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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환경 중시···유기농 면 생리대의 승승장구

  • 박수호
  • 입력 : 2018.02.0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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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이드-102] 지난해 생리대 발암물질 파동으로 여성용품 시장이 요동쳤습니다. 인체에 유해한 물질, 화학제품이 들어 있느니 마느니 해서지요. 주요 쟁점은 이랬습니다. 생리혈이 나왔을 때 이를 흡수하는 원재료가 무엇이냐, 과연 안전하냐, 또 그 밖에 생리불순, 생리통 유발 등 인체에 다른 영향을 주는 건 화학제품이 들어가서가 아니냐 등등이었지요. 이와 관련해 발암물질 의혹을 받은 특정 브랜드는 시중에 나와있던 제품을 거둬들이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국민 불안이 가중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판된 브랜드 제품을 전수조사해 그 과정에서 유해성 여부를 밝히고 있는데요. 1·2차에 이어 조만간 3차 발표도 예정돼 있다고 합니다. 식약처 2차 조사 발표까지는 발암물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생리대·팬티라이너 전수조사와 유해 평가 결과에서 브로모벤젠 등 24종은 모든 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았으며, 검출된 50종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히기는 했습니다.

그럼에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께름칙할 수밖에 없나 봅니다. 그래서 화학물질을 가급적 덜 쓴 제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상당히 많았는데요. 편의점이나 드럭스토어 생리대 매대도 지난해 8월 논란 이후 변화했습니다. 생리대, 탐폰만 있던 데서 '일반 생리대, 유기농 면 생리대, 면 생리대, 생리컵'으로 말이지요.

그 덕에 지난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된 브랜드가 발암물질 논란이 벌어지자 입소문만으로 완판 행진을 기록해 화제입니다.

콜만 본사 마르타 카무소 수출담당 매니저
▲ 콜만 본사 마르타 카무소 수출담당 매니저

이탈리아 브랜드 콜만(corman)인데요. 이들이 차별화한 건 커버부터 흡수체까지 미국에서 인증받은 유기농 면을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이 업체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1947년 출범해 애초 붕대 등 의료용 면제품을 생산해왔습니다. 2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병원에 납품을 하면서 보니 종전 생리대를 사용하던 여성들이 접촉성 피부염을 호소하는 사례를 많이 봤답니다. 그래서 100% 유기농 면으로 만든 여성 전용 제품을 만들어보자 했던 게 지금에 이른다고 하네요. 1988년 첫 제품이 나왔으니 이탈리아에서는 최초였지요. 그런데 제품 출시 초반만 해도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답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럽에서 점점 환경호르몬, 발암물질 등 문제가 불거지고 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답니다.

"유럽에서도 이런 화학물질 논쟁으로 인한 소비자 불안이 가중되고 있어요. 한국에서 불거진 논란과 비슷한 시기 프랑스에서도 안정성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불안해 한다는 보도가 잇따랐지요. 여성단체에서 문제 제기를 했는데 '왜 여성용품에 부가가치세를 물리느냐, 이건 필수품인데 남녀 차별이다'라는 주장으로 시작해 '그런데 여성용품, 특히 생리대 안에는 어떤 화학물질이 들어가는지 시원하게 밝히지 않느냐'로 번졌습니다. 그러면서 케모포비아(Chemophobia·화학을 의미하는 'Chemical', 혐오를 의미하는 'Fobia'가 합쳐진 단어로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이 신체에 유해한 경우가 점점 늘어나면서 이를 두렵게 느끼는 현상)으로 진화해 결국 가장 신체에 안전한 유기농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났습니다."

최근 한국을 방한한 콜만 본사 수출 담당 매니저 마르타 카무소 씨의 전언입니다.

이처럼 콜만의 유기농 면 생리대 기업철학에 동감하는 국가가 점점 늘면서 2월 기준 44개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유기농면 생리대 콜만 수입대행사 에이엠케이 성그레이스 대표
▲ 이탈리아 유기농면 생리대 콜만 수입대행사 에이엠케이 성그레이스 대표

한국에선 좀 늦은 감이 있지만 2016년에 첫선을 보였는데요. 에임케이(AIM. K)라는 수입사를 통해 처음에는 면세점에만 입점했다가 지난해부터 백화점, 온라인쇼핑몰 등에 두루두루 조금씩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8월 논란 이후부터 한마디로 난리가 났답니다. 일반 생리대 가격이 5000원대라면 여기 브랜드는 7000원대인데도 이곳 홈페이지에서는 수시로 품절됐다는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네요. 제품을 올리면 1분 만에 완판되기 일쑤였으니까요.

성그레이스 에임케이 대표는 "식약처에서는 유기농이란 표현에 대해서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특히 생리대에서 유기농이란 표현을 얻기는 쉽지 않다. 다만 콜만은 해외에서 이미 유기농 면을 사용한다고 여러 곳에서 인정받고 실제 팔리다 보니 알아서 고객들이 찾아 주문이 쇄도했다"고 소개합니다.

"유기농 면으로 만든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과 이러한 제품을 제조하는 것은 단순히 우리 몸의 건강뿐 아니라 환경까지 생각하는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일회용 생리대나 기저귀를 땅에 묻으면 200년 이상 썩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지만 생분해 가능한 소재로 만들어진 생리대, 특히 콜만처럼 커버부터 흡수체까지 오직 유기농 순면만 사용한 생리대는 자연 상태에서 90일 이내에 90% 이상 생분해돼 자연 퇴비로 사용됩니다."

사실 생리대는 꾸준히 화학제품을 쓰는 쪽으로 진화해왔습니다. 생리혈이 많은 날에는 흡수를 단숨에 해줄 수 있게 하기 위해 화학처리한 흡수제를 넣은 제품이 시중에 나오자 90% 이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요. 통상 국내 생리대 시장을 5000억원 정도로 보는데 거의 장악했다고 보면 됩니다.

잠깐 여기서 흡수제 얘기를 좀 짚고 넘어갈게요. 흡수제 하니까 이해가 좀 어려우시죠. 시중에 파는 조미김을 뜯어보면 눅눅해지지 말라고 작은 알갱이가 담긴 작은 종이봉지가 같이 있잖아요. 그 조그만 알갱이 같은 게 생리대에 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겁니다. 그만큼 흡수력이 좋겠지요. 다만 문제는 몸에 닿는 면과 흡수제 사이가 너무 가깝다 보니 불안하게 느끼는 이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는 겁니다. 또 시중에는 유기농 면이 아닌 일반 면 제품도 있는데요. 콜만은 일반 면 사용도 뭔가 좀 께름칙했다고 합니다. 세계자연기금(WWF) 자료를 보니 전 세계 20% 이상의 목화 농사에서 농약, 살충제가 사용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보고 더더욱 그랬다지요. 성그레이스 대표는 "일반 티셔츠나 의류라면 새 옷을 빨아서 입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생리대는 바로 몸에 닿는 제품인데 아무리 일반 면이 안전하게 나왔다 해도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다는 고객들이 콜만 제품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자연 친화적 제품을 생산해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것, 이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본인도 초경을 앞둔 딸을 둔 엄마 입장이라 이 사업을 사명감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콜만의 잔잔한 돌풍을 바라보면서 점점 국내 시장도 좀 비싸게 가격 책정을 했으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꾸준히 환경을 중시하는 업체가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찌 보면 유기농 면 제품은 생리대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에는 당연히 썼을 텐데 이후 기술 발전으로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제품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 다시 환경 문제가 불거지며 재조명받는 걸 보니 세상은 친환경 중시 쪽으로 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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