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비하인드스토리

3개월째 사장 공석인 한국공항공사, 누가 발목 잡고 있을까

  • 지홍구
  • 입력 : 2018.07.04 06: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김포국제공항 등 국내 14개 공항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공항공사 전경.
▲ 김포국제공항 등 국내 14개 공항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공항공사 전경.
[전국구 와글와글-55]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신공항 건설 등 처리할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3개월째 사장이 공석인 데다 일부 신공항 사업은 백지화 목소리까지 나와 진퇴양난에 빠졌다.

우선 당면 위기를 헤쳐나갈 사장을 3개월째 정하지 못하는 대목은 뼈아프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3월 성일환 사장이 임기 1년을 남기고 자진 사퇴해 수장을 잃었다.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사장 후보 5명을 기획재정부에 통보했지만 서훈택 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면서 공사 내부에 반대 전선이 형성됐다. 지난 3월 국토부 대전국토관리청장 출신 김명운 씨를 부사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사장까지 국토부가 넘보는 데 대한 반발심이다. 급기야 공사 노조는 지난달 26일 세종시 국토부 앞에서 서 전 실장의 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 직원이 서명한 반대 연판장을 국토부에 전달하는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공사 직원들이 서 전 실장을 반대하고 나선 이유는 국토부 출신이 공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사장과 부사장 자리를 모두 꿰차는 일 때문만은 아니다. 서 전 실장은 최근 한진일가의 갑질로 촉발된 일명 '대한항공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인물이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가 미국 국적 상태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하는 등 불법이 자행된 데 대해 국토부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라며 '책임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서 전 실장은 2013년 국토부 항공정책관, 2015~2017년 항공정책실장을 지냈다. 이런 상황에서 서 전 실장이 공사 사장이 된다면 '면죄부'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한국공항공사 노조는 "서훈택 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면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국민으로서 이 같은 적폐가 청산돼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기업이 될 수 있도록 공정하게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공항공사가 추천한 사장 후보 5명에 대해 인사검증을 실시한 기재부는 7월 중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복수의 사장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이런 와중에 공사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혀온 신공항 사업마저 정쟁 대상으로 전락해 관련 업무를 준비해오던 공사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김포공항 등 국내 14개 지방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영남신공항, 제주2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등 신공항 건설 사업이 항공 산업·공사 발전에 더 기여할 것으로 보고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기존 1개 팀(신공항기획팀)이었던 신공항 관련 조직을 신공항추진단(4개 팀)으로 격상시켜 부사장 직속으로 편제하는 조직 개편도 마쳤다. 신공항추진단은 2016년부터 2년 넘게 활동해 왔지만 가장 핵심 사업으로 평가되는 영남신공항과 제주2공항 건설이 영남권 지자체와 제주 일부 주민 반대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제주2공항 건설 사업은 2015년 11월 성산읍 일대를 제주 제2공항 후보지로 발표하면서 급물살을 탔으나, 일부 지역주민 반대로 지난해 12월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 관련 타당성 재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용역'이 발주됐다. 지난 5월에는 용역에 참가한 업체가 계약을 포기해 용역이 처음부터 다시 진행되고 있다.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낸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지난 6월 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인,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이 '동남권 상생 협약문'을 체결하고 신공항 건설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해 민선 7기 들어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지금도 신공항 입지 선정 때 밝힌 로드맵이 1년 정도 뒤처진 상황에서 신공항 사업이 원점에서 재검토되면 2025년을 전후해 개항하려던 신공항 사업은 상당 부분 지연되거나 최악에는 사라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공사 관계자는 "신공항 사업과 관련해 진도를 더 나가고 싶어도 자칫하면 매몰비용이 될 수 있어 관망할 수밖에 없다"면서 "일부 신공항 사업은 중간에 정치가 개입된 상태라 예측이 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도 개점 휴업 상태다. 그동안 공사는 사측과 노동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노사전협의회를 구성해 정규직 전환을 위한 밑그림을 완성 단계까지 끌어올렸으나 비정규직 노조 측 인사가 막판 발을 빼면서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사장이 없다 보니 결정력 부재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정규직 전환 대상을 지난해 말 확정하고 단계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대비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직원들은 "정부 산하 공기업 사장 자리를 부처 몫으로 당연시하는 관료주의 문화, 백년대계 사업에 대한 정치권의 과도한 욕심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만들어 내고 있다"면서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도움을 줘야할 존재들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며 국토부와 정치권의 이기주의를 비판했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