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비하인드스토리

경기도의 한 30대 직장인, 스타벅스 본사에 이유있는 항의를 하다

  • 지홍구
  • 입력 : 2018.05.09 06: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전국구 와글와글-40] 밥은 걸러도 커피는 꼭 마시는 '커피 시대'다. 점심을 먹고 바람을 쐬러 거리로 나가면 한 손에 커피를 든 샐러리맨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명이 1년에 마신 커피 소비량은 512잔으로 국민 전체로 환산하면 265억잔에 달한다. 커피 소비가 늘면서 2007년에 3조원대였던 국내 커피 시장은 지난해 11조7397억원으로 대한항공 한 해 매출(2017년 12조900억원)과 맞먹는 규모로 성장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무려 3배 이상 늘었다.

가장 큰 수혜 기업은 단연 스타벅스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2634억원을 올렸다. 2~6위의 투썸플레이스, 이디야커피, 커피빈, 엔제리너스, 할리스커피의 매출을 모두 합해도 8200억원에 불과해 스타벅스의 존재감은 가히 독보적이다. 특히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6%, 영업이익은 34%(1144억원)나 올라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2016년 말 1000여 개였던 매장이 100개 이상 늘어난 덕분으로 풀이되고 있다. 스타벅스 매장은 현재 하루 평균 50만명이 찾고 있다. 스타벅스의 독주는 비단 한국에서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세계 75개국에 매장 2만7339개를 운영하고 있는 스타벅스의 글로벌 실적은 지속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2016년 10월~2017년 9월) 매출 224억달러, 영업이익 41억달러로 영업이익률 18.5%를 기록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10.6%, 영업이익 12.9%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에서 스타벅스의 나라 미국에서의 매출은 143억달러로 글로벌 매출의 63.8%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꽃길을 걷던 스타벅스에 최근 미국발 악재가 잇따랐다. 지난달 미국 필라델피아 스타벅스 매장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주문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던 흑인 남성 2명이 매니저의 신고로 출동한 지역 경찰에 의해 억울하게 체포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스타벅스 최고경영자인 케빈 존슨 회장이 오는 29일 전국 매장 8000여 곳을 일시적으로 닫고 직원 교육을 실시하겠다며 진화에 나서기까지 했다. 하지만 애틀랜타 교외에 위치한 스타벅스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되면서 악재가 겹쳤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몰래카메라에는 동영상 25개가 녹화돼 있었고 영상 8~10개가 스타벅스 화장실에서 찍힌 것으로 추정됐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기업에 악재가 잇따르면 잠시라도 매출이 주춤하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 사건은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존슨 회장이 "필라델피아 사건이 기업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세계 1위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에서 잇달아 불거진 인종차별 논란과 범죄가 스타벅스 애용자들에게 놀라움과 실망감을 준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힘들다.

다시 한국 스타벅스로 돌아와 보자. 미국에서와 같은 범죄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미국발 악재에도 매출은 건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올해도 '순항' 중이다. 하지만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는 하나의 사실이 있다. 지난해 말부터 소비자 주권을 찾겠다며 미국 본사 문을 꾸준히 두드리는 한국인 직장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행동은 한국 스타벅스가 글로벌 스타벅스에 기여하는 정도가 상당한 수준인데도 리워드(Reward·보상) 정책에서 '호갱(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이 돼버린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서 출발한다.

한국은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에 이어 5번째로 많은 스타벅스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소비자 주권 찾기에 나선 이들 직장인들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올해로 33세가 된 이수영 씨(가명·경기도 거주)는 고교를 졸업한 후 처음 스타벅스 커피를 접했다. 대학을 마치고 직장인이 돼서도 스타벅스 매장을 자주 찾는다. "아침 출근 전, 퇴근해서 친구를 만날 때도 자주 스타벅스 매장에 들러요. 하루에 많으면 2번 정도, 못가도 일주일에 3~4번은 꼭 들르죠." 스타벅스 이용 기간과 주당 이용 횟수를 고려할 때 이씨는 스타벅스 마니아이자 충성도 높은 고객임에 틀림없다. 스타벅스 단골인 만큼 이씨는 스타벅스 리워드 정책에 관심이 많다. 스타벅스 카드를 만들어 일정 금액을 충전한 뒤 커피 등 음료를 살 때마다 결제하는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일정 금액을 충전한 스타벅스 카드로 결제하면 계산서 1개당 별 1개를 적립하고 결제 금액이 1만원을 넘으면 1만원마다 추가로 별 1개를 적립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1년간 별 30개를 모으면 '골드레벨'이 되고 골드레벨이 된 후에는 별 12개를 적립할 때 마다 무료 음료교환권이 제공된다. 미국에서도 이 같은 리워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문제는 음료교환권의 제한이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톨(Tall)' 사이즈 음료만 제공하고, 새로 론칭한 음료는 제공하지 않는다. 스타벅스 음료 크기는 가장 크기가 작은 숏(Short)부터 톨(Tall)-그란데(Grande)-벤티(Venti)까지 4단계로 돼 있고 가장 크기가 큰 벤티 사이즈는 톨 사이즈의 2배다. 지난해 이씨와 동료들은 미국 연수를 다녀온 직장 상사에게 미국과 한국의 스타벅스 리워드 정책에 차이가 있음을 알고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연수를 하고 돌아온 직장 상사는 "미국은 음료교환권을 이용할 때 신규 음료는 물론 사이즈 선택에 있어서도 제한을 두지 않고 있었다"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톨로 사이즈 선택을 제한하고 신규 음료는 선택이 안돼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씨와 동료 4~5명은 의기투합해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스타벅스에 이 같은 차별적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22일과 올해 1월 16일 두 차례 메일을 보냈다.

미국 스타벅스 본사는 이씨에게 보낸 2개의 답변 메일에서
▲ 미국 스타벅스 본사는 이씨에게 보낸 2개의 답변 메일에서 '고객 만족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했다.

두 번째 메일은 스타벅스가 첫 번째 한 답변에서 이씨가 제기한 문제를 살펴보겠다는 적극적 의지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씨가 첫 번째로 보낸 메일에서 스타벅스 측은 한국의 보상 프로그램에 대해 실망한 이씨에게 유감을 표명한 뒤 관련 팀과 이 문제를 공유하고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하지만 후속 연락은 없었다. 그래서 이씨는 지난 1월 16일 또다시 스타벅스에 메일을 보냈다. "친절한 답변 이후 추가 조치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는 점을 상기하며 "가능한 빨리 차별이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보냈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측은 바로 답변을 보내왔지만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마치 같은 답변을 내놓는 로봇처럼 첫 번째 답변과 유사한 답변이 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두 번째 답변이 첫 번째 답변과 토씨까지 비슷해 자동 답변 메일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면서 "향후 시간이 날 때마다 4~5개국 서비스를 표로 비교 분석해 다시 메일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때 이씨 등은 미국 본사가 아닌 스타벅스 코리아에 이 문제를 제기해 볼까 하다 생각을 바꿨다.

이씨는 "스타벅스 리워드 정책(카드+앱)이 세계 매장에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데다 특히 미국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코리아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어 주주로서, 한국 매장의 이익을 공유하는 수혜자로서 책임 있는 답변을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미국 본사가 한국 소비자에 대한 차별 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겨우 무료 교환권 가지고 호들갑 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다. 벤티 사이즈까지 줄 수 있는 무료 교환권을 톨 사이즈로 제한할 경우 차액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스타벅스 카드 소지자는 400만~500만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 측은 이 중 골드레벨 회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가정은 가능하다. 톨사이즈를 벤티 사이즈로 업그레이드할 경우 1000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데 카드 소지자 절반이 골드레벨이고, 골드레벨 회원이 한 달에 1개씩 1년에 무료 교환권 12개를 받는다고 치면 '1만2000원×200만명=240억원'이란 값이 나온다. 비용 24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극단적 가정이다. 수위를 낮춰 골드레벨이 전체 카드소지자의 10%인 40만명이라 가정해도 1년에 스타벅스 코리아는 48억원 정도 비용을 아낄 수 있게 있게 된다.

이 같은 미국과 한국의 보상 차이에 대해 스타벅스 코리아는 개별 국가 특성을 반영한 마케팅 전략의 차이로 설명하고 있다.

미국 스타벅스는 50센트당 별 1개를 주고, 300개를 모으면 골드레벨 회원이 된다. 골드레벨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총 150달러가 소요된다. 반면 한국은 결제 1건마다 별을 주기 때문에 1500원짜리 바나나 30번을 사거나 매장에서 가장 싼 커피인 오늘의 커피(3900원)를 30번 사면 골드회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스타벅스 코리아는 강조한다. 미국에서는 골드회원이 되는데 약 16만원, 한국에서는 4만5000~11만7000원이 들기 때문에 한국 정책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골드회원이 되고 난 이후 리워드 정책에서도 한국이 더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에서는 별 125개를 모을 때마다, 한국에서는 별 12개를 모을 때마다 무료 음료권을 준다. 미국에서 별 125개를 모으려면 무조건 62달러가 소요돼 이보다 적은 금액으로 별을 받을 수 있는 한국에서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타벅스 코리아의 설명은 극한의 가정으로 일반화하기 힘든 점이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 측이 설명하듯 한국에서는 톨 사이즈 음료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어 실제로 골드 회원이 되기 위해 바나나만 사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한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음료 대부분이 5000원이 넘고, 한 번에 2개만 사도 별을 2개씩 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미국 보상 정책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미국과 달리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골드회원이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1만4000원어치 커피를 사고 결제했다면 한국에서는 별 2개(1만원 이상인 경우 별 1개 추가 조건에 따라)를 받지만 미국에서는 별 26개를 받을 수 있다. 한국은 1만원을 제외한 4000원에 대한 보상이 없지만 미국은 4000원에 해당하는 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스타벅스 코리아는 리워드 정책으로 한국인의 기호(톨 사이즈 선호)를 고려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와 합의되지 않은 공급자 중심의 사고 방식이자 옹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이 같은 스타벅스 코리아의 보상 정책이 소비자의 마음에 기반했다면 이 같은 불만이 생겨날 리 없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코리아 측은 "한국과 미국의 별 적립 과정, 혜택, 골드회원 가입 등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무료 제공 음료 사이즈로만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미국은 생일 축하 쿠폰 유효기간을 1일로 한정하지만 우리나라는 29일 내 사용이 가능한 것 등 더 나은 서비스도 있다"고 이해를 당부했다.

그러나 스타벅스 골드레벨을 가진 한 이용자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회원은 "나라와 상관없이 기본적인 리워드 위에 플러스로 현지 국가 특성을 반영했다면 로컬정책이란 표현이 이해가 가지만 이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면서 "시정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