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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성폭력 SNS 일파만파 기업 대응책은 없나요?

  • 박수호
  • 입력 : 2017.11.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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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이드-96] 한샘, 현대카드, 한국씨티은행….

직원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퍼지면서 곤란을 겪고 있는 회사들입니다. 대표이사의 공식 사과, 홈페이지에 관련 입장 게재 등 나름 대응을 한다고 하지만 주위 반응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사건이 어느 정도 무마됐다 싶었다가도 또 다른 폭로 혹은 기업의 대응에서 미비한 점을 꼬투리 잡아 사건이 재점화되기도 합니다. 이런 사태를 겪지 않은 기업들도 "다음 타자는 혹시 우리?"라는 공포심이 생길 정도지요. 대응책을 좀 더 체계적으로 마련할 방법은 없을까요. 그래서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 회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정용민 대표에게 기업을 대신해 물어봤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일련의 사태는 직원들 간 부적절한 사건이 회사 이미지 실추, 불매 운동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보십니까?

▷최근 몇 건의 케이스를 얼마 전 미국에서 생겨난 '미투(Me too)' 현상하고 연결 짓는 언론도 있더군요. 미국의 유명 여성 셀러브리티(유명인사)가 예전 남성 셀러브리티에게 당했던 부적절한 상황을 용기 내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서 공개하는 현상인데요. 최근 한국의 기업 관련 사건들도 그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죠. 저는 최근 그런 현상과 관련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여론 법정'의 성장과 그 특성에 주목합니다. 과거 수십 년 전부터 언론과 전문가들이 한국민의 '냄비근성'을 자주 지적해 왔습니다. 그 '냄비근성'이 이제는 온라인 '여론 법정'으로 옮겨와 좀 더 강력한 파괴력을 지니게 됐습니다. 상당히 성급하게 결론 내리고 이내 쉽게 잊어버리는 특성이 온라인을 만나 더욱더 강해지고 폭발적으로 변화한 겁니다. 한국 기업 사례를 보면 피해자들은 이미 '일반 법정'을 거친 사건을 다시 공론화하는 특징을 보여줍니다. '여론 법정'을 최종심인 대법원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성 관련 사건이 크게 공론화되는데요.

▷사실 기업 내 직원 간 성 관련 사건들은 기본적으로 매우 사적인 이슈입니다. 단지 그 이슈를 둘러싼 환경에 기업이 존재한다는 것만 다른 성 관련 사건과 다른 점이죠. 그 다름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사적인 이슈가 당사자에 의해 온라인에 자세하게 공개되곤 해서 더 큰 사회적 이슈가 됩니다.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죠. 왜 그렇게 본인 스스로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공개해야만 했는지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 검찰이 주도하는 '일반 법정'의 조사 결론에 대해 사건 관련자 어느 한쪽이라도 불만을 가지면 '여론 법정'에 호소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일반 법정'을 믿지 못하겠다는 뿌리 깊은 인식도 그 원인 중 하나입니다. 그런 인식하에서는 기업에서 진행하는 내부 감사 결과 또한 더더욱 신뢰받기가 어렵습니다.

이처럼 '일반 법정'에서는 얻어내지 못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여론 법정'에서 얻고자 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여론은 이런 동기를 종종 간과합니다. 특히나 성 관련 사건은 당사자의 자세한 서술 방식으로 인해 관심이나 주목도가 상당히 높고 자극적일 수 있습니다. 사건 이후 처리 및 대응 과정에서 여론의 안타까움이나 분노를 자극하는 스토리들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기업은 그 과정에서 단순 방관자의 수준을 넘어 조직적 은폐와 위협을 일삼는 악당이나 공범자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문제의 그 기업에 사업적 피해를 입혀 잘못을 깨닫게 해야 하겠다는 여론도 생겨납니다. 불매운동과 같은 실질적 압력을 행사해서 문제를 인정하게 해야 하겠다는 것이죠. 이런 여론의 생성과 진화는 비단 이런 성 관련 케이스에서만 목격되는 것이 아닙니다. '여론 법정'의 판결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칩니다. 따라서 최근 일련의 사태는 '여론 법정'의 성장과 특성에 따른 아주 전형적인 케이스들이 몇 개 더 추가된 것이라고 보입니다.

-기업 입장에선 평소 직원 교육이나 기업 문화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개인 간 문제로 치부될 수 있는 일도 기업 이슈로 번지는 경우 어떤 시점에서부터 대응해야 할까요?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직원 대 직원 간의 성 관련 이슈는 지극히 사적인 이슈입니다. 일방적인 폭행에서 희롱에 이르기까지 유형을 막론하고 사적인 특성은 동일합니다. 따라서 일반 법정을 통해 범죄 사실을 다툴 때에도 비밀준수는 기본입니다.

기업 차원에서 문제에 개입해야 하는 순간은 그 준수되던 '비밀이 깨지는 시기'부터입니다. 일단 그 사건이 직장 내 위계질서에 의한 일방적인 것이었다면 그와 관련한 내용은 기업 내부에 설치된 핫라인이나 신고 창구를 통해 보고가 됩니다. 기업은 당연히 개입합니다. 이것이 1차적 개입입니다. 이때부터는 해당 이슈가 개인 간 사적인 이슈를 넘어 기업 내부의 이슈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는 지속돼야 하겠지만, 올바른 상황 파악을 위한 실체조사가 이뤄지고, 그에 따른 내·외부 처벌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인 차원에서 기업 차원으로 비밀의 성격은 바뀌는 것이죠.그 이후 안타깝게도 해당 기업 비밀이 당사자 한쪽에 의해 '여론 법정'에 공개되는 경우에는 더 이상 비밀이 존재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 돼 버립니다. 다시 기업이 개입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이때가 2차 개입입니다. 이 과정에서 여론 법정이 요구하는 사실은 기업이 피해 주장자를 위해 어떤 일을 했느냐에 대한 것입니다. 피해 주장자를 어떻게 보호했고, 그를 위해 어떤 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어떤 결론을 얻어 상대 측을 어떻게 조치했는가? 그리고 재발 방지와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팩트(증거)들을 원합니다. 기업은 '여론 법정'의 그 요청에 성실하게 임해야 합니다.

-사전에 이를 예방할 수는 없는 건가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일반 법정'과 '여론 법정'을 언젠가는 거쳐야 한다는 것을 그냥 전제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업이 직원 간의 문제를 감지하고, 개입해 해결하는 모든 절차를 법적 규정에 따라 정확하게 구축하고, 그에 기반해 사건이 발생하면 매뉴얼대로 조치하면 그만입니다. 그에 대해 여론 법정이 요구할 수 있는 모든 증거들을 미리 챙겨 성실하게 준비해 놓아야 합니다.

이때 기업이 감안해야 하는 것은 이런 경우 '여론 법정'에서는 양자 간 재판이 아니라 기업이 끼면 삼자 간 재판이 된다는 것입니다. 즉 재판에서 유리해지기 위해 어느 특정 편을 든다거나, 어느 특정 측을 무리하게 공격하는 변호사 같은 입장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재판장의 입장과 시각에서 시시비비를 따져 주는 검찰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직원 문제가 공개돼 기업 이슈로 번졌을 때 기업의 위기대응 매뉴얼이 있다면?

▷대응 매뉴얼은 각 회사마다 케이스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최초 감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업 위기 유형 중 가장 관리가 어려운 유형이 '내부고발' 유형인데요, 사실 성 관련 사건들은 외부로 알려지게 되면 바로 '내부고발' 케이스 같은 성격을 띠게 됩니다. 이 경우 외부 노출 가능성에 대한 최초 감지가 외부 공개 이전에 이루어질 수 있으면 가장 좋습니다. 사전에 피해 주장자와 다시 한번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감지 이후에는 빨리 대응 준비를 완료합니다. 여론 법정에서 자사의 입장을 소명할 기회를 준비하는 것이죠. 이때 대부분의 위기관리 성패가 갈립니다. 여론 법정에서 소명할 증거들이 불충분하다거나, 여론 법정에서 새롭게 밝혀질 사실들이 존재하거나, 기존에 제대로 조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피해 주장자를 보호하지 못한 책임들이 기업에 있는 경우에는 제대로 위기 관리할 방법이 없게 되는 거죠.

일단 외부로 공개돼 상호 난타전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필히 법적 조치와 일반 법정의 도움을 다시 받는 선택을 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여론 법정'에서 요청이 오면 필히 그에 대응할 준비를 해놔야 합니다. 일부 기업 측 문제가 있다면 빨리 그 부분을 인정하고 정부 조사나 조사기관 조사를 받을 준비도 해야 합니다. 이는 초기 법적으로 규정된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감내해야 할 과정입니다.

-최근에는 기업 대표가 직접 사과하기도 하던데, 잘한다고 봐도 될까요?

▷필요에 따라서요. 기업 대표자 명의의 사과문이나 해명문을 발표하지요. 이때 개선 조치라든가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제시가 포함돼야 합니다. 일부 사례를 보면 기업 회장이 직접 개선 조치를 포함 한 사과문을 배포한 경우도 있지요.

-사건이 마무리됐다고 봤는데 다시 SNS상으로 회자되는 등 추가로 화제가 번질 수도 있는데요. 이를 방지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결론적으로 없다고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대신 앞에서도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즉각적인 감지와 대응책을 잘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기업 내 성 관련 케이스들은 사내에 축적해두고 신고부터 조사와 그 조치 사항에 대한 매뉴얼을 규정에 맞게 정리해 대응하는 것밖에 왕도는 없습니다.

대신 평소 직원들에 대한 '준법 교육'을 할 필요는 있습니다. 사실 사내 성희롱 방지 교육 등에 보면 "A라는 말 표현이나 B라는 행동을 한 경우에는 성 희롱에 해당하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도덕적인 수준의 권고에 그치지요. 실질적으로 사내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려면 "문제 직원을 법적으로 징역 ○년 안팎의 형을 살게 할 수 있다" "성범죄자가 되면 신상공개가 되고, 그 여파는 어디에까지 미친다"는 등 보다 적극적인 처벌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법적으로 '상대방을 무고하게 되면 받는 무고죄' 등과 '명예훼손'과 관련한 법적 처벌 교육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 회사의 명성 관리 규정에 대한 교육과 적용도 보다 엄격하게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 대 개인 간의 문제를 통해 회사의 명성에까지 피해를 입히는 경우에는 어떤 조치가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직원들이 미리 알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회사 명성을 훼손하는 것이 곧 범죄'라는 공동 의식을 가지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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