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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엔터 효자계열사 페이코는 어떤 회사?

  • 박수호
  • 입력 : 2017.11.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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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훈 NHN페이코 대표
▲ 정연훈 NHN페이코 대표
[재계 인사이드-95] NHN엔터테인먼트의 3분기 실적발표가 있었습니다. 3분기(연결기준) 매출 2197억원, 영업이익 55억원을 각각 올렸다고 밝혔지요. 정우진 NHN엔테인먼트 대표의 설명 가운데 귀를 사로잡은 게 있었습니다. 간편결제 서비스 자회사 '페이코의 뚜렷한 성장세'였습니다. 헉! 'NHN엔터는 주력이 게임인 줄 알았는데 언제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했지?' 했는데 이미 지난 4월 사업부를 떼어내 법인까지 만들었더군요.

페이코가 그래도 생소하다고요? 티몬이나 11번가, 위메프를 이용하는 독자라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물건을 고른 뒤 결제 방식을 선택하라는 창이 뜨는 걸 봤을 겁니다. 그때 신용카드, 무통장 입금 등과 함께 간편결제 코너가 있지요. 거기서 선택할 수 있는 간편결제 앱 중 하나가 페이코입니다. 처음에 본인인증 절차가 거치고 신용카드 등록을 해놓으면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살 때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끝이랍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요. 이니스프리, 폴바셋 같은 거리 매장은 물론 조만간 현대백화점과 같은 대형 유통사에서도 NFC 터치 혹은 바코드 결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휴대폰 번호로 송금도 가능하고 페이코 포인트를 충전해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도 있고요.

최근 페이코가 더 화제가 된 건 구글플레이에서 유료 결제를 할 때도 쓸 수 있게 된 것 때문인데요.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중 최초지요. 아직은 한국 시장에 국한된다지만 이제부터는 구글플레이를 통해 이모티콘, 게임 아이템, 영화 다운로드 시 페이코도 결제 수단 중 하나로 쓸 수 있다는 말입니다.

소리 소문 없이 컸다는 페이코의 위상을 한번 볼까요?

2013년 개발에 돌입해 2015년 본격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올해 3분기 기준 저변을 넓힌 끝에 결제 이용자 수만 700만명, 분기 거래액 8000억원, 누적 거래액 3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GS홈쇼핑과 한화인베스트먼트에서 총 750억원을 투자받고 이준호 NHN엔터 이사회 의장의 자금 500억원까지 받아 총 1250억원이라는 실탄도 마련했지요.

게임 매출 일변도에서 NHN엔터가 분명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겠다 싶은 수치랍니다. 판교 본사에서 마침 정연훈 페이코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도 처음부터 페이코의 급성장을 예단하기가 쉽지 않았답니다. IT업계 주변 사람 사이에서는 사업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더 많았다더군요. 그런데 그런 얘기를 듣는 동안 페이코의 살 길이 보였답니다. 후발주자, 무명, 무색무취 간편결제 서비스, 시쳇말로 '듣보잡' 서비스로 보이는 게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대기업 계열에서도 이미 '~페이'란 이름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이들 페이가 자기 계열사에서는 잘되지만 다른 유통 채널로 넘어가면 작동을 안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최근 각광받던 삼성페이도 CJ 계열 CGV 같은 곳에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서비스 제휴가 중단된 게 대표적인 예지요.

그런데 페이코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서비스여서 오히려 여기저기에 기본 탑재되기가 편한 겁니다. 그렇게 스멀스멀 성장한 게 지금 모습입니다.

페이코. 앞으로의 성장세가 더 기대됩니다. 특히 구글플레이 탑재는 상상 외 효과가 생기고 있다고 하네요.

"구글플레이 결제창에 본격 탑재되기 전 헤비유저(결제 빈도가 높은 사람) 대상으로 오픈했는데 별 홍보 없이도 페이코를 이용하는 겁니다. 또 이들의 사용 방법도 좀 남달랐어요. 계좌이체로 페이코 머니를 충전해 여러 콘텐츠를 소비하더군요. 얼리어답터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소비 패턴은 신용카드가 없는 10대들이 게임머니를 충전할 때 많이 보던 패턴이었는데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이렇게 이용자 수가 많아지고 있는 건 고무적인데요. 페이코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는 또 다른 얘기가 아닐 수 없지요. 당장은 결제 시 수수료 정도가 수익 모델 같았는데요. 정 대표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광고수익 모델이 그것입니다.

"NHN엔터가 최근 광고주와 매체를 연결해주는 디지털랩 회사 인크로스를 인수했습니다. 페이코는 데이터가 계속 쌓이고 있지요. 그럼 이제 할 수 있는 게 뭐겠습니까? 페이코를 활용한 광고수익 모델을 적용시켜볼 수 있는 겁니다."

더불어 정 대표는 데이터가 누적되고 이용객이 늘어나니 이를 바탕으로 쇼핑, 콘텐츠도 접목할 것이라고 합니다. 판매업체들이 페이코 앱에 입점하면 어디 안 가도 쇼핑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NHN엔터 산하에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코미코'가 있으니 여기서 게임, 음악, 웹툰 등을 추가로 유치하면 일종의 앱 포털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는 셈이지요.

이런 청사진을 시장도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NHN엔터 실적발표 후 주가는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으니까요.

단순 간편결제 앱 정도로 봤던 페이코. '구글이 채택한 1호 현지 결제 수단' '이스타항공 제휴로 LCC 업계 최초 간편결제 적용' '세금, 공과금 결제 확대' 등 핫한 소식을 계속 쏟아내면서 이제는 전통의 금융회사도 무시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커가는 건 아닐까 합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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