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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방관료와 중앙당과의 미묘한 관계변화

  • 이우찬
  • 입력 : 2018.06.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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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우리가 몰랐던 북한-24] 오늘날 많은 국가에서 헌법상으로 또는 국가적 요소의 하나로 지방자치제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같은 연방국가에서는 각 주마다 행정과 입법, 사법 등의 역할을 분권화해 나라 안에 작은 나라를 형성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하나의 행정부를 구성하고 입법기관과 사법기관을 분권화하고 행정에 있어서 지방자치제를 보장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도 있다.

이렇게 하나의 국가 안에서 각 지역 특성에 맞게 지방자치를 분권화하는 것은 지역적 특색을 살리고 행정의 효율적합성을 살리기 위해서다.

각 나라마다 지방자치에 대한 통치 구조 원리는 다르지만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지방관료주의가 심화됨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관료들이 마치 그 지역 안에서 왕이라도 된 것같이 부정부패를 일삼기도 하고 지역을 살리기 위한 정책 실현보다는 자신들의 지위를 더 높이려고 그 지역에 맞지도 않는 정치공약으로 세금을 낭비하는 것을 우리는 뉴스를 통해서 보기도 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이나 북한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북한이 지방의 일부분까지도 하나와 같이 통치하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또한 어떻게 북한 주민들이 하나같이 조선노동당의 지도 원리에 따라 일사천리로 움직이는지 의아해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지방관료들이 또 다른 지배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북한은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를 중심으로 도당·시당·군당 등의 각급 지방당위원회로 하나의 통일체를 이뤄 지역적 특색보다는 우선적으로 중앙당위원회에서 결의하고 하달된 사항을 집행하는 집행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당위원회가 최고권력기구 역할을 하지만 비밀조직인 국가사회안전보위성이 항상 당의 최고인민위원회대의원들과 각 도·시·군의 당관료들에 대한 감시를 도맡아왔다.

북한은 국가권력의 최고지도자가 바뀌면서 그 조직체계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지만 이중삼중으로 거의 모든 당관료를 감시하고 중앙당에 이를 보고함으로써 당관료들의 해임과 그에 따른 처벌을 하는 것이 거의 관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북한에도 이러한 하나된 조직체에 상당한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최근 소식통에 따르면 우선 각 지역의 당관료들을 감시하는 기관들이 당관료들과 한통속이 돼 우선적으로 자신들의 부를 형성하기 위해 부정부패를 일삼는 다는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북한 일부 지역에서 부패화 현상들이 일어났고, 군내에서도 부패화 현상이 일어나 대규모 숙청과 함께 군단 규모 병력이 서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의 중언에 따르면 함경북도 청진시 라남구역에 있는 제6군단의 부정부패로 인해 군단장·군단정치부장 등 주요 고위급 인사들이 공개 처형되는 일이 있었으며 6군단과 전방부대인 제1군단(강원도 철원 주둔)이 서로 교체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예전과 달리 최근 북한 지방 당관료들이 새로운 지배세력으로 등장하게 된 배경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각 지역 도당위원장(조선노동당 최고인민위원회대의원 겸임) 등은 중앙당으로부터 막대한 혜택을 부여받아왔는데 현재 대북제재가 시행된 이후 중앙당으로부터 혜택이 줄어들자 내부적으로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세력을 모아 갖가지 명목으로 뇌물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각종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그들은 주변에 친인척 관계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을 각종 지위에 배치해 부정부패 현상이 날로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북한의 최고권력기구인 중앙당으로부터 그 어떤 제재나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은 지방당관료들이 새로운 지배세력으로 등장한 것이라기보다는 자금난으로 어려운 중앙의 묵시적 허락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대북제재로 당자금 확보가 어렵게 되다 보니 지역당관료들을 중심으로 자금을 확보해 중앙당으로 보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핵무기 개발에 집중해온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비핵화에 대한 협상카드로 '체제 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현실적 시각에서 보면 북한의 최고권력기구의 자금 조달에 문제가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지방당관료들이 북한 최고권력자에 대한 충성심으로 자신들이 주민들로부터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인지, 아니면 최고권력자에 대한 불신으로 자신들이 살길을 찾기 위해 부를 축적하려고 하는지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북한 체제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자신들의 길을 찾을지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다. 북한 지방당관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들만의 지배세력들을 확장해나간다면 또 어떤 북한 주민들의 희생과 고통이 따를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우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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