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비하인드스토리

프랜차이즈 재벌 두 명 배출한 회사는?

  • 이덕주
  • 입력 : 2017.12.27 15: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식품야사-2] 시작부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프랜차이즈 재벌'이라는 말 자체가 틀린 말이기 때문입니다. 프랜차이즈로 재벌이 된 사람도 없을뿐더러 이 기사에 나오는 두 사람도 재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굳이 재벌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우리나라에서 '재벌'이라는 단어가 '부자' 및 '갑질'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프랜차이즈를 보는 우리의 시각을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혹시 '파파이스'라는 프랜차이즈를 아시나요? 거의 모르시는 분이 없을 것 같은데요. 치킨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KFC와 대표적인 경쟁사입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팟캐스트 '파파이스'도 여기서 따왔지요. 이 파파이스를 국내에 들여온 회사가 바로 대한제당이라는 회사입니다. 푸드림이라는 브랜드로 설탕을 팔고 있습니다. 대한제당은 TS해마로라는 회사를 만들어 1993년 파파이스를 국내에 도입합니다. 그리고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배스킨라빈스(비알코리아) 출신의 정현식 씨를 영입합니다. 배스킨라빈스도 역시 프랜차이즈였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전문가를 영입한 것이지요. 그는 파파이스를 키우는데도 큰 기여를 했는데요. TS해마로가 어려움에 처하자 2004년 그의 나이 마흔다섯 살에 파파이스에서 서브브랜드로 만들었던 '맘스터치'를 가지고 독립합니다. 파파이스와 맘스터치. 어딘가 닮아있지 않나요?

어느 쪽이 맘스터치일까요?
▲ 어느 쪽이 맘스터치일까요?
누구보다도 프랜차이즈 산업을 잘 알았던 정현식 대표는 프랜차이즈 시장의 틈새를 공략해 큰 성공을 거둡니다. 전국에 매장이 약 1000개까지 있습니다. 2016년에는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시킵니다. 2016년 기준 맘스터치의 매출은 2018억원, 영업이익은 172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둡니다. 정 대표가 보유한 지분은 약 63%로 이는 1000억원 정도의 가치입니다. 재벌은 아니지만 확실히 '갑부'의 반열에는 오른 것이지요.

그런데 2004년 정 대표가 맘스터치를 창업할 때 그와 함께 일하던 홍경호 과장도 같이 파파이스를 나와 맘스터치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는 곧 자신이 직접 프랜차이즈를 창업하는데요. 그가 아직 30대 중반일 때입니다. 그는 프라이드 치킨 일색이던 치킨 업계에 오븐치킨을 내놓고 2008년 '소녀시대'를 모델로 기용해 대박을 냅니다. "굽굽굽 굽네를 원해~ 너무 담백해~ 굽네 치킨 좋다고~ 나나나또 전화해~"라는 CM송 기억나시나요? 바로 굽네치킨입니다.

굽네치킨도 맘스터치에 필적하는 큰 회사로 성장합니다. 이곳도 최근 매장의 숫자가 1000개를 넘었고 2016년 기준 매출액 1469억원, 영업이익 140억원을 기록합니다. 불과 10년 좀 넘은 기간에 매출 1000억대의 회사가 된 것입니다.

홍경호 대표도 1995년부터 2004년까지 파파이스에서 일했습니다. 사실 홍 대표는 사업을 하기에 조금 유리한 상황에 있었습니다. 그의 친형인 홍철호 씨가 꽤 규모가 큰 닭고기 가공회사를 김포에서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플러스푸드(크레치코)인데요. 김포를 기반으로 사업에 성공한 홍철호 대표는 현재 김포를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바른정당)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프랜차이즈라는 것에 대해서 잠깐 짚고 넘어가볼까 합니다. 올해는 미스터피자(폭행)를 비롯해 커피스미스(연예인과 소송), 호식이두마리치킨(성추행), 봉구스밥버거(마약)까지 프랜차이즈 창업자가 불미스러운 일에 얽힌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전반적으로 프랜차이즈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습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벌어지는 걸까요? 파파이스에서 독립해 나온 두 창업자는 어떻게 10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의 기업을 세울 수 있었을까요?

저는 프랜차이즈를 담당하게 되면서 프랜차이즈 산업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프랜차이즈는 남의 돈으로 사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덕주라는 사람이 '주주식당'이라는 레스토랑을 내서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해봅시다. 이덕주 씨가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이 벌어들이는 돈으로 직영매장을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비법과 경영 노하우를 다른 사람에게 전수하고 돈(로열티)을 받는 것입니다. 비법과 노하우를 전달받은 사람은 이를 가지고 가게를 내게 되는데 이때 필요한 투자금은 본인이 조달해야 합니다.

식당을 차리는 데는 많은 돈이 듭니다. 매장을 빌리는 임대료, 매장을 꾸미는 인테리어비,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을 고용하는 인건비 등등. 하지만 프랜차이즈로 식당을 내면 맛있는 메뉴를 개발하거나, 식재료를 조달하거나 하는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주주식당에서 하던 대로 그대로 따라해도 되기 때문입니다. 식당 이름도 주주식당을 그대로 사용하면 됩니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에서는 이덕주 씨처럼 비법과 경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마케팅과 브랜드를 담당하는 쪽을 가맹본부(프랜차이저)라고 하고 매장을 내는 데 필요한 돈과 인력을 대는 독립적인 자영업자를 가맹점주(프랜차이지)라고 합니다.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단시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이처럼 가맹점주의 돈으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매장을 늘릴 때의 비용도 가맹점주가 부담하고, 소녀시대를 광고모델로 쓰 는데 필요한 큰돈도 가맹점주들로부터 걷어서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어떤 프랜차이즈가 유행을 타게되 면 가맹본부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많은 직장인들이 은퇴 후 프랜차이즈를 통해 창업합니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매장 숫자가 크게 늘어난 해가 1997년과 2008년 즈음이라고 합니다. 경제위기로 대량 실직이 이뤄지면서 이들이 퇴직금 등으로 프랜차이즈를 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좋은 프랜차이즈에는 은퇴자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돈이 있는 사람들도 프랜차이지가 되려고 길게 줄을 섭니다. 빙수와 인절미 토스트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설빙의 경우 2014년 4월부터 10월까지 매달 가맹점이 58개씩 늘었나고 합니다. 2013년에 시작했는데 불과 2년 만에 500개의 매장을 냈습니다. 만약 프랜차이즈에 1000개의 가맹점이 있고 이들로부터 각각 1억원씩만 매출을 얻어낸다고 하면 프랜차이즈 본사의 매출은 1000억원이 됩니다. 이렇게 보면 매출 1000억원이 참 쉽죠?

이처럼 단기간에 성장하다보면 일부 창업자들은 자만심에 빠지게 됩니다. 모든 것이 자신의 능력인 것 같고 회사의 돈이 자신의 돈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그러다보니 가맹점주들에게 갑질을 하게 됩니다. 짧은 시간에 부와 권력을 얻은 사람들이 사회적인 일탈에 빠지기 쉬운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구조는 본사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습니다. 각 가맹점주는 독립적인 사장입니다. 품질관리를 위해 본사에서 감시를 하긴 하지만 어떤 직원을 고용할지, 손님에게 얼마나 친절하게 서비스할지는 가맹점주에게 달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맹점주가 알바생에게 임금을 체불했다면 이는 본사가 아닌 가맹점주의 잘못입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이를 회사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관리책임'이라는 것도 있지만 이를 직영매장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편의점 같은 경우 사장님이 따로 있는 프랜차이즈라는 사실이 일반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데 반해 어떤 브랜드 같은 경우 이 회사가 프랜차이즈 회사라는 것 자체가 안 알려져 있습니다. 다음 중 국내에서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곳은 몇 가지일까요?

1) 파리바게뜨

2) 스타벅스

3) 롯데리아

4) 빕스

5) 투썸플레이스

6) 현대자동차 블루핸즈

7) 다이소

8) 오피스넥스

9) 풀잎채

10) 크린토피아

답은 8개입니다. 스타벅스와 빕스를 제외한 모든 브랜드가 프랜차이즈입니다. 모두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사업으로 등록되어 있는지를 기준으로 한 결과입니다. 스타벅스는 모두 직영매장이지만, 투썸플레이스는 프랜차이즈입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와 투썸은 프랜차이즈이지만, 같은 회사의 계절밥상, 빕스 등은 직영입니다. 계절밥상과 같은 한식 뷔페이지만 풀잎채는 프랜차이즈입니다. 자동차 정비 네트워크인 현대자동차 블루핸즈, 기아자동차 오토큐 모두 프랜차이즈 입니다. 롯데리아는 프랜차이즈이지만 막상 국내 맥도날드의 대다수는 직영입니다.

다림질을 못해도 세탁소를 차릴 수 있게 만든 크린토피아
▲ 다림질을 못해도 세탁소를 차릴 수 있게 만든 크린토피아
주주식당을 찾았던 손님들은 주주식당 2호점, 3호점이 생기면 이 매장도 원래 매장 같은 맛과 품질을 제공해줄 것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매장을 내다 보면 본점과 같은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주주식당 본점에서는 손님들에게 "우리만 본점이고 나머지는 프랜차이즈예요"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프랜차이즈 산업의 딜레마가 나옵니다. 크게 알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숨길 수도 없는 것이지요. 이러다 보니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도도 전반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시점에서 파파이스 얘기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파파이스(대한제당)는 맘스터치와 굽네치킨이라는 걸출한 프랜차이즈 기업 두 곳을 배출했습니다. 이는 파파이스의 기업 시스템이 좋았다는 뜻일 수도 있고, 반대로 좋은 인재를 놓쳤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파파이스를 운영하는 TS푸드앤시스템은 2016년 기준 매출액 259억원에 4억원의 손실을 냈습니다. 2013년부터 3년 연속 손실을 내고 있습니다. 매장 수는 100개 정도에 그칩니다. 본사인 대한제당도 실적이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매출은 1조2000억원 상태에서 정체돼 있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44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1956년에 세워진 굴지의 대기업인 대한제당보다 작은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돈을 더 잘 벌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는 한계도 크고, 위험성도 큰 사업입니다. 창업자 개인의 일탈 사례도 많고, 사회적인 부작용도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산업은 최근의 스타트업 붐이 불기 전에는 가장 역동적으로 창업이 이뤄지고 개인의 성공 스토리가 나오는 곳이었습니다. 또 우리 이웃 중 누군가가 사장님으로 일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단순하게 '악의 축'으로 몰아가기엔 우리가 너무 프랜차이즈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은 아닐까요?

[이덕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