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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신흥부자 '돈주' 중에 제2의 마윈 나오기 힘든 이유

  • 장혜원
  • 입력 : 2018.07.0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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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몰랐던 북한-26]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바로 '돈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돈주는 북한의 부동산업, 제조업, 무역 등 여러 방면에서 시장경제 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다. 돈주에 대한 평가와 분석이 분분하지만, 아직은 자본가라기보다는 부유층에 더 가깝다고 보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북한 경제의 '자생적인 시장화' 혹은 '아래로부터의 시장화'가 현재의 수준에 올라서기까지 돈주의 역할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고리대금업에서부터 무역, 직접투자에 따른 경영활동에 이르기까지 돈주들의 투자 분야는 다양하다. 투자 규모를 보면 10만달러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돈주가 24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으며 일각에서는 100만달러가 넘는 돈주들도 상당수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추정 자료의 신빙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북한에 새로운 부유층이 형성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기존 부유층은 북한의 세습 국가 형성에 기여한 정치적 엘리트들과 그의 후손들이다. 그들이 누리고 있는 출세의 우선권과 경제적인 우대는 일반인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한마디로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지위가 아니었다. 돈주의 성장은 기득권에 대한 신선한 도전으로 기성 엘리트 계층에는 경계해야 할 세력의 부상이었고, 일반인들에게는 희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 무렵 중앙기관은 물론 지방단체들에도 외화벌이 바람이 대거 불기 시작했는데, 출세와 부에 대한 꿈을 안고 많은 이들이 도전했다. 더불어 '와크(무역권한)'에 의존해 내부 원료를 채취·가공하여 수출하던 일반적인 무역 패턴에서 벗어나 국내에서 직접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내수시장 개척과 확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시장에 대한 통제와 방임을 반복하던 북한 당국의 태도도 시장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처럼 보였다. 돈주들은 계획경제의 틀 안에서 권력자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특수한 관계를 만들며 그들만의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나갔다. 눈에 띄는 부자들이 생겨났고, 그들이 쌓은 부는 당 권력 부럽지 않은 힘을 가지는 듯했다.

그러나 기득권층은 이를 두고만 보지 않았다. 2000년대 후반 북한의 한 지방 도시에서 단위책임자(CEO) 3명에 대한 인민재판이 열렸다. 넓은 경기장으로 사람들을 집결시켰는데, 특히 외화벌이 부문에서 일하는 단위책임자, 회계담당자 등은 반드시 참가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 말이 인민재판이지 변호사의 변호나 본인들의 항변 하나 없이 집행자가 판결문을 읽었고 바로 죄수들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그날 사형수로 끌려온 3명의 죄목은 국가재산 횡령과 방탕한 사생활이었다. 개인의 재산권이 사실상 보장되지 않는 북한에서 사적으로 소유하는 회사는 존재할 수 없다. 개인 자금을 투자해도 명목상으로는 국가의 소유다. 단위책임자 입장에서 각종 사회지원과제를 수행하고 권력자들의 끝없는 탐욕을 채워주려면 모든 경영활동을 투명하게 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중 장부는 기본이고 회사 재산 및 생산물에 대한 불법적 처분도 종종 하게 된다. 공공연한 관행이지만, 일단 표적이 되면 벗어나기 힘들다.

이 사건이 있고 나서 외화벌이를 하는 사람들은 큰 교훈을 얻었다. 돈을 너무 많이 벌면 권력자들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어도 티를 내지 말아야 한다. 1990년대 초·중반 북한에 닥쳤던 경제적 위기 이후 관료들의 생활을 충분히 보장해주지 못하는 정부, 정부가 눈감아줄 수 있는 부패의 수준, 관료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면서도 투자자가 만족할 만큼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비즈니스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북한에서 경영하고 있는 사람들의 암묵적인 원칙이다. 북한에 돈주는 있어도 마윈이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지난해 북한은 '려명거리'를 건설하면서 5만달러를 바친 사람들은 바로 '화선(火線·전투의 최전선)입당'을 시켜줬다. 화선입당은 6·25전쟁에서 북한이 전투에서 공을 세운 사람을 즉시 입당시켜주는 것에서 생긴 말로, 후보당원 생활 1년 과정을 하지 않고 바로 정당원이 된다. 북한은 려명거리 건설을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의 치열한 대결전"이라고 선전한 바 있다. 그 대결전에 가장 필요했던 것은 결국 달러였다. 달러는 필요하지만 특정인에게 달러가 지나치게 집중되어 재력이 커지는 것을 북한은 여전히 용납하지 않는다. 심지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재산권도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2012년 중국 대기업 시안그룹의 실패가 대표적인 사례였고, 지난해는 북한에서 이동통신 서비스사업을 하고 있는 오라스콤의 철수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근 남북 관계 개선으로 남북 경제협력과 외자 유치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실제 투자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재산권이 보장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자국 투자자들에게는 약탈적인 북한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재산권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하다.

[장혜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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