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비하인드스토리

'때가 어느 때인데...' 성추행 신고 여경 거짓 음해한 경남경찰의 퇴행

  • 최승균
  • 입력 : 2018.02.23 06: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성추행 피해 후배 도왔다가 2차 피해 당한 여경 사연에 시민들 분노
-현직 여경 성추행 조력자로 직장 내 왕따 갑질 당해 지난달 1인 시위 벌여
-이용표 경남청장, 피해 여경 억울함 없도록 본청에 감찰 요청 등 적극 대응
-최근 경남청·일선서 감찰라인서 피해 여경에 대한 악의적이고 허위 여론보고서 작성 드러나 체면 구겨
-일각에선 "억울함 풀어준다더니 뒤통수 때린 격" ...진상조사 진정성 의문도


[전국구 와글와글-20]

이용표 경남경찰청장
▲ 이용표 경남경찰청장

이용표 경남경찰청장(54·치안감)이 1인 시위 현직 여경에 대한 여론 보고서 허위 작성 사건으로 아주 머쓱한 상황이 됐다. 발단은 최근 경찰청에서 해당 여경 사건과 관련한 감찰 결과를 내부게시망에 올린 직후 경남경찰청과 일선 경찰서가 해당 여경에 대한 여론보고서를 몰래 작성하고 이마저도 허위인 게 외부로 드러나면서다. 이 청장은 해당 여경 시위가 발생한 직후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며 대외적으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경남청 내부적으로 해당 여경에 대한 악의적이고 허위인 여론보고서가 작성되면서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

지난 1월9일 오전 경남 김해서부서 정문 앞에서 현직 경찰인 A경위가 직장 내 성추행을 당한 후배를 도왔다가 오히려 왕따와 갑질을 당했다며 1인 피켓 시위을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지난 1월9일 오전 경남 김해서부서 정문 앞에서 현직 경찰인 A경위가 직장 내 성추행을 당한 후배를 도왔다가 오히려 왕따와 갑질을 당했다며 1인 피켓 시위을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사건은 지난달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달 8일 오전 9시 경남 김해서부경찰서 정문 앞에서 현직 여자 경찰관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폐쇄적인 경찰 조직 분위기에서 현직 여경이 경찰서 정문에서 피켓 시위를 벌인 것은 이례적이었다.

A경위(47)는 "지난해 4월 당시 같은 지구대에 근무하는 후배 여경이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상담을 받고 절차에 따라 성희롱 고충상담원과 지구대장에게 보고할 것을 조언했다"며 "그러나 조직 내에서 음해와 왕따, 갑질로 상처를 받았다"고 시위에 나선 배경을 밝혔다. 후배 여경의 상습 성추행 신고를 도왔다가 오히려 상사로부터 협박과 갑질로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당시 B경사는 같은 지구대에 근무하는 여경인 C순경을 상대로 순찰차에서 수차례 성희롱을 했다. 이에 징계위원회가 열려 사건 발생 2개월 뒤인 지난해 6월 B경사는 1개월 감봉 조치와 타 서로 전보 조치됐다. 해당 지구대장과 B경사는 A경위와 관련된 112순찰차 미출동 건과 성희롱 건을 종합해 징계위에서 경고와 견책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 청장은 A경위의 1인 시위 직후인 지난달 9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피해 여경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 필요하면 직접 면담도 하겠다"고 하는 등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였다. 특히 이 청장은 일선 경찰서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지방청에서 감찰을 하지 않고 본청인 경찰청에 직접 감찰을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1인 시위 한 달이 지난 14일 경남 지역 경찰관 7명이 성폭력 신고 조력자인 여경에 대한 보호 업무 소홀 등 혐의로 경찰청 시민감찰위원회에 넘겨졌다. 경찰청은 당시 경남청과 해당 경찰서 감찰 부서·중간 관리자 일부에게 책임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시민감찰위는 해당 사건에 연루된 7명에 대한 징계 수위에 대해 조만간 의견을 낼 방침이다.

경찰청의 이날 감찰 결과 발표로 문제는 여기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날 A경위가 근무하는 해당 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서 A경위에 대한 악의적인 허위 여론보고서를 작성한 게 외부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작성자가 실수로 A경위 당사자에게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잘못 보내면서다. 해당 보고서는 '직원 대부분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거나 '이제 그만둬도 될 텐데 A경찰서로 전입해 와서 A경찰서 이미지만 나빠졌다' '경찰청과 경남경찰청의 부담과 책임을 덜기 위해 시민감찰위에 판단을 맡기는 일도 올바르지 않다는 여론이 상당하다'는 등 A경위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마저도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A경위는 즉각 반발했다. A경위는 "저에 대한 '세평(여론보고서)'이 이번에 처음 작성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에도 유사 사례가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하고, 관계자 형사 처벌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 내 성추행 신고를 도왔다가 2차 피해를 입었는데 이같이 악위적이고 허위로 작성된 여론보고서를 통해 여전히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이 청장은 이 같은 허위 여론보고서 작성 사건 소식을 듣고 불같이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이후 이 청장은 곧바로 해당 작성자와 지시자 등 물의를 일으킨 경찰관에 대해 문책성 전보인사 조치를 내렸다. 또 이번 허위 여론 작성보고서와 관련한 진상조사팀을 별도로 꾸려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팀은 이번 보고서 작성을 놓고 윗선의 지시가 어디서 비롯된 건지, 어떤 이유에서 이뤄졌는지 등을 앞으로 밝힐 예정이다.

그러나 경남청 안팎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이 청장이 지휘 통제에 실패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청장이 본청 경찰청에 직접 감찰을 요청할 정도로 진실 규명을 위한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지만, 일선 해당 경찰서 청문감사관실은 경남경찰청장의 지휘 통제를 사실상 거부하고 거의 범죄 행위에 해당하는 허위 여론보고서를 작성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 청장이 조직의 령을 다시 세우고 주민들로부터 경찰청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진실을 왜곡했던 담당 직원과 책임자를 전보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정식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남 직장 내 성희롱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22일 경남지방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에서는 진상 규명을 외치며 뒤에서는 개인 사찰을 하는 경찰청 관행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성폭력 신고를 도왔다가 음해 등 2차 피해를 겪은 여경의 '사찰' 배후를 철저히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창원/최승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