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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햄이 국내 대기업 제치고 베트남 1위 식품업체와 손잡게 된 이유

  • 박수호
  • 입력 : 2018.07.0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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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
▲ 재계에서 '형제경영' 모범 사례로 인정받고 있는 박정진 진주햄 사장(좌), 박경진 진주햄 부사장
[재계 인사이드-121] 최근 진주햄이 베트남 최대 식품 대기업인 마산(Masan)그룹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베트남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혀 화제가 됐습니다. 진주햄은 마산그룹 계열사 사이공 뉴트리푸드의 신주 25%를 인수하며 조인트벤처(JV) 'Masan Jinju JSC'를 설립할 예정이랍니다. 무심코 흘려들었을 때만 해도 '회사가 진주니까 경남 인근 마산 지역 업체랑 손잡았나보다' 했는데 사실관계가 두 개나 틀렸더군요. 진주햄은 경남 진주에서 나온 햄이 아니라 지역과 관계없는 육가공 회사입니다. 한때는 재계 30위권인 조양상선그룹에 속해 있었지요. 재계에서 '형제 경영'의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현 경영진 박정진 사장, 박경진 부사장의 할아버지가 바로 고(故) 박남규 회장이었습니다. 그룹에 위기가 오면서 현 경영진의 선친 박재복 회장이 진주햄 경영권만 지켜왔던 게 오늘날에 이릅니다. 그래도 1963년 설립이니 꽤 유서깊은 기업이지요. 즉 진주햄은 '경남 진주와 관계가 없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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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마산그룹 얘기를 해볼게요. 국내 회사가 아니라 베트남 1위 식품 대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37조6210억동(약 1조7870억원), 영업이익 4조4290억동(약 210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베트남 증시에도 상장돼 있는데 시가총액이 약 4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진주햄의 지난해 매출액이 1185억원이었으니 마산그룹이 15배 가까이 크지요.

국내 유력 육가공 업체라지만 덩치는 한참 작은 한국 기업과 베트남 식품 1위 기업이 어떻게 손을 잡게 됐을까요? 박정진 사장, 박경진 부사장에게 직접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Q. 베트남 직진출도 고려할 법한데 조인트 벤처를 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정진 사장 = 진주햄이 직진출보다 JV를 택한 것은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육가공 사업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사업이므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 제품을 어떻게 마케팅하고 판매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진주햄이 직진출해 사업을 펼친다면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겠죠. 그런데 브랜드를 만들고 영업망을 구축하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 겁니다. 마산그룹이 함께 하면 이미 베트남에서 많은 식품군에 대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베트남 국민의 98%가 마산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니 영업망 면에서 일단 안심할 수 있겠더군요. 또 베트남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기획하고 브랜드 파워를 쌓아가는 데에도 탁월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두 회사가 역량을 극대화하는 게 더 낫겠다고 봤습니다.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하는 베트남 육가공 시장을 선점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요.

Q. 이번 합작사 설립에 무려 2년 여 협상 기간이 걸렸다는데 어떤 이유에서였나요?

▷박경진 부사장 = 진주햄과 마산그룹이 인연을 맺은 것은 사실 약 4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베트남에 '천하장사'를 수출해 보겠다고 지인의 소개를 통해 알게 된 마산그룹을 찾아가 저희 제품을 수입 해달라 떼쓰듯 졸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출 건은 현실화 되지 못했어요. 대신 육가공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마산그룹은 진주햄에 여러 자문을 하더군요. 그래서 계속 인연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2016년 8월 진주햄은 마산그룹에 합작사 설립을 공식 제안했습니다. 처음에는 씨도 안 먹혔습니다. 마산그룹은 베트남 식품산업 분야에서 이미 압도적인 1위 기업이고, 다양한 제품군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온 경험도 있기에 합작사보다는 2015년 인수한 계열사 SNF(Saigon Nutri Food)를 키워 자력으로 육가공사업을 구축하는 데 더 큰 관심이 있었어요. 그렇게 지지부진하던 합작사 설립 논의는 마산그룹이 신제품 개발, 품질 유지 등에서 난관에 부닥치면서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됐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인 협상과정을 거쳐 지난달 결실을 봤습니다.

Q. 마산그룹은 베트남 1위 기업이라고 들었는데 국내 대기업도 많이 접촉했을 텐데 진주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경진 부사장 = 앞서 말씀드린 마산그룹과의 인연도 이유 중 하나이겠습니다만 제일 중요한 것은 진주햄이 가진 기술력과 경험이 마산그룹에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직 베트남 시장은 전 유통채널의 90% 가까이가 전통시장이기에 콜드체인(냉장유통)을 기반으로 한 유통망이 미성숙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1970년대가 그랬던 것처럼 냉장 육가공 제품보다는 (분홍 소시지나 천하장사 같이) 상온유통이 가능한 레토르트 소시지가 당분간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주햄은 레토르트 육가공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십년 간 국내 1위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에 마산그룹이 지금 당장 필요한 부분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최상의 파트너라 자부해요. 또 진주햄은 한국 최초 육가공 회사로서 한국 경제, 육가 공시장이 발전해 온 과정을 목도하고 경험해 왔기에 유사한 발전과정이 예상되는 베트남 시장에 있어 직접적인 경험을 공유해 줄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생각합니다.

Q. 베트남 육가공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실제 베트남 사람들이 즐기는 육가공 제품은 뭐가 있나요?

▷박정진 사장 = 베트남의 돼지고기 1인당 소비량은 중국,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3위에 이를 정도로 많으며 육류 시장 전체는 약 1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비즈니스모니터인터내셔널 추정치)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거대한 육류 시장에서 육가공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 미만으로 걸음마 단계입니다. 마산그룹과 저희는 베트남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육가공시장도 향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 중기적으로 육류 시장의 7~10%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선진국들과 비슷한 20~50%에 이를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직 베트남은 육가공 시장이 초기 단계여서 대표적인 육가공 제품은 없다시피 한 상황입니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주요 제품으로는 육함량이 높지 않고 가격이 저렴한 레토르트 소시지나 베트남 전통 소시지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Q. 진주햄 제품 중에서 현지에서 생산했을 때 바로 먹힐 만한 아이템이 있다면?

▷박경진 부사장 = 합작사 설립 이후 출시할 제품에 대해서는 이미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려지만 상온 소시지 분야가 유력할 것입니다. 돼지고기를 활용한 소시지보다 어육 소시지가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돼지고기를 더 선호하는 베트남 소비자의 특성상 이를 반영한 제품이 첫 출시작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한국에서 2015년 가평 소재 수제맥주 양조장 카브루(Kabrew)를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국내 최대 규모 샐러드 프랜차이즈 스타트업 '샐러디(Salady)'에 지분 25%를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육가공품 외에도 이처럼 다양한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는데 직접 제조하거나 관계사가 베트남으로 직접 진출할 생각은 안 했나요?

▷박경진 부사장 = 돼지고기를 활용한 육가공 제품은 국가마다 수출이 가능한지를 결정짓는 법적 요건이 모두 다르기는 합니다. 베트남의 경우 수출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할 경우 국내의 높은 원가에 운송료까지 더해지게 되므로 베트남 현지에서의 판매가격은 로컬 제품들에 비해 너무 높아지게 되고 따라서 현실적으로 판매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Q. 애초 자본금 40억원 이외에도 앞으로 투자금액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분이 25%(마산그룹 계열사인 사이공 뉴트리 푸드의 신주 25%를 최근 380만달러에 인수하며 합작사를 설립하고 현지 육가공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음)면 목소리를 내기 힘든 것 아닐까 우려도 있습니다.

▷박정진 사장 = 투자금액을 위한 자금조달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질 예정인데 만약 증자가 필요한 경우에는 주주 간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습니다. 또 진주햄은 소수주주인 바 경영권 행사는 마산그룹이 주도권을 쥐겠지만 이사회 의석 확보, 주요 경영진 선임, 특정 사안에 대한 거부권 등 진주햄의 목소리를 내면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장치는 마산그룹과의 주주 간 계약을 통해 확보한 상황입니다.

Q. 베트남 이외 국가에서 현재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곳이 있나요? 또 추가로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가 있습니까?

▷박경진 부사장 = 사실상 베트남이 첫 케이스라고 보면 됩니다. 다만 수출의 경우 중국을 중심으로 큰 성과를 내고 있으며, 올해는 전체 매출의 15%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은 기존 천하장사 제품에 더해 지난해 출시한 더블링 제품이 큰 인기를 모으면서 소비자 층을 유아에서 청소년, 성인으로 확장해 가고 있고, 이에 따라 올해는 전년 대비 약 40%에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중국 이외에 홍콩, 미국, 캐나다 등의 시장에서도 '한국교민'이 아닌 현지인(미국, 캐나다의 경우 현지 화교)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2022년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세부 내용이 궁금합니다.

▷박정진 사장 = 2022년 2000억원의 매출계획은 선언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제품, 판매계획을 기반으로 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입니다. 상온 레토르트 소시지 부문에서 혁신적 신제품을 기초로 베트남 시장 내 육가공 시장을 새로 창출하면서 1등 업체로 올라설 계획이고, 마산그룹이 지난해 중반 출시한 미트볼 제품군(우리나라 레토르트 미트볼 같은 제품)도 대폭 강화해 관련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차지할 예정입니다. 진주햄의 기술력과 마산그룹의 영업, 마케팅 역량이 더해진다면 2022년 2000억원의 매출도 결코 공격적인 목표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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