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출신 캐스퍼 로스테드 회장, 아디다스의 구원투수가 되다

  • 장박원
  • 입력 : 2018.07.0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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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 로스테드(Kasper Rorsted) 아디다스 회장
▲ 캐스퍼 로스테드(Kasper Rorsted) 아디다스 회장
[글로벌 CEO열전-65]

러시아월드컵이 조별리그를 끝내고 16강전을 벌이고 있다. 지구촌 사람들은 각국 축구 대표팀의 경기를 즐기고 있지만 그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과 신발에 유독 눈길을 주는 이들이 있다. 스포츠 브랜드 최고경영자들이다. 이들 중에 가장 흐뭇한 표정으로 월드컵을 관람하는 한 명이 바로 캐스퍼 로스테드 아디다스 회장일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아디다스는 숙적인 나이키에 승리를 거뒀다. 32개 월드컵 참가국 대표팀 중 12개 팀이 아디다스 유니폼을 선택하면서 10곳에 그친 나이키를 제친 것이다.

조별리그를 거친 결과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스페인 대표팀이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는 것은 로스테드 회장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아르헨티나, 벨기에, 러시아, 콜롬비아, 멕시코, 일본, 스웨덴도 아디다스를 입고 있다. 아디다스는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도 나이키를 압도했다. 우승팀인 독일과 준우승팀인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모두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아디다스는 약 26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 이번에는 이 보다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로스테드 회장은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아디다스는 월드컵 공식 스폰서다. 러시아 경제가 좋지 않은 탓에 이번 월드컵에서 수익이 줄어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전 세계 아디다스 브랜드를 알리고 활성화할 수 있는 환상적인 기회이기 때문이다."

로스테드 회장은 지금은 스포츠 브랜드 전문가로 통하지만 2016년 아디다스로 옮기기 전까지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덴마크에서 태어난 그는 코펜하겐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학업을 끝낸 뒤 컴팩과 휴렛패커드(HP), 오라클 등 주로 정보기술(IT) 업체에서 근무했다. 금융위기로 글로벌 기업들이 어려움에 빠졌던 2008년 소비재 업체인 헨켈은 그를 최고경영자로 발탁됐다. 그가 헨켈에 합류한 지 3년 만이었다. 로스테드 회장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헨켈 체질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전망이 불투명한 브랜드들을 과감하게 철수하며 수천억 원을 절감했다.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며 위기를 넘겼다. 그는 약 8년 동안 헨켈을 이끌었는데 매출과 수익이 모두 크게 개선됐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으며 헨켈 시가총액을 무려 3배 가까이 올려놓았다.

이는 실적 부진으로 곤경에 처했던 아디다스의 구원투수로 발탁된 배경이 됐다. 그가 최고경영자로 영입되기 직전 아디다스는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2013년 이후 매출이 감소했고 이익 규모도 줄어들었다. 그대로 있다가는 생존이 불투명했다. 빈사 상태에 있는 아디다스를 살리기 위해 로스테드 회장은 헨켈에서 했던 것처럼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매장과 직원 수를 줄이면서 수익성을 높였다.

이와 더불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결정을 내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과 미국에 '스피드 팩토리'를 세워 실험한 것이다. 첨단 로봇을 투입해 생산 기간을 단축하고 품질을 높였다. 이는 재고를 줄이는 데도 유리했다. 온라인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로스테드 회장 취임 이후 바뀐 기류다. 이런 실험들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아디다스의 기업 체질을 개선하는 데 시그널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턴어라운드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로스테드 회장이 맡은 이후 아디다스는 영업이익률이 개선되고 있고 매출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가 유능한 경영자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쓰라린 실패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2004년 휴랫패커드에 몸담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 경험을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다. "내가 담당했던 사업부 실적은 괜찮았다. 내게는 자신감이 충만했고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불 가리지 않고 업무를 추진했다. 그러다 보니 사내 동료들과 대결적 관계가 형성됐다. 결국 불화를 일으켰던 탓에 회사를 떠나야 했다. 돌이켜보면 주변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은 대결적 리더십은 나쁜 태도였다. 잘나가는데도 해고 당했던 그때 일은 내게 중요한 교훈이 됐다. 조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겸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재 그가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온라인 사업이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매장을 없애겠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온라인몰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매장이다. 신규 인력을 채용하거나 다른 자원을 배정할 때, 그리고 기반시설을 세울 때 온라인 판매를 최우선 순위에 두는 이유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매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프라인 매장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좋아진다. 10년 전 오프라인 매장은 수익을 창출하는 추동력이었다. 미래에는 아디다스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전진기지가 될 것이다."

월드컵 유니폼 경쟁에서 완승한 아디다스가 그 기세를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까? 월드컵만큼이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벌이는 싸움도 흥미진진하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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