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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성완종 천도재 지낸 우오현 SM 회장 왜?

  • 박수호
  • 입력 : 2017.12.0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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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현 SM그룹 회장
▲ 우오현 SM그룹 회장
[재계 인사이드-97] 천도재(薦度齋). 불교에서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재를 뜻합니다. 지난 5일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천도재를 열며 한 기업인의 넋을 위로했답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기리는 행사였습니다. 우 회장이 왜 먼저 세상을 떠난 기업인을 추모했을까요? 두 사람은 살아생전 딱히 교류가 크게 없었는데도 말이지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원래 경남기업은 아파트 브랜드 '아너스빌'로 유명한 해외 건설업 면허 1호 기업으로 알려졌지요. 대아건설을 창업했던 성완종 전 회장이 매물로 나온 경남기업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매출 2조원대 회사로 키웠습니다. 2000년대엔 당시 잘나가던 톱스타 배용준을 광고모델로 쓸 정도였지요. 그러던 경남기업의 발목을 잡은 건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이었습니다. 1조원 규모의 건설 사업으로 착수 당시만 해도 큰 주목을 받았지요.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면서 갑자기 시중에 돈줄이 말라버렸습니다. 관련해서 사세는 꺾였고 검찰 수사까지 진행됐습니다. 기업 자체가 상장 폐지와 회생 절차를 밟는 처지가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성완종 전 회장은 억울함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후 경남기업은 회생절차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새 주인은 쉬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매각 공고를 내도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자회사 수완에너지가 매각의 걸림돌이었지요. 다시 청신호가 켜진 건 올해 2월이었습니다. 골칫덩이였던 수완에너지를 280억원에 매각했고 더불어 회생 계획상 지난해 730억원의 채권을 변제하며 나름 자구책을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세 번째 매각 시도에서 경남기업을 인수한 곳이 다름 아닌 SM그룹이었습니다. SM그룹은 경남기업을 653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고, 법원은 관계인 집회를 연 뒤 변경 회생 계획안을 인가했습니다.

주인이 바뀌면서 경남기업에도 다시 한번 해보자는 활기가 돌고 있다고 하네요. 거기에 더해 우 회장은 마음의 짐 같은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어찌 됐건 성 전 회장은 맨주먹으로 창업, 경남기업을 매출 2조원대로 키웠던 기업가 정신이 투철했던 인물이라는 게 우 회장의 지론입니다.

그의 기업가 정신을 기리고 경남기업의 새 출발을 위한 조촐한 행사가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는데요. 성 전 회장의 유족과 지인들에게 수소문한 끝에 고인이 살아 있을 때 멘토처럼 의지했던 진경 스님 얘기가 나왔더랍니다. 성 전 회장이 마음으로 의지했던 진경 스님을 모시고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 했던 게 천도재였다는군요.

유족은 물론 진경 스님은 이런 우 회장의 마음에 깊이 감동했다고 합니다. 비록 해외에 있어 행사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성 전 회장의 장남 성승훈 전 경남기업 이사는 "종교를 떠나 아버지의 존재를 다시금 평가하고 또 각인시키는 일을 왕래가 크게 없었던 큰 기업의 회장이 직접 나서서 해준다는 소식에 감개무량했고 깊이 감사드린다"고 알려왔습니다.

물론 사업을 하다 보면 회사가 어려워질 수도 있고 매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 주인이 된 회사 대표가 이전 회사 대표를 기리고 또 넋을 위로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게 이례적인 게 사실이지요.

그런 점에서 우 회장의 행보가 새삼 재계의 주목을 받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서 잠깐. SM그룹이 생소하다고요? SM엔터테인먼트와 혼동하는 분도 많은데요. SM그룹은 매출액으로 보면 4조원이 넘는 중견기업입니다. SM엔터 덩치의 10배 정도로 보면 됩니다. 우오현 회장이 창업해서 지금의 규모로 키워낸 겁니다. 그는 젊은 시절 다가구주택 사업에서 처음 눈을 떴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건설사업을 해보고자 종합건설면허를 따기 위해 만든 삼라건설이 그룹의 모태가 됐습니다. 1988년 출범한 삼라건설은 광주 지역에서 임대아파트 사업에 주력하다 2001년부터 수도권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지요. 더불어 공격적인 M&A 전략을 통해 회사가 성장했는데요.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을 인수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식이었습니다. 2004년 건설사 진덕산업(현 우방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2005년 건전지 제조사 벡셀, 2006년 의류·원단업체 경남모직, 2007년 남선알미늄을 인수했고, 2008년엔 화학섬유업체 티케이케미칼, 2010년 우방 등이 이렇게 차례로 한 식구가 됐습니다. 경남기업도 따지고 보면 이런 M&A 공식에 부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SM은 무엇의 약자일까요? 우 회장은 "불교 집안이라 불경을 접할 일이 많았다. 기업이란 게 결국 하나의 우주인데 그 말을 불교식으로 표현하면 삼라만상 아니겠나. 처음엔 '삼라만상'이라 하려다 줄여 삼라건설로 지었다. 지금의 SM은 삼라만상에서 영어 이니셜을 따온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 회장이 성 전 회장의 천도재를 지낸 것도 어찌 보면 이런 사명과 우 회장의 성향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여하튼 우 회장의 행보는 재계 미담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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