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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 사라졌다는 기쁨조, 다시 부활할까

  • 장혜원
  • 입력 : 2018.07.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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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몰랐던 북한-28] 세간에 '기쁨조'로 알려진 북한의 미녀들은 '5과대상'으로 북한 호위사령부 2국에서 일정한 훈련과정을 이수하고 소위 이상의 군사칭호(계급)를 받은 군관(장교)들이다. '5과대상'은 중앙당 5과에서 '초모(招募)'를 통해 선발한 대상자들이다. 이들은 8촌까지 신원조회를 통과해야 하고 학교생활을 바르게 하는 것은 물론 외적으로 뛰어난 미모를 뽐내고 있다. 이런 까닭에 북한에서 5과대상은 미남미녀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호위사령부 2국에서 이들이 받는 훈련과정에는 간호학 등 의료교육 및 안마, 별장관리와 같은 여러 기술 습득이 포함된다. '5과대상'이 주로 하는 일은 특각(김씨 일가의 별장) 관리다.

5과대상에는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포함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신원 조회인데, 보안서(경찰서)의 주민등록과 3호실에서 담당하여 대상자의 8촌까지 조회를 한다. 조회 과정에서 정치범이나 전과자 등 출신 성분이나 사회 성분이 안 좋은 사람들이 드러나면 5과대상에서 탈락한다. 5과대상은 소학교(초등학교) 때부터 점찍어 두긴 하지만 본격적인 관리는 고급중학교(우리나라의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들어간다. 1학년에 해당 시, 군(구역)에서 진행하는 건강검진 및 심사를 통과하면 2학년에는 도(都)에서 심사가 진행된다. 이 과정을 통과하고 3학년이 되면 평양에서 마지막 심사를 받고 최종 선발되는데, 드물게는 2학년에 선발되어 고급중학교를 조기 졸업하는 사람들도 있다.

5과대상의 가장 큰 혜택은 본인이 원하는 경우 평양 거주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여자들은 보통 25~27게사 되면 제대하는데 속해 있는 조직에서 책임을 지고 좋은 조건의 남성과 연결시켜 배우자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배우자로는 호위사령부 군관들이나 군대를 제대해고 김일성종합대학을 다니는 미혼 남성들이 물망에 오른다. 호위사령부 총각 군관들은 결혼 담화, 김일성종합대학 대학생들은 학생담화를 통해 여성들을 사진으로 먼저 접하게 된다. 정면과 측면, 전신사진이 들어 있는 앨범을 통해 맘에 드는 여성이 있으면 미팅으로 이어진다. 물론 어느 한쪽이 싫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서로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면 결혼으로 이어진다. 이때 5과대상들은 평양시민권과 아파트가 우선적으로 제공된다. 남자 입장에서도 괜찮은 결혼 대상자인 셈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5과대상자들에게는 부러움과 선망의 눈길 대신 기쁨조라는 다소 폄하된 호칭이 만들어졌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5과대상 선발원칙 때문일 것이다. 바로 유급 당간부(당일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자식들은 제외하라는 조항이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부모가 당에 충성하고 있으니 자식들은 5과대상에서 제외하는 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돈 있고 권력 있는 부모들도 자식들이 5과대상에 선발되면 뇌물까지 써가며 탈락시켰다. 특히 딸을 둔 사람들은 더욱 싫어했는데, 대놓고 반대하지는 못하고 의사들과의 뒷거래를 통해 건강검진에서 불합격을 받으려고 애썼다.

소위 이상의 군사칭호와 제대 후 평양 거주라는 큰 혜택이 주어짐에도 이른바 있는 집 자식들이 꺼리게 된 이유는 5과대상자들이 하는 일 때문이다. 주로 명승지들에 분포돼 있는 특각(김씨 일가의 별장)에서 여자들은 관리일을 맡아 했으며 남자들은 보초와 같은 호위임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남자의 경우 간혹 운이 안 좋으면 복무기간 돼지만 키우다 제대한다는 얘기가 퍼졌다. 특정한 부서에 배치를 받으면 생각보다 시시한 일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김씨 일가의 사생활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한다는 긍지감에 비해 실제 하는 일은 자괴감을 느낄 만한 일인 게다. 온갖 억측과 소문이 난무하는 가운데 5과대상자에 대한 동경의 마음은 차츰 사라졌지만, 적어도 김정일 사망 전까지 이들을 상징하는 외적 이미지와 혜택들은 여전했다.

김정일 시대 막대한 인력과 자금을 투자하며 공들여 만든 이 시스템은 2012년 김정은 시대 들어 변했다. 지금도 5과대상자 선발은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여성들에 대한 초모를 전면 금지했다. 간호사, 안마사와 같은 별장관리 임무도 전부 남자들이 맡게 됐다. 기쁨조로 폄하됐던 사람들은 대체로 여성이다. 바로 이들이 사라졌다. 사실상 김정은 시대 들어 기쁨조는 자취를 감추게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5과 시스템의 변화가 김정은의 개인사와 연결됐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친모인 고용희는 김정일과 공식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고, 김정은 자신도 할아버지 김일성이 살아 있는 동안 손자로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평양이 아닌 원산과 스위스 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정은이 여러 명의 부인을 뒀던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일명 기쁨조 시스템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아버지와는 다소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은 3대 세습정권의 독재자라는 점이다. 마음만 먹으면 기쁨조의 부활은 아무것도 아니다.

북한 스스로 규정했듯이 사람은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을 가진 사회적 존재다. 특정한 개인의 기쁨과 만족을 위해 아무렇게나 사용돼서는 안 되는 소중한 인민들이다. 북한 당국은 "군주는 배에 비유되고, 백성은 물에 비유된다. 물은 배를 떠가게 할 수도 있고, 물 속으로 뒤집어엎을 수도 있다"는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장혜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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