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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통령의 애완동물은? 불곰·하마에 코끼리도...

  • 노현
  • 입력 : 2017.04.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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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
[뉴스&와이] "말리아와 사샤에게 강아지를 선물하겠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면서 내놓은 공약(?) 중 하나다. 당시 10세·7세였던 두 딸은 '로비가 통했다'며 뛸 듯이 기뻐했고, 미국에서는 '퍼스트 도그'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가 최대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으로부터 선물받은 포르투갈 워터 도그 '보(Bo)'를 '퍼스트 도그'로 선택했고, 보는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면서 대통령과 대중이 소통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세계 최고 권력자로서 숙명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고독을 애완동물로 달래기 위한 것이었을까.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어떤 국가 지도자들보다 많은 동물들을 곁에 뒀다.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동물은 견공이었다. 배신이 판치는 정치판에서 주인에게 각별한 충성을 바치는 개가 사랑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사냥개만 10마리를 키울 정도로 개를 좋아했다. 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도 애견들을 데리고 백악관에 입주했는데, 이 중에서는 '사탄(Satan)'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가진 애견도 있었다. 36대 대통령이었던 린든 베인스 존슨(1963~1969)은 7마리의 개를 기르면서 백악관을 떠날 때나 돌아올 때 개들과 악수를 했고, 29대 대통령 워런 개메일리얼 하딩(1921~1923)은 자신이 기르던 애완견을 나무로 조각된 전용 의자에 앉힌 채 각료회의를 주재하고는 했다.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1933~1945)의 경우 "나를 욕해도 좋고 아내를 욕해도 좋지만 내 애견만은 욕하지 말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애견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1945~1953)은 "워싱턴에서 친구를 사귀고 싶은가? 그렇다면 개를 길러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밖에도 역대 미국 대통령과 그들의 애견들에 얽힌 일화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렇다고 '퍼스트 펫(First Pet)'의 영예를 견공들이 독차지한 것은 아니다.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은 '메리웨더 루이스'와 '윌리엄 클라크'라고 불리는 두 마리 불곰을 백악관 서쪽 정원에 풀어놓고 길렀다. 6대 대통령인 존 퀸시 애덤스(1825~1829)는 애완용 악어를 백악관에서 가장 큰 방인 '이스트룸'의 욕실에 키우면서 때때로 방문객을 혼비백산하게 만들고는 했는데, 31대 대통령인 허버트 후버(1929~1933)도 애덤스의 악취미를 따라 했다고 전해진다.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퀸시 애덤스의 부인인 루이자 애덤스도 괴짜였다. 그녀는 백악관에서 누에를 쳤다. 취미생활도 즐기면서 자기가 쓸 비단도 직접 생산했다고 한다.

하마를 기른 대통령도 있었다. 30대 대통령인 캘빈 쿨리지(1923~1929)다. 그의 아내 그레이스 쿨리지는 너구리를 애완동물로 길렀다. 그레이스 쿨리지가 백악관 부활절 행사에 너구리를 끌고 나온 사진도 남아 있다.

백악관의 역사에는 하마보다 더한 동물도 등장한다. 코끼리다. 15대 대통령 제임스 뷰캐넌(1857~1861)은 백악관에서 대머리 독수리 한 쌍과 코끼리 한 마리를 길렀다. 오늘날의 태국인 시암 왕국의 왕이 한 무리의 코끼리를 선물했는데, 이 중 한 마리를 키운 것이다. 시암 왕국의 왕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에게도 코끼리를 선물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3대 대통령 벤저민 해리슨(1889~1893)은 주머니쥐를 키웠고, 손자들에게 '히즈 위스커스'라는 이름의 애완 염소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 밖에 암소를 키우거나, 백악관 뜰에 양떼를 풀어놓은 대통령도 있었다.

하지만 백악관에서 이색적인 애완동물을 키운 역대 미국 대통령으로는 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1901~1909)만 한 인물이 없다. 탐험가이자 사냥꾼이었던 루스벨트는 농장주 경력이 있어서 별의별 동물들을 갖고 있었는데, 백악관에 입주하면서 동물들을 함께 들여오는 바람에 아예 백악관에 동물원이 만들어졌다. 그가 데리고 있었던 동물들의 리스트를 보면 이해가 간다. 개·고양이·조랑말은 물론이고 곰과 뱀, 앵무새, 쥐, 돼지, 수탉, 오소리, 사자, 하이에나, 얼룩말들이 리스트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루스벨트는 자신이 기르던 기니피그에 '듀이 제독'이라는 이름을 붙이는가 하면, 기르던 오소리가 시름시름 앓자 극진히 간호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뉴욕타임스(NYT)가 그를 일컬어 "대통령이자 동물원 사육사였다"고 평가했을까.

그렇다면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은 어떨까. '워싱턴의 아웃사이더' 출신답게, 그는 동물 애호 부문에서도 아웃사이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완동물을 길러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동물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20년 넘게 알고 지낸 지인이 강아지를 선물해주겠다고 해도 손사래를 쳤을 정도다. 실제로 그가 하는 말에는 동물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달 초에는 사냥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에 서명하기도 했다. 그의 두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는 표범 사냥을 한 뒤 기념 사진을 찍어 동물보호단체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조만간 상황이 바뀔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지중지하는 막내아들 배런이 올여름 학기를 마치면 백악관으로 옮겨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아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라도 마지못해 애완동물을 들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그렇다면 어떤 동물이 트럼프의 '퍼스트 펫'이 될까. NYT는 '도널드 트럼프가 어떤 애완동물을 맞게 될까'라는 기사에서 심리학자들의 분석을 인용하며 "신경질적인 트럼프에게는 개보다 고양이가 애완동물로 더 적합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기사를 읽은 독자들은 어떤 반응을 내놨을까. 대체적으로 호의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코모도 왕도마뱀'을 추천한 독자도 있었고, '플레이보이 버니'를 꼽은 이도 있었다. 압권은 '바위(Rock)'다. 앤디라고 이름을 밝힌 한 독자는 그 이유로 "트럼프가 죽이거나 학대하거나 손바닥 뒤집듯 뒤집거나 와이프에게 돌보라고 던져주거나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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