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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식(魚食) 열풍 코리아'···일식집 창업? 회 못 떠도 OK

  • 나건웅
  • 입력 : 2018.05.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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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직썰 - 어디서도 듣지 못하는 자영업 이야기-1] 깜짝 퀴즈 하나. 세계에서 해산물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일본'을 첫 번째로 떠올릴 사람이 많겠지만, 정답은 바로 '한국'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해산물 섭취량은 우리나라가 58.4㎏으로 1위. 2위 노르웨이(53.3㎏), 3위 일본(50.2㎏)을 가볍게 제쳤습니다. 전 세계 평균(20.2㎏)에 비하면 무려 3배 가까이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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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식백세(魚食百歲)'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해산물을 많이 먹으면 장수한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기대수명이 가장 긴 나라도 한국입니다. 물론 잘 정비된 의료보험 체계와 세계 최저 수준의 비만율 덕분일 수도 있겠지만 어식백세가 터무니없는 얘기로만은 들리지 않는 이유죠. 생선을 많이 먹으면 비만율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까요.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인의 해산물 소비도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25년에는 한국인의 해산물 섭취량이 지금보다 10% 더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이러한 '어식 트렌드'는 자영업 시장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우후죽순 불어났던 '연어 무한리필' 가게가 대표적인 사례죠.

그런데 잘나가던 연어 무한리필 가게, 요새는 잘 안 보인다고요? 맞습니다. 무한리필을 해줘도 지장이 없을 만큼 뚝 떨어졌던 연어 가격이 근래 오름세를 보이면서 부담을 느낀 가게들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인데요. 사실 여기에는 국제적인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한리필 가게가 생겨날 무렵, 연어 가격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뜻밖에도 '노벨 평화상' 때문이었습니다. 노벨 평화상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선정하는데 2010년에는 중국의 반체제 운동가 류사오보가 받았습니다. 문제는 노벨위원회 결정에 화가 난 중국 정부가 노르웨이에 연어 수입 중단 조치를 내렸다는 겁니다. 마치 한국 '사드 보복'처럼 노르웨이에 무역제재에 나선 거죠.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인 중국이 수입을 줄이자 전세계적으로 연어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마침 해산물 수요가 늘고 있던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여기서 기회를 봤습니다. 연어 무한리필 가게가 성업하게 된 배경이죠. 하지만 지난해 5월 중국과 노르웨이가 화해하고 연어 수입을 재개하면서 연어 수입 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지가 안 맞게 된 연어 무한리필 가게들은 차례차례 문을 닫고 있죠. 두 나라의 화해 무드가 한국 자영업자에겐 오히려 타격이었던 셈입니다.

연어 무한리필 가게가 최근 주춤하다지만 한국의 어식 트렌드에는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됩니다. 그간 높은 가격 때문에 연어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한국인들이 이제 '연어 맛'을 알게 돼버린 거죠. 이제 한식이나 중식에도 연어 샐러드가 사이드 메뉴로 나올 만큼 한국은 연어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전반적으로 연어에 대한 우리 국민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중입니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가 지난해 한국인 수산물 소비행태를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자주 먹는 생선으로 고등어(42%), 갈치(13%), 오징어(8%), 조기(7%)에 이어 연어(5%)가 5위를 기록했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순위죠.

연어 외에도 각광 받는 어식 창업 아이템이 또 있습니다. 바로 '일식'입니다. 일본은 섬나라답게 생선을 이용한 요리가 많죠. 일식의 인기는 통계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매경이코노미가 신한카드와 손잡고 주요 지하철역 상권 반경 1㎞ 이내 카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15년 대비 지난해 일식 결제 증가율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홍대입구(37.8%), 강남(37.7%) 등 전통의 강호는 물론 용산(91.4%), 공덕(54.7%), 왕십리(43.4%) 등 새로 뜨는 상권에서도 일식의 강세가 보입니다. 일본 여행이 급증하면서 일식에 대한 선호가 크게 늘어난 것도 일식이 '핫'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요즘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여행 가는 나라도 일본이라죠. 지난해에만 700만명 넘는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사드 보복 이전인 2016년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엄청나게 밀려올 때 연간 800만명 정도가 한국을 찾았다고 하니, 최근 한국에 부는 일본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겠죠.

요새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일식 창업을 생각하는 분도 많으실 텐데요. 막상 창업을 준비하기에 앞서 고민도 있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회를 뜨는 기술이 필요할 테니 아무나 창업하긴 힘들지 않겠나'라는 의문이 드는 거죠. 하지만 요즘은 전문 기술이 없어도 쉽게 일식집을 열 수 있습니다. 초밥에 얹기만 하면 바로 팔 수 있게 회를 '필렛(생선의 살만 뜬 포)' 형태로 손질해서 납품해주는 업체도 많아졌고, 횟집 프랜차이즈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죠. 협동조합 형태의 횟집 프랜차이즈 '어사출또'는 가맹점이 100개가 넘을 만큼 성업 중입니다.

꼭 일식이 아니더라도 해산물을 활용한 창업 전략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높은 마진율이 매력이죠. 알기 쉽게 농산물과 비교해볼까요? 농산물은 농부가 1년 내내 씨 뿌리고 밭 갈고 거름 주고 농약도 뿌려야 하지만, 해산물은 그냥 자연에서 자란 생선이나 해조류를 배 타고 나가서 잡아오기만 하면 됩니다. 비교적 원가가 낮고 부가가치는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죠.

물론 일식이나 횟집을 창업할 때 주의해야할 점도 있습니다. 해산물은 잘못 먹으면 식중독에 걸리기 쉽습니다. 도마를 관리하는 방법만 수십 가지가 될 만큼 고도의 청결성을 요구하는 음식이죠. 업계에 따르면 요즘 경험이 부족한 청년 자영업자들이 일식집을 많이 창업해서 식중독 사고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업계에선 창업 전 횟집에서 최소 1~2년 이상 일해 볼 것을 당부합니다. 다른 노하우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위생 관리 방법'을 익히기 위해서죠. 또 예상하지 못한 추가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아무리 해산물 마진율이 높다지만 조금만 신선도가 낮아져도 상품 가치가 확 떨어지기 때문에 '로스(loss)율' 역시 높기 때문이죠. 전문 주방장을 고용할 경우 인건비가 많이 든다는 점도 명심해야 합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자영업 전문 팟캐스트 '창업직썰'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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