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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북 회담 영향, 북한주민 어느 정도 흔들릴까

  • 장혜원
  • 입력 : 2018.06.0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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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남북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남북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가 몰랐던 북한-15] 남북정상회담과 북·중정상회담이 각각 두 차례씩 이뤄질 정도로 김정은의 대외활동이 바빠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은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국가안전보위성(우리나라의 국가정보원 격)은 각 도·시·군 보위부에 '정상회담 관련 여론, 유언비어 조작자를 철저히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흔들리는 민심에 대한 북한 당국의 우려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가보위성이 주목하는 민심은 크게 3가지다.

첫째, 남북정상회담이 인민생활에 도움이 안 된다는 내용이다. 남북정상회담은 2000년과 2007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기에 이미 두 차례나 이뤄졌지만 이에 따른 경제적인 효과는 미미했다. 2000년대 초반 호전되는가 싶던 북한의 경제 형편은 중반에 이르러 다시 악화됐다. 대북제재에 따라 국제사회의 지원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07년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8년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북한은 그 다음 해 마이너스 성장으로 다시 어려움에 직면했다. 두 번의 경험은 북한 주민들에게 남북정상회담과 인민생활 향상은 별개라는 학습효과를 남겼다. 체감할 만한 긍정적인 변화가 없는데 남북정상회담이 뭐가 중요하냐는 게 주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여기에 정상회담 후 경범죄 재소자들에 대한 김정일·김정은 집권 시 처리 결과도 비교 대상이 되면서 민심은 더욱 안 좋아졌다. 예를 들어 김정일 시대에는 정상회담 전후 한국 영상물을 보다 잡힌 사람들에 대해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 노동단련대나 집결소에서 처벌받고 있던 사람들을 용서하고 사면해 줬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는 남북정상회담이 있어도 '관대한 용서'는 없었다. 결국 아버지보다 더 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둘째, 한류에 대한 동경 및 체제 붕괴에 대한 내용이다. 한류가 중국을 통해 대거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으로 남북관계가 좋아지면서 한국산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도 느슨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한국 영화와 드라마 등이 북한 내부에 급속히 퍼졌다. 탈북민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연구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2016년 기준)이 북한에서 한국 영상물을 접했다고 한다.

영상에 나온 풍족한 물질생활은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에 대한 동경과 함께 현실에 대한 불만도 안겨줬다. 한국 사회에 대한 동경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하는 일화가 있다. 2008년 7월 강원도 금강산에서 한국 관광객 박왕자 씨가 피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이 지역 보위부에 근무하던 A씨는 현장을 다녀와 아내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분명히 사망자는 50대라고 하는데, 피부가 당신보다 더 좋더라." 30대였던 보위부 요원의 아내는 동네 아줌마들에게 이 얘기를 전달했다. 아무도 그 사건의 진위나 남북관계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다. 오직 관심사는 그 피부의 비결이 무엇인가였다.

장마당 세대가 청년층으로 성장한 지금,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는 북한의 사상교양사업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금 북한에는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양한 소문이 돌고 있다. '미국 대사관이 북한에 들어오면 미국 군대도 들어온다' '남조선 기업이 대대적으로 들어오고, 핵무기를 빼앗기면 이라크처럼 망하는 건 시간문제다' 등의 내용이다. 과거에는 '중간 간부들 때문에 못 산다' '정상회담으로 경제교류가 활발해지면 잘살 수 있다'는 식으로 최고지도부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을 피하고 희망사항이 주로 세간에 퍼졌다. 그랬던 북한 주민들이 미·북회담을 앞두고는 달라졌다. 체제 변화에 대한 불안도 더욱 표면화됐다.

셋째, 이례적으로 최고 존엄의 지위에 관련된 말들이 나돌고 있다. 요즘 북한에서는 '리설주 치마' '김여정 치마'가 유행이라고 한다. 문제는 유행이라는 이름 아래 신격화돼 있는 '가계'(북한에서 최고지도자 가족을 부르는 존칭어)의 존함이 시장에서 존칭 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군님의 인민복' '김정은 대장동지식 머리 모양'이 아니라 '설주 치마' '설주 가방' '김여정 치마' 등 여사(혹은 동지)가 생략된 용어가 등장했다.

과거 가계에 대한 언급은 좋은 이야기라고 해도 강한 처벌이 뒤따랐다. 아마도 여러 명의 부인을 두었던 김정일의 속사정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계는 물론 김정은 본인을 두고도 '아직 어려서 철이 없다' '사랑에 빠져 인민생활은 잘 모른다'는 등의 얘기들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국가보위성 지시에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것 자뿐만 아니라 한국 노래를 공개적으로 부르는 것을 엄하게 단속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말은 결국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영상물을 몰래 보고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도 즐기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계층이 지배층이라 단속도 쉽지 않다. 통제를 강화하면 할수록 반발만 심해질 것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 외교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여론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장혜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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