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임팩트 투자' 아시나요?···벤처투자사 크레비스의 투자 기준

  • 박수호
  • 입력 : 2018.07.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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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크레비스 대표
▲ 김재현 크레비스 대표
[재계 인사이드-122] 게임 속 아기 나무를 정성껏 키우면 숲에 실제 나무를 심어주는 서비스? 듣기만 해도 기막히지 않습니까? 트리플래닛이란 회사 얘기인데요. 2010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처음에는 게임으로 접근했다가 이제는 연예인 기부 프로젝트, 반려나무 입양 프로젝트, 크라우드펀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 세계 12개국 120만명의 시민과 190개 정도의 숲을 조성하고 있답니다. 중국의 한 곳은 황무지였다가 트리플래닛 덕분에 울창한 숲으로 변모하기도 했다네요. 미세먼지로 고통받거나 환경오염으로 신음하는 곳에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요.

스페이스워크는 또 어떤까요? 건축사, 인공지능(AI) 전문가, 정보기술(IT) 개발자들이 합심해서 국내외 주요 도시의 빈 땅 혹은 노후 건축물이 많은 곳을 자동으로 찾아서 이를 서민·청년들을 위한 주거 공간으로 딱 10초 만에 건축 조감도로 보여주는 곳이지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과 협력해 베트남에도 진출해 빈 공간을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임대주택으로 어떻게 꾸밀 수 있는지 AI가 깜짝할 새 찾아주고 바로 예상 조감도까지 제공해 현지 공무원의 찬사를 이끌어내기도 했지요.

이처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면서 또 일정 부분 이익을 취하는 회사를 사회적 기업 혹은 소셜벤처라고 한답니다. 그런데 이런 회사들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넉넉하게 자본금을 갖추고 우수 직원들을 팍팍 고용하며 회사를 키우진 못할 것 아닙니까? 게다가 당장 돈이 벌리는 사업모델은 더더욱 아니다 보니 결국 투자해줄 곳을 찾아야 하는데요. 이런 회사들만 콕 집어 투자하는 걸 전문용어로 '소셜임팩트투자'라고 한답니다.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털 회사 중에서도 아예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회사를 소셜임팩트투자회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2004년, 그러니까 아직 국내에서 이런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회사가 바로 크레비스파트너즈(이하 크레비스)입니다.

크레비스는 앞서 소개한 두 회사 외에도 O2O 서비스를 다양한 취미, 액티비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프렌트립', 시각장애인이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세련된 디자인의 시계를 제작하는 EONE,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안 교육업체 에듀플렉스 등에도 투자했습니다. 2018년 6월 말 기준 16개 기업 혹은 사업에 지분 5~50%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는데요. 자산운용규모(AUM)는 약 400억원 정도라고 하네요.

크레비스는 창업자 김재현 대표 외에 현재까지 재직 중인 창업 멤버들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고요. 그동안 별로 주목받지 못한 덕(?)에 창업 후 10년간은 외부 자본 유치 없이 내부의 잉여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10년에 걸쳐 여러 기업에 투자하며 버텨왔다고 하네요. 지금은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 정경선 씨가 만든 루트임팩트, 다음 창업자 이재웅 대표가 만든 'sopoong'과 함께 국내 3대 소셜임팩트투자회사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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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비스 창업자 김재현 대표는 왜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요.

"초등학교 4학년 즈음 장래희망이 신부님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대화 중에 이런 생각을 이야기했더니, 어머니께서 즐겁게 받아주시면서 왜 그렇게 하고 싶은지를 물어봐주셨습니다. 성당에서 항상 밝게 맞이해주시던 모습이 좋아(잘은 알지 못하지만) 이런 일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그런 직업이 하나 더 있다 하시며, 사람들이 가족을 이룰 수 있게 해주고, 집도 살 수 있게 해주고, 멋진 직업도 가질 수 있게 하는 직업으로 기업인이라는 직업이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그 시점부터 신부와 기업인은 모두 사람들에게 그런 역할을 하는 사명을 갖고 사는 삶이라는 생각을 갖고,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김 대표는 입학을 하고 보니 IMF외환위기 이후 불었던 벤처 열풍이 꺼지면서 주변 지인, 선배들이 여러 이유로 구속되거나 회사가 망했다는 소식을 자주 접했답니다. 기업인이 마냥 행복하고 좋은 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지요. 그래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경영학과에 지원하고 이 직업을 택한 것인데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원래 계획했던 취업, 진학(유학) 후 창업하겠다는 생각을 접었답니다. 곧바로 창업을 해보겠다며 비슷한 꿈을 갖고 있던 선배들과 2002~2005년 토론하며 금융과 기술 중심으로 좋은 회사를 만들어보자 해서 설립한 게 지금의 크레비스라네요. 더불어 교육과 콘텐츠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회사를 지향하며 에듀플렉스도 덩달아 창업해 김 대표는 크레비스를, 당시 맥킨지컨설팅에 다니던 대학 선배 고승재 대표는 에듀플렉스를 맡아서 같이 키우며 오늘날까지 왔다는군요.

사실 처음부터 소셜임팩트 투자를 한 건 아니랍니다.

"2002년 창업 초기에 가진 자본이 적으니 우선 웹사이트 제작으로 돈을 벌어보자 했어요. 첫 영업은 동네 중국집이었습니다. 탕수육을 먹던 중 지배인에게 중국집 웹사이트가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봤는데 닷컴 열풍이 불 때라 '필요하다'는 답이 왔습니다. 그길로 200만원짜리 웹사이트 제작을 맡게 됩니다. 저는 첫 사업이고 첫 고객이니 정말 최선을 다해 기획서를 작성하고 상의했는데 항상 담당 실장은 제 이야기를 듣기만 했지 문서를 보지 않았어요.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어느 날 그분이 본인의 사연(초등학교 중퇴, 문맹)을 고백했습니다. 대신 글을 모르더라도(그런 기회를 갖지 못하더라도) 음식, 서빙에 있어서 그분은 최고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거든요. 항상 똑똑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아왔는데 알고 보니 세상에 다양한 배경의 프로가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때 깨달은 게 '다양성 존중'입니다. 국내외 사회적 기업 투자를 할 수 있게 한 배경이 됐고 지금 조직도 다양성을 핵심 가치 중 하나로 갖게 됐지요."

물론 창업 후에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일단 투자회사라지만 자본금, 운용액이 많지 않다 보니 투자한 경우에는 반드시 성장시켜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어떤 때는 투자한 회사 경영 상황이 어려워져 살고 있던 전셋집의 전세금을 줄여 현금화를 할 정도였지요. 또 펀딩을 해야 하는데 임팩트투자, 사업 개념이 워낙 선진국형(고도로 경제가 발전되고, 시민의식이 성숙한 사회) 철학과 방식이다 보니 초기에는 임팩트투자,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했답니다. 2010년대 중반 한 토론회에 나갔는데 심지어 크레비스를 '좌파 양성소'로 몰아세우는 모 경제학과 교수도 있었을 정도였다네요.

그럼에도 크레비스는 작지만 꾸준히 이익을 내왔고 임팩트투자에 계속 집중해서 전통적 자본 투자의 수익률 수준으로 꾸준히 투자금을 회수해오고 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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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크레비스 외에도 요즘 김 대표는 바로 위층에 세련된 공간에서 자주 얼굴을 내비친다고 합니다. '얼리브라운지'라는 곳인데요. 들어가 보면 근사한 카페 같은데 노트북 컴퓨터를 켜놓고 공부하는 사람, 잡담하는 사람, 회의하는 사람 등 다양한 공간이 함께 자리하고 있더라고요. 요가도 배울 수 있고요. 하루 1만5000원, 4시간에 1만원이면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복합문화공간인데요.

얼리브라운지는 김 대표의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이자 친구인 리디북스 공동창업자 권민석 대표와 청년 주거 문제 해결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시작한 회사라고 하네요.

"청년들 대부분이 원룸에서 거주하면서 취침 외 여러 활동에 대한 제약을 주거 공간에서 많이 겪는데요. 그들이 맘껏 즐길 수 있는 '큰 거실'을 만들어보자 해서 의기투합한 게 얼리브라운지입니다."

현재는 크레비스가 얼리브의 주요 창업 주주이자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데요. 김 대표는 사업 성장을 지원하고 있고 여기서 창업을 꿈꾸고 있는 청년들을 돕는 역할도 병행한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임팩트투자, 사업 집단으로서 대한민국과 아시아의 시민들로부터 자랑스러우며 사랑받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며 "구체적으로는 시민들이 직접 매일 체감할 수 있는 임팩트 사업과 기업을 발굴해 생활 속에서 시민들이 즐겁고 건강한 참여와 소비를 통해 사회에 작은 충격과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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