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것 즐길까, 조리해서 먹을까…투어 뮤지컬 vs 라이선스 뮤지컬

  • 원종원
  • 입력 : 2015.02.1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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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읽기 - 22] 최근 인기를 누린 '지킬 앤 하이드'와 '노트르담 드 파리'의 차이점은?

 바로 라이선스와 투어 뮤지컬이라는 점이다. 똑같이 외국에서 수입된 뮤지컬들이지만 전자가 공연권을 확보해 우리말로 번안하고 한국 배우들을 기용해 우리말로 진행하는 형태를 띠고 있는데 반해, 후자는 배우에서 연출진, 기술 크루 등이 모두 일정 기간 내한해 무대를 꾸미는 일종의 방한(訪韓) 무대로 특징지을 수 있다.

 입맛에 맞게 적절히 조리하고 양념도 첨가한 요리를 즐길 것인지, 아니면 원래의 맛 그대로를 살려낸 식사를 즐길 것인지 여부에 관객들은 때 아닌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뮤지컬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게 되면서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된 요즘 공연 애호가들의 딜레마이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최근 인기를 누렸던 라이선스 작품들은 일일이 호명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그 수가 많다. 앞서 언급한 '지킬 앤 하이드'는 물론 '시카고' '고스트' '리걸리 블론드' 그리고 최근에 막을 올린 '원스'와 '킹키 부츠' '라카지' '올슉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친숙함과 친화력이다. 우리말을 쓰는 우리 배우들에 의해 무대가 다시 꾸며지다 보니 알아듣기 쉽고 이해하기 좋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 되는 셈이다. 물론 번안이나 번역, 개사 작업 등이 작품 감상에 무척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엄밀히 말해 라이선스 뮤지컬이란 우리만의 영어 표현으로 실제 상업 무대가 발달한 영미권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래서 라이선스 뮤지컬이란 말은 그저 창작 뮤지컬의 상대적 개념으로 만든 우리식 조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도 번역을 '제2의 창작'이라 부르는 것처럼 라이선스 뮤지컬도 따지고 보면 창작에 버금가는 독창적인 해석과 현지 적응이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리 만만하게만 볼 장르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편, 투어 뮤지컬도 최근 인기를 누리며 수적인 팽창을 선보이고 있다. 근래에 국내 무대에 소개됐던 손꼽을 만한 사례로는 큰 수익을 올렸던 '위키드'나 '캣츠', 또 최근 막을 올려 사랑받고 있는 '노트르담 드 파리' '저지 보이스' '아메리칸 이디어트' 등이 있다. 2015년에도 '시카고' '체스' '맘마 미아!'등의 내한공연에 대한 소식이 있어 투어 뮤지컬의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투어' 대신 '오리지널'이라는 용어가 더 널리 쓰인다. 말 그대로 우리 말이 아닌 '외국어' 프로덕션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진짜'와 '가짜'에 대한 집착이 유난히 강한 우리의 소비문화가 투영된 것 같아 씁쓸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이들 공연은 정말 '오리지널'은 아니다. 왜냐하면 공연에서 오리지널이란 표현은 일반적으로 초연 무대, 그러니까 처음 무대를 꾸미는 배우들이 등장하는 공연만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등 상업 뮤지컬이 발달한 시장에서는 유명 배우들이 '오리지널' 캐스트가 되기 위해 초기 개발 단계의 작품에 참여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만큼 오리지널이라는 용어의 의미와 품격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근거 없는 '오리지널'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마케팅 수사에 불과한 표현을 과도하게 전면으로 내세워 '명품'이나 '고급'의 이미지를 얻으려하는 얕은 꼼수들이 그렇다. 프랑스어가 원작인 작품의 영어 프로덕션에도 '오리지널'이란 용어를 붙여 관객들을 현혹한다. 외국어로 말하면 뭔가 있어 보인다는 사대주의적 사고에 정치하지 못한 언론도 함께 굿판을 벌인다. 애쓴다는 생각도 들지만, 솔직히 말하면 코미디에 불과하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정체 모를 오리지널에 대한 집착은 오히려 진짜 '오리지널'에 대한 홀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신만의 해석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창출하기보다 이미 유명해진 작품에서 남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를 빌려 입는 수준에 만족하는 스타급 배우들이 그렇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활용해 보지 않는 것에 대한 예술가로서의 모멸감을 어째서 느끼지 못하는지 신기할 정도다.

 사실 투어 프로덕션의 증가는 무대 기술의 발달로 인한 경량화와 이동성 강화, 그리고 아시아 시장의 경제적 수준 향상과도 관련이 깊다. 예전에는 큰 도시의 대형 공연을 관광객들이 직접 찾아가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현대는 관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무대가 찾아간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대부분 투어 프로덕션들도 마찬가지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중국, 일본 등을 일정 기간 순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옛날 유랑극단의 현대적 적용이라 부를 만하다.

 라이선스와 투어 뮤지컬 중 어떤 것이 낫냐고 질문을 받게 될 때도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정답은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막을 통해 영화를 보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무대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샷(shot)의 구성을 통해 보기 좋게 연출된 영상물과 달리, 공연은 열린 공간에서 배우의 몸짓과 육성을 통해 직접 주제를 구현한다. 그래서 자막과 무대를 함께 감상하기가 어렵다. 또 문화적 이질감이나 이해하기 힘든 유머러스한 표현 등은 간혹 투어 뮤지컬을 '뻘쭘한' 무대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공연예술인 뮤지컬만이 지니게 되는 유별난 특성이다.

 라이선스냐 투어냐를 따지기보다 작품의 완성도나 개인적 취향에 맞춰 극장 나들이를 계획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판단이다. 늘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무대 위의 뮤지컬은 '잘 만든 뮤지컬'과 '완성도가 떨어지는 뮤지컬'의 두 가지 경우만 존재할 뿐이다. 시장 측면에서 창작 뮤지컬과 외국 뮤지컬의 간극도 생각만큼 크진 않다. '문화향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관객들은 창작 혹은 라이선스나 투어와 같은 형식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결과도 나타났다. 그저 '재미있고' '볼 만한' 공연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대중의 심리의 전부다.

 그래도 감상에 도움이 될 조언을 한 가지만 덧붙인다면 투어 뮤지컬은 미리 음악이나 노랫말에 익숙해진 후 공연장을 찾는 것이 좋다. 자막 읽을 필요 없이 온전히 무대만 바라볼 수 있다면 재미는 분명 배가된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보상은 충분하다. 너무 복잡하고 힘들다면 라이선스 뮤지컬을 고르는 것이 낫다. 충분히 고민해 보고 결정하길 바란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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