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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적인 개방 준비에 나선 북한이 생각할 것

  • 장혜원
  • 입력 : 2018.06.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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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 작업을 했다. 북한 군인이 4번 갱도 앞을 지키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지난달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 작업을 했다. 북한 군인이 4번 갱도 앞을 지키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우리가 몰랐던 북한-13] 최근 북한의 각 도의 인민위원회 관광국들이 관광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으로 분주하다. 지난 5월 초 김정은의 중국 다롄 방문 이후 북한 국무위원회는 '조성된 정세의 요구에 맞게 지방단위의 관광사업을 진공적으로 벌릴 데 대하여'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이 지시에 따라 각급 인민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무역과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만들어 상급단위에 보고해야 한다.

소식통에 의하면 함경북도 인민위원회 관광국은 연길, 화룡, 도문 등 조선족자치주에 공문을 보내 여행상품을 안내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박3일 코스로 명천군 칠보산 관광과 경성군 주을온천 체험관광이 있고, 당일 코스로는 라진선봉시 시내관광과 경흥군(구 은덕군) 청학약수 체험관광이 있다. 중국의 관계자는 "북한이 대북제재 해소를 기대하고 미리 경제 활성화를 위한 준비 사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명승지를 중심으로 부분적으로나마 개방하려는 정책 변화의 하나로 보인다.

그러나 도 인민위원회의 야심찬 계획과 달리 조선족자치주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특히 명천군의 경우 풍계리 핵실험장과 이웃하고 있어 조선족들 사이에서는 무서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방사능 피폭으로 기형아가 늘고, 노른자 없는 계란이 나오는 게 다반사라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돼 길주군과 명천군은 물론 경성군까지도 관광을 꺼린다고 한다.

지난 22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취재하기 위해 북한에 갔던 영국 스카이뉴스 기자가 원산에 도착한 후 선량계(고에너지 방사선의 선량을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기기)를 압수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는 방사능 피폭에 대한 그간의 우려와 소문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함경북도 인민위원회의 관광 활성화 계획은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다른 지방단위(도)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인 강원도에는 금강산과 명사십리, 총석정 등 자연경관이 뛰어난 명승지들이 많고 도로 사정도 다른 곳에 비해 더 낫다. 그러나 현금, 건설자재 등 각종 명목의 개인 부담이 늘어나면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올해 공화국창건기념일(9월 9일)까지 완성하려던 목표도 내년으로 연기됐다.

김정은이 관심을 두고 있는 관광지구사업도 힘겹게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관광 활성화 대책은 주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나마 국경과 인접한 도시들은 외부와 가깝다는 혜택이라도 있지만, 함경남도나 황해도 같은 지역의 상황은 아주 열악하다. 교통, 전기 등 전반적인 생활 인프라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지방단위의 힘만으로 관광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무리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의 시도는 외부 세계와의 소통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김정일 시대에는 관광업을 '자존심을 팔아먹는 행위'라며 경계했었다. 따라서 이런 변화는 북한이 나름대로 큰맘 먹고 부분적으로 나마 제한된 범위 내에서 외부와의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는 증거다. 지금 북한의 계획경제는 시장화의 진전을 빼면 사실상 허울뿐이다. 자력갱생이라는 경제정책의 기본 성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차라리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처럼 개방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빠른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중국과 베트남은 정치체제를 그대로 두고 경제개혁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북한에 매력적인 모델이다.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면 이 두 나라의 경제개혁 이행과정은 달랐다. 조건과 환경, 능력과 규모가 모두 달랐다. 따라서 지금 이뤄지고 있는 일들은 북한만의 길을 찾고 있는 과정이라 보인다. 이 과정에서 화폐개혁이라는 큰 실패도 경험했고, 6·28방침(김정은이 2012년 6월 28일 밝힌 농업, 공업 등의 각 분야에서 성과에 따라 생산물을 분배한다는 방침) 이후 약간의 성과도 맛봤다.

북한은 두 번 다시 오기 힘든 기회와 마주하고 있다. 북한이 늘 주장하는 자력갱생도 좋지만, 국제사회와 더불어 공생하는 길에 국가번영과 인민생활 향상이 있다는 사실을 북한당국은 받아들여야 한다.

[장혜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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