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속의 다양한 변주들 (하)

  • 원종원
  • 입력 : 2015.03.2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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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매경DB
 [원종원의 뮤지컬읽기 - 25]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도 뮤지컬의 다양한 변주에 얽힌 재미있는 뒷이야기로는 결코 빠지지 않는다. 뮤지컬로는 역대 최고 매출을 올리며 지금도 글로벌 뮤지컬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 작곡의 무대 버전이 처음 세상에 선을 보인 것은 1986년의 일이지만, 모리 예스턴의 '유령(Phantom)'도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각색해 막을 올린 적이 있다. 1982년 뮤지컬 '나인(Nine)'으로 토니상을 수상했던 작사·작곡자 예스턴과 작가 아서 코핏은 호러 영화의 단골 소재를 후속작으로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하게 되는데, 공연을 위한 자금을 모으던 중 영국에서 로이드 웨버가 같은 원작을 다룬 뮤지컬을 제작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런던에서의 큰 흥행은 예스턴과 코핏의 재정 후원자들을 망설이게 만들었고, 결국 이들의 '유령'은 애초 계획보다 늦은 1991년 텍사스 휴스턴에서 초연된다. 비교하자면 로이드 웨버의 히트작보다 클래식한 느낌이 강하고, 오페레타적 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올해 국내 개막도 준비되고 있는데, 최근 일본 영향을 많이 받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뮤지컬 제작사 EMK가 기획·제작을 맡고 있다. 예스턴의 '유령'은 일본에서는 다카라즈카 버전으로 인기를 누린 경력이 있다.

 로이드 웨버나 예스턴보다 앞선 기록도 있는데, 영국 극작가 겸 연출가인 켄 힐이 1976년 발표했던 뮤지컬 버전이 그것이다. 사실 가장 먼저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한 뮤지컬은 힐의 작품으로, 로이드 웨버가 이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 뮤지컬을 만들게 됐다는 후문도 있다. 실제로 로이드 웨버와 힐은 '요셉과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Joseph and the Amazing Technicolour Dreamcoat)'를 함께 작업하는 등 절친한 사이였는데, 처음에는 로이드 웨버와 캐머런 매킨토시가 힐이 만든 '오페라의 유령'에 함께 작업하도록 허락을 구하려고 접근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본격적인 뮤지컬 제작에 들어서며 힐은 로이드 웨버의 선택에서 벗어나게 됐으며, 그래서 두 사람 간에 작은 앙금이 남게 됐다는 일화도 있다. 힐의 '유령'은 유명 오페라 음악들을 짜깁기해 만든 일종의 오페라 컴필레이션 뮤지컬 형식으로 오펜바흐나 베르디, 베버나 도니체티의 음악을 활용하고 있다. 힐의 의도는 작품의 배경이 됐던 당시 시대상을 무대에 구현하고자 했던 것인데, 로이드 웨버의 작품에서 가짜 오페라가 세 작품이나 등장하게 된 것도 힐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사람이 있다.

 같은 원작의 작품을 서로 비교하며 보는 시도는 뮤지컬을 만끽할 수 있는 재미난 감상법이다. 무대로 구현되며 제각기 다른 다양한 형태로 이미지나 형태가 구체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줄리엣이 로미오와 만나게 되는 발코니 장면은 프랑스 뮤지컬에서는 하늘의 별과 신에 대한 아름다운 사랑의 노랫말로 등장하는 한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는 '콩깍지가 단단히 씌워진' 토니와 마리아의 맨해튼 서민 아파트 비상계단 장면으로 구현된다. 이때 들리는 노래가 바로 그 유명한 뮤지컬 넘버 '오늘밤(Tonight)'이다.

 유령이 음악적 영감을 전수해주는 장면의 노래도 마찬가지다. 로이드 웨버의 버전에서는 동명 타이틀의 노래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몽환적으로 구현되지만, 예스턴 버전에서는 한 옥타브씩 음을 높여가며 크리스틴의 발성을 조율해가는 유령과의 이중창인 '음악 레슨/팬텀 푸가(Music Lesson/Phantom Fugue)'로 꾸며진다. 후자에서 느껴지는 유령의 카리스마는 전자에 비해 한층 강렬하고 구체적이어서 인상적이다. 또 로이드 웨버 버전의 '밤의 음악(Music of the night)'은 아리따운 팝페라 여가수이자 자신의 두 번째 부인인 세라 브라이트먼에 대한 작곡자의 사랑 고백이라는 의미를 은연중에 담고 있는 한편, 예스턴 버전에서 비슷한 장면에 등장하는 이중창 '너는 음악(You are music)'은 유령과 크리스틴이 예술적 교감을 이루게 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때로는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시도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영국에서 TV 드라마로, 또 조만간 노년기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가 선보일 예정인 '셜록 홈스'는 우리나라에서는 뮤지컬로 만들어져 인기를 누린 경우다. 형식이 다른 매체에서 각기 다른 재미를 주는 변화는 남다른 감상의 묘미를 선사한다. 이른바 변주의 재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앙코르 공연을 계획 중인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뿌리 깊은 나무'는 한글 창제를 둘러싸고 정치적 음모와 계략 속에서 소신을 이루기 위해 고뇌하고 갈등하는 세종대왕을 선보인다. 드라마에서 보였던 모습과의 간극과 차이를 찾아가며 감상하는 것은 이 작품만이 지닌 재미이자 매력이다.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과 영국 연극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비슷한 경우다.

 사실 아는 만큼 보이고, 알수록 재미있는 뮤지컬의 매력은 같은 원작의 작품을 찾아보는 것에서도 폭넓게 적용되는 원칙이라 할 수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도 흥미로운 작업이지만, 때로는 이유 있는 변신이 오히려 더 어려운 작업일 수 있다는 점도 간과돼서는 안된다. 관객들이 매슈 본의 일련의 작품들에 열광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바로 이런 변주가 주는 맛과 매력 때문이다. 요즘 우리 창작 뮤지컬계에서도 늘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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