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맞은 하이닉스 SK그룹서 신분 상승할까

  • 문일호
  • 입력 : 2017.09.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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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사진=매경DB
▲ sk그룹 /사진=매경DB
[돈이 보이는 기업지배구조-147] SK하이닉스의 그룹 내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이 종목이 지주사 SK의 자회사로 승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기 위해선 현행 지주사 요건에 따라 이 같은 지배구조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9월 27일 증권가에선 SK그룹이 SK텔레콤을 분할해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격상시키는 지배구조 개편을 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현재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체제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증권가에서 유력하게 보는 향후 지배구조 변화 방식은 SK텔레콤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SK텔레콤 지주사는 SK와 합병하고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금 여력이 풍부한 SK하이닉스를 M&A 시장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현행 지주사 요건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다른 기업 M&A를 할 때 해당 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M&A 할 때 100% 지분을 사야 한다고 하면 사실상 인수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다행히 이 지주사 요건이 국외 기업 인수에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주로 국외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SK하이닉스가 국내 기업 M&A에도 활발하게 나서게 되면 이 종목의 몸값은 더 뛸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주가 상승도 M&A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 반도체 인수가 유력해지면서 이 종목에 대한 재평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존 강점을 갖고 있는 D램 반도체에 이어 도시바 인수를 통한 낸드플래시(낸드)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바 인수와 상관없이 SK하이닉스의 낸드 이익이 급증한 것도 호재다. 여기에 4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을 넘을 것이란 예상까지 보태지며 이 종목 주가는 최근 7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가 행진을 펼치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달 들어 25일까지 25.8%나 오르며 사상 최고가 행진 중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상승률 0.7%)나 삼성전자(15.8%)를 크게 압도하고 있다.

여기엔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 효과와 함께 그동안 이 종목이 꾸준히 투자해온 낸드 사업 성과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는 PC와 스마트폰에 두루 쓰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D램은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고,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정보를 보존한다는 특징에서 서로 다르다.

SK하이닉스는 낸드 분야에 삼성전자보다 한참 늦은 2004년 진출했다. 청주에 낸드 관련 설비를 집중하며 생산능력을 끌어올렸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 4위(올 1분기 IHS마킷 기준)로 도약했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 강화는 올 들어 빛을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최근 4세대 낸드를 양산하기 시작하면서 올해 낸드 분야의 이익이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4세대 낸드는 반도체를 72단까지 쌓아 효율성을 높인 제품으로 글로벌 반도체 업체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갖고 있는 기술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SK하이닉스가 기존 청주 공장뿐만 아니라 이천에서도 4세대 낸드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 이익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던 낸드 분야가 비로소 돈을 버는 사업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210억원에 불과했던 SK하이닉스 낸드 사업 영업이익은 올해 1조8280억원으로 1년새 87배나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0.6%에서 올해 14.1%로 늘어날 전망이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올해 신작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동영상이나 음악을 저장하는 데 필요한 낸드의 쓰임새가 부각되자 올 들어 낸드 몸값이 뛰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영업이익률은 올해 25.6%로 추정된다. 작년 0.5%에서 급상승한 수치다.

여기에 D램 값도 여전히 강세를 보이면서 SK하이닉스의 전체 영업이익은 하반기로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영업이익은 3조822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26.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엔 영업이익이 4조253억원에 달해 분기 사상 최고치를 찍을 전망이다.

여기에 도시바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다면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중장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일본 도시바는 낸드 메모리 사업을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다음달 24일 도시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승인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바 매각 지분 중 SK하이닉스가 확보할 최대 지분율은 1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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