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비하인드스토리

드론 지원한다더니…판교테크노밸리 '시험비행 금지' 논란

  • 지홍구
  • 입력 : 2018.03.09 06: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전국구 와글와글-23]
서울공항 관제권 내 위치해 개발 드론 시험 비행 못해
국토부 드론 기업 공모때 이전한 22개 기업 '망연자실'
실내실험장 있지만 소형 드론 수평 비행 테스트만 가능
22개 기업중 2곳만 "실내실험장 이용하겠다"외면
국토부, 드론 기업 공모때 시험비행 간과…탁상행정 논란
성남시, 국토부에 초경량비행장치 비행구역 지정 추진


드론 관련 22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 경기도 성남시 제2판교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 서울공항과 3.5km 떨어져 있는 이곳은 서울공항 관제권(반경 9.3km)안에 있어 드론 시험 비행이 불가능하다. 드론 기업들은 정부가 판교테크노밸리를 드론 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면서 시험비행 대책을 간과했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성남시는 드론 산업 활성화를 위해 판교테크노밸리 중심에서 반경 1.86km, 수직 150m가 초경량비행장치 비행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국토부에 신청하기로 했다. /사진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
▲ 드론 관련 22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 경기도 성남시 제2판교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 서울공항과 3.5km 떨어져 있는 이곳은 서울공항 관제권(반경 9.3km)안에 있어 드론 시험 비행이 불가능하다. 드론 기업들은 정부가 판교테크노밸리를 드론 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면서 시험비행 대책을 간과했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성남시는 드론 산업 활성화를 위해 판교테크노밸리 중심에서 반경 1.86km, 수직 150m가 초경량비행장치 비행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국토부에 신청하기로 했다. /사진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

"드론 메카로 키우겠다는 정부 방침을 믿고 입주했는데 시험 비행할 곳이 없어요."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시 제2판교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에 입주한 드론위더스 장석훈 대표는 최근 걱정이 늘었다. 항공측량용 드론을 개발하는 장 대표는 "개발 중간중간 비행안정화를 위해 외부에서 GPS(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 수신 상태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 서울 공항 관제권역에 묶여 불가능하다"면서 "테스트가 필요할 때마다 화성 등지로 이동하는데 불편이 많다"고 토로했다.

국제드론사관학교 박장환 원장도 제2판교테크노밸리에서 드론교육이 불가능하자 충남 아산에 훈련장을 만들어 수강생을 가르치고 있다.

박 원장은 "교육생 상당수가 서울 등 수도권 출신이라 아산행을 힘들어 하고 있다"면서 "비행시험이든 비행교육이든 드론 제조 장소와 교육 장소가 가까워야 효율적인데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국토교통부와 항공안전기술원이 제2판교테크노밸리를 드론 스타트업·벤처기업 메카로 육성하겠다며 추진한 '드론 기업 지원 허브 입주 기업 공모'에 선정돼 제2판교테크노밸리로 회사를 이전했다. 시세보다 싼 사무실, 공용실험실, 드론실내 실험장 등 창업공간과 테스트 장비 제공, 세무·법률·특허·마케팅 등 컨설팅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엉뚱한 데서 문제가 터졌다. 드론은 제품 개발 때 수시로 시험 비행을 통해 제품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테스트할 공간이 마땅찮은 것.

높이 2.7m, 60평 규모의 실내 실험장이 있지만 소형 드론의 수평 비행 테스트 정도만 가능할 뿐 고정익 드론 등 상업용 드론 시험을 소화할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입주 기업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다른 지역을 오가며 시험비행을 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장 대표는 "22개 입주 드론 기업을 대상으로 실내 실험장 이용 수요를 조사해 보니 2곳 만이 이용하겠다고 했다"면서 "충분한 테스트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탁상행정'이 빚은 결과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공항과 3.5㎞ 떨어진 제2판교테크노밸리는 서울공항 관제권(반경 9.3㎞) 안에 있어 시험비행을 하려면 군의 승인이 필요하다.

서울공항을 관할하는 공군 15전투비행단은 '공익목적' '생계형 상업목적'인 경우 주말에 한해 드론 비행을 승인한다고 하지만 주말로 국한된 데다 승인 유효기간도 최대 규정(6개월)의 6분의 1(1개월)에 불과해 기업들은 '유명무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공군측은 군 작전으로 인해 평일 승인은 불가능 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와 항공안전기술원이 입주 기업을 모집할 때도 드론 기업들은 이 문제를 예의 주시했다. 한 관계자는 "사전 질의 때 시험비행 대책이 있는지 물었고, 당시 항공안전기술원 측은 인근에 마련 중이라고 답했다"면서 "그러나 지금 아무 것도 된 게 없다"고 했다. 드론 기업들은 "지난해 말에도 국토부, 항공안전기술원 관계자에게 드론 시험 비행이 가능하도록 건의했지만 서울공항과 인접해 해결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면서 "정부가 판교테크노밸리를 드론 메카로 만들려고 할 때 왜 이런 부분을 적극 검토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실상 도시 전체가 비행금지구역인 대전의 경우 시험 비행 목적에 대해서는 3~6개월 단위로 테스트 환경을 보장하는 만큼 우리도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서비스 출시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고 유예시켜주는 제도)를 도입해 드론 산업을 활성화하기로 한 만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2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한 드론 기업의 안타까운 사연에 성남시는 "판교테크노밸리가 4차 산업혁명 메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최적화된 테스트 베드가 절실하다"면서 "판교테크노밸리 중심에서 반경 1.86㎞, 수직 150m가 초경량비행장치 비행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4월께 국토부에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