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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청의 '홍준표 나무' 완전 철거 막전막후

  • 최승균
  • 입력 : 2018.06.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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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도지사 재임시절 경남도의 채무제로를 달성한 기념으로 지난 2016년 6월에 식재된 사과나무. 첫
▲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도지사 재임시절 경남도의 채무제로를 달성한 기념으로 지난 2016년 6월에 식재된 사과나무. 첫 '홍준표 나무'로 불렸으나 5개월만에 고사했다.(좌) 경남도 채무제로 달성을 기념해 식수한 첫 사과나무가 고사하자 지난 2016년 10월 새로 교체한 주목인 두번째 '채무제로 나무'. 이 나무도 6개월만에 고사위기 처해 교체됐다.(우) /사진=경남도
27일 오후 3시께 경남도청 정문 앞 화단에서 지난해 4월 새로 식재한 40년생 주목인 3번째
▲ 27일 오후 3시께 경남도청 정문 앞 화단에서 지난해 4월 새로 식재한 40년생 주목인 3번째 '채무제로 나무'가 철거되고 있다. /사진=최승균 기자
[전국구 와글와글-54]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경남지사 재임 시절 경남도의 채무 제로 달성을 기념해 식재한 일명 '홍준표 나무'가 결국 완전히 뽑혔다. 이 나무는 홍 전 대표가 경남지사 취임 이후 3년여 만에 1조3488억원에 달하던 경남도의 채무를 모두 다 갚은 것을 기념해 사과나무 식수를 지시하면서 '홍준표 나무'로 불려 왔다. 사실상 홍준표 도정의 최대 치적이자 상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홍준표 나무는 그동안 생육이 부진해 고사 위기에 처하면서 첫 나무가 심어진 이후 두 차례나 교체됐다가 이번에 완전히 철거됐다.

경남도는 17일 오후 3시 도청 정문에 식재된 홍준표 나무를 철거했다. 최근 한경호 경남지사 권한대행은 간부들 의견을 수렴해 결국 고민 끝에 이날 철거하고 기존의 표지석만 남겨뒀다.

그동안 진보 성향 시민단체는 적폐청산을 위해 이 나무에 대한 철거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 건설 경남운동본부는 지난해 9월 5일 '채무제로기념식수' 표지석 앞에 홍준표 전 지사를 비판하는 팻말을 세워놓았다. 이 팻말에는 '홍준표 자랑질은 도민의 눈물이요. 채무제로 허깨비는 도민의 피땀이라. 도민들 죽어날 때 홍준표는 희희낙락. 홍준표산 적폐잔재 청산요구 드높더라'라고 문구를 넣었다. 지난 19일에는 다시 같은 자리에 '홍준표 염치 제로 나무 철거. 홍준표 적폐나무 즉각 철거하라'고 쓴 말뚝을 박기도 했다. 특히 이들 시민단체는 28일 표지석마저 파내려다 경남도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홍준표 나무가 철거되면서 도청 안팎에서는 '설왕설래'하고 있다. 직접적인 철거 배경은 시민단체의 줄기찬 철거 요구를 경남도가 받아들인 것이지만 속내는 새로운 정치 상황 변화가 주된 이유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수 전 국회의원이 새 지사로 당선되면서다. 경남도는 이미 민주당 성향의 한 권한대행이 취임한 이후 기존의 '불통' 이미지의 홍준표 도정과는 달리 상당한 변화를 보였다. 시민참여 등 다양한 소통창구를 개설하고 도정회의에 노조위원장과 외부 인사를 참관시키는 등 개방형으로 진행됐다. 홍 전 대표의 상징인 '빨간색' 도정 이미지도 내부적으로 파란색으로 바뀌기도 했다. 특히 한 권한대행 취임 이후 홍 전 대표가 지사 시절 임명한 산하기관 단체장들이 상당수 사임했다. 또 홍 전 지사 재임 당시 신임받던 일부 고위 공무원들은 지방선거 출마나 연수 등을 사유로 빠져나갔다. 한 권한대행 체제에서 한때 홍준표 나무에 대한 철거도 검토했으나 한국당 도의원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사실상 보류됐다.

이번 전격 철거 결정은 김 당선인이 취임 전 민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당선인에 대한 드루킹 특검이 시작된 데다 성동조선 노조가 도청 앞에서 집회를 하는 상황에서 홍준표 나무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철거 요구가 계속해서 잇따를 수 있어서다. 게다가 도의회를 비롯해 민주당 도의원이 다수당이 됐고 창원 등 주요 지자체에 민주당 의원이 다수당으로 등극하면서 보수당 소속 광역기초단체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 않다는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참패로 야인(野人)으로 돌아간 홍 전 대표의 처지와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이 나무는 그동안 세 차례나 고사 위기에 처해 두 번이나 교체되면서 공교롭게도 홍 전 대표의 도지사 재임 이후 정치적 역경과 궤적으로 함께하고 있어서다. 2016년 6월 1일 채무 제로 선포를 기념해 심겨진 첫 사과나무는 5개월 만에 말라죽으면서 같은 해 10월 주목으로 교체됐다. 당시 홍 전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같은 해 9월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를 두고 사과나무가 홍 전 대표의 유죄를 미리 예견해서 고사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경남도는 이 나무에 가림막을 치고 각종 영양제를 비롯해 배수 시설을 정비하는 등 세밀하게 관리하면서 혹시나 죽을까 봐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로 교체된 주목도 시들해지면서 결국 6개월 만인 지난해 4월 40년생 튼튼한 주목으로 교체됐다. 당시 홍 전 대표는 경남지사직을 사퇴하고 대선 출마에 나섰으나 결국 당선되지 못했다. 하지만 40년생 나무도 그사이 시들시들해졌고 불과 1년2개월 만인 이날 완전히 철거됐다. 마지막 나무마저도 최근 들어 급격히 시들해진 건 홍 전 대표가 지방선거 참패로 당 대표에서 사퇴하는 것을 미리 예견하고 현재 야인으로 돌아간 모습과 오버랩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홍준표 나무가 최종 철거된 이날 홍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윤한홍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쟁으로 사람을 미워할 수는 있어도 제대로 된 정책까지 미워해서야 되겠는가"라며 "전임 도지사가 정말 힘들게 이뤄낸 채무 제로 정책을 단지 흠집 내기를 위한 정치적 의도로 폐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창원/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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