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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오디션 프로그램 한국인이 1등 만든 비결

  • 박수호
  • 입력 : 2017.09.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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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스타 게릴라콘서트에 운집한 현지인들.
▲ 갤럭시스타 게릴라콘서트에 운집한 현지인들.
[재계 인사이드-93] 정분자 남인인터내셔널 회장을 만난 건 4년 전 미얀마 출장을 갔을 때였습니다. 미얀마가 개혁개방 정책으로 외국인 투자가 급물살을 이루면서 한국 기업가들도 대거 미얀마 내수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활발하게 들어가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당시 호텔 가격이 1박에 50만원을 넘기도 했었지요. 그런 특수가 어느 정도 지났지만 여전히 미얀마 내에서 한류 열풍을 선도하는 이들은 많았습니다.

정분자 남인엔터테인먼트 회장.
▲ 정분자 남인엔터테인먼트 회장.
정 회장도 그런 인물 중 하나였습니다. 한국의 비타500, 정관장, 송월타월 등을 가져다가 그 나라의 히트상품으로 만드는 대단한 재주가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서 연초 국제전화가 왔습니다.

"기자님, 제가 또 사고 하나 친 거 같아요."

"왜요? 미얀마 정부가 한국 기업에 제재를 가하나요?"

"아, 그런 게 아니고요. 제가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맡게 됐는데요. 그게 요즘 반응이 예사롭지 않아요. 호호."

미얀마 유통 시장에서는 현지 방송광고도 많이 하고 대외 활동도 많이 해 '여걸' '여장부'로 정평이 나있다지만 방송 제작은 좀 다른 영역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한국에서 패션업 하시던 분으로 알고 있는데 콘텐츠 사업은 사실 좀 다른 영역 아닌가요?"

전화기 넘어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돌아왔습니다.

"한국에서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 메가폰을 잡았던 전만배 감독이 미얀마에 정착했는데 그분이 한국에서 인기인 오디션 프로그램을 미얀마에서 해보자 해서 기획하고 삼성에 제안을 했다고 해요. 삼성이 타이틀 스폰서로 확정이 됐는데 문제는 현지 방송사에 시간 편성을 못 잡고 있는 겁니다. 저는 마침 광고 등을 여러 편 하면서 국영방송 MRTV4 관계자들과 친분이 쌓인 상태였어요. 한류가 미얀마에서도 한창이라 이들의 한국 로케 방송을 지원하기도 했고요. 그게 계기가 돼 그럼 제가 직접 제작사를 만들어서 편성까지 연결시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저는 그런가보다 하고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국내외 뉴스에서 미얀마 국민 방송이라며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박났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왔습니다. 그게 현지 방송으로 장안의 화제가 된 '갤럭시스타미얀마(Galaxy Star Myanmar)'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갤럭시스타미얀마 시즌1 방송.
▲ 갤럭시스타미얀마 시즌1 방송.
정 회장이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시청률은 현지 기준 40%를 넘겼고 본선 진출자 10명의 팬 사인회에 미얀마 경제 중심지 양곤의 대형 쇼핑몰은 인산인해를 이뤘더군요. 게다가 지난 8월 갤럭시스타 출연진 게릴라콘서트 때는 일대 교통이 마비가 됐을 정도였고요.

화제를 이어가던 이 프로그램은 9월 초 최종 우승자가 가려지는 방송에서 MRTV4 사상 전무후무한 시청률을 기록했을 정도랍니다.

우승자 네민에이(중간)과 정분자 회장(좌).
▲ 우승자 네민에이(중간)과 정분자 회장(좌).
최종 우승자 '네민에이(NAY MIN EAIN)'는 일약 국민가수 대접을 받을 정도로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그는 원래 친구들과 모여 록밴드를 한 경험도 있을 정도로 음악을 원래 좋아했으나 생계를 위해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전까지는 휴대폰 세일즈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정 회장은 "가장 큰 장점은 성실함과 깔끔하고 강력한 성량을 가지고 있어서 한국으로 날아와 찍었던 코리아캠프 4차 경합 때 김형섭 작곡가가 본인이 작곡한 곡을 주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천부적인 목소리를 가진 인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더 자세한 얘기는 다음 일문일답에서 보시죠.

-미얀마는 이런 프로그램이 없었나요?

▷이전에도 5개 정도의 노래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현지에서 자체 제작된 프로그램이 2개, 해외에서 포맷을 사 와서 제작한 프로그램이 3개였습니다. 차별화한 점은 미얀마 오디션 프로그램 최초로 전국 15개 주를 두 팀으로 나눠서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참여자도 전국 2만5000명으로 최대 수준이었고요.

-2만5000명이 넘었다고요? 제작사 경험은 처음일 텐데 이걸 어떻게 다 진행하고 관리했습니까?

▷여러 한류 전문가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경연의 다음 단계인 프리미어 챌린지를 2차 197명, 3차 갤럭시 캠프 87명, 4차 코리아 캠프 12팀 24명, 한국으로 와서 한 달 정도 트레이닝 받으면서 국내 방송국 도움을 얻어 스튜디오에서 10팀 선정하는 식으로 구체안을 짰지요. 심사위원으로 작곡가 김형섭 씨를 비롯해 인기가수 2ne1, 공민지, B.A.P. 대현은 물론 미얀마 국민가수 퓨퓨쪼떼인을 섭외해 이 또한 미얀마에서 큰 이슈가 됐습니다.

-종전 유사 프로그램도 있었다는데 유독 미얀마에서 왜 이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었을까요?

▷아무래도 미얀마 젊은 청년들에게 할 수 있다는 꿈을 실어주고, 기존에 인기가 있던 K팝 문화를 프로그램에 접목시켰기 때문인 듯합니다. 거기에 한국에서 실제 K팝을 만든 주역에게 트레이닝을 받고, 한국 연예인에게 심사를 받으며, 우승자에게는 한국에서 싱글 앨범을 제작해 한국 무대에도 설 수 있게 한 것도 주효했고요. 나아가 미얀마에선 꿈의 액수인 우승상금 1억원 등등 그 모든 것 하나하나가 현지인에게는 놀라움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한국 기업이 얻은 경제적 효과나 반사이익도 있을 듯한데요.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있어서 타이틀 스폰서인 삼성전자가 현지에서 가장 큰 반사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미얀마는 아직 미디어법이 완벽하지 않아 사회자가 넘버원 삼성 갤럭시스타라고 수없이 외치고 끊임없는 PPL을 통해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현지에서 한국에 대한 동경을 더욱더 견고히 만드는 장이 되어서 앞으로 미얀마에서 사업을 하거나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에도 좋은 이미지로 더 쉽게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 같습니다. 한류라고 부르는 모든 것이 물론 처음부터 쉽게 구매로 이뤄지거나 효과를 이야기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미얀마에 한류를 위한 선행 투자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됐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미래 가치투자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시즌2도 준비하고 있고요. 한국 기업들의 미얀마 진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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