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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게릴라부대에 대항한다' 中접경지대에 군단 창설한 북한

  • 장혜원
  • 입력 : 2018.07.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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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우리가 몰랐던 북한-33]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군에 새로 생긴 군단(軍團)이 있다. 바로 제12군단이다. 김정은국무위원장이 명실상부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전면에 나선 첫해인 2012년 만들어진 12군단 사령부는 양강도 혜산시에 위치하고 있다. 12군단이 생기기 전까지 북한군에는 11개 군단이 있었다. 지역별로 보면 강원도에 세 개 군단(1군단·5군단·10군단)이 있고 황해북도(2군단), 남포시(3군단), 황해남도(4군단), 함경북도(9군단·1995년 6군단사건 이후 9군단으로 개칭), 함경남도(7군단), 평안북도(8군단), 평안남도(11군단)에 각각 한 개의 군단이 자리하고 있다.

이외에도 북한군에는 기계화군단급 무력 6개와 전략군, 특수군, 내무군 등 특정 임무에 최적화된 군력과 군종, 병종별 훈련소, 사령부들이 있다. 중국과 이웃하고 있고, 대부분 산악 지형으로 돼 있는 양강도와 자강도는 타 지역에 비해 군 전력이 약한 편이었다. 양강도에 12군단이 만들어지면서 이 지역에도 군단급 전력이 생긴 셈이다.

언뜻 보면 군사적으로 약한 지역에 병력을 보강하여 균형을 맞추는 전략으로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12군단이 만들어지게 된 명분이다.

한국과 멀리 떨어져 있고, 중국과 이웃하고 있는 혜산에 주둔하고 있는 12군단의 목적은 한국군 게릴라를 막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12군단의 전력도 흥미롭다. 각 군단에서 대대단위로 차출하여 만든 12군단에는 3개의 현역 여단이 있다. 제42장갑보병여단, 제43스키경보병여단, 제934포병여단이다. 기존에 있던 스키경보병 전력이 증강·재편된 것은 빼더라도 새롭게 장갑무력과 포병무력이 추가됐다. 산이 많은 지역 특성과 게릴라 대항이라는 목적을 봤을 때, 다소 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진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전문가들 분석이 우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이를 두고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안전부요원들은 중국을 여행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접근하여 12군단에 대한 정보 수집을 대대적으로 벌였으며, 중국 인민해방군 당국은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 무관을 불러 따지기도 했다. 중국과 이웃하고 있는 이 지역에는 중국인 개인 투자가 비교적 많이 이뤄져 있고, 또 중국인들도 자주 드나들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이 한반도 유사시 중국인 및 중국인재산권 보호를 구실로 충분히 무력을 진주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대외적으로 '피로 맺어진 조·중 친선' '순치(脣齒) 관계(입술과 이처럼 이해관계가 밀접한 둘 사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등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불신의 골이 깊다. 이러한 감정의 골은 최근 달라진 양국 간 관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북한에서 당 간부들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좋아져도 중국을 믿으면 안 된다는 선전선동부의 강연이 있었다. 특이한 점은 강연에 앞서 자료 배포도 없었고, 녹음을 할 수 없도록 철저히 단속한 것이다. 강연 자료가 유출돼 증거로 쓰인 사례가 많아 사전에 이를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강연 내용의 핵심은 '중국은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면 언제든지 우리를(북한을) 배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1992년 한국과 외교관계를 맺은 것도 그렇고, 남측 기업들을 중국에 대거 받아들인 것만 봐도 그렇다는 것이다. 또 남측이 요구한다 하여 탈북자 문제도 눈감아 준 적이 많고 필요하면 중국에 필요한 탈북자들은 직접 관리하고 이용하기도 하기 때문에 당 일군들은 중국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내용들도 강연에 포함됐다.

중국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국정부 관료들 속에서 북한은 믿을 만한 나라가 못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북한은 역사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양쪽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중국을 배반한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아버지나 할아버지처럼 언제든지 태도를 바꿀 수 있다. 같은 핏줄이므로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언제나 북한을 감싸주는 중국과, 기회가 될 때마다 혈맹을 강조하는 북한 태도를 볼 때 다소 의외의 모습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대국의식이 강한 중국이라는 국가의 DNA와, 사대와 식민의 아픔을 안고 있는 한반도의 DNA가 충돌하는 건 당연하다. 중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북한이나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남한이나 협력과 견제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혜산에서 한국군의 게릴라를 막겠다는 북한, 다소 억지스러운 명분에 북한의 딜레마가 엿보인다.

[장혜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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