 5개의 투명한 별 모양을 터치하면 별에 노란불이 켜지면서 평점이 매겨졌다. 어떤 음식 업체의 평점 카테고리에는 별 대신 이모티콘을 쓰기도 한다.

평점을 부여하지 않으면 가끔 배달기사로부터 전화도 받는다. 최근 음식을 받은 뒤 평점을 매기지 않고 있다가 배달된 지 3시간 정도 흐른 시점에 담당 기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매우 친절한 목소리로 "고객님 혹시 배달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요. 고객님이 따뜻하게 음식을 드실 수 있게 주문 후 20분 만에 배달해드렸는데 좋은 평점 꼭 부탁드립니다"고 말했다. 그의 간절한 목소리는 다소 애처롭게 여겨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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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과정에서 안 사실이지만 평점은 중국 배달기사들에게 '돈'으로 직결되는 수단이었다. 배달 앱 '어러머'에 주문이 들어가면 어러머는 중앙 통제 시스템을 통해 현재 배달 업무가 가능한 기사 정보를 파악한다. 이어 평점이 좋은 기사에게 우선적으로 배달 업무를 배당한다. 이 때문에 기사들이 평점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왕징 지역에서 어러머 소속으로 배달 업무를 하고 있는 한 기사는 "예정 시간보다 늦게 배달하면 감점을 받는다"며 "배달 도중 국물이 새서 고객 불만이 접수된 경우가 있었는데 당시 경고를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어러머 앱에는 예약 배송 기능이 있다. 예컨대 '주문 후 30분 내 배송' 등과 같이 설정이 가능하다. 이 기능 때문에 가끔 음식 업체로부터 배송 시간을 넉넉히 조정해달라는 요청 전화도 받는다. 주문이 밀리면 예정 배송 시간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 배송 지연으로 낮은 평점을 받을까봐 사전에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배달기사뿐만 아니라 공유차 운전기사 역시 평점에 민감하다. 중국 최대 공유자동차 서비스인 디디추싱은 기사 평점 시스템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디디추싱 서비스로 차량을 부르면 기사와 차량 정보를 곧바로 모바일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호출 이후 평균 1~7분 이내에 해당 차량이 현재 서 있는 위치까지 온다. 목적지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면 디디추싱 앱은 기사 평점을 매길 수 있는 화면으로 전환된다. 좋은 평점을 많이 받은 기사일수록 일감이 우선 배정되는 것은 어러머와 거의 흡사했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디디추싱이 고객에 대해서도 자체 평점을 매기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차량 예약을 해놓고 갑자기 취소를 해버린다든지, 차량이 픽업 장소에 도착을 했는데 늦게 탑승하면 '불량 고객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 차량 호출을 했는데 배차가 지연되거나 예약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 아예 배차를 받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불이익 사례다. 다만 디디추싱이 승객의 평점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승객은 자신이 불량 고객인지 우수 고객인지 알지 못한다.

디디추싱 차량 기사는 "평점 시스템 때문에 예전에 비해 고객 서비스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하지만 평점이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느껴지는 스트레스도 크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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