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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재택근무에, 순이익 생기면 직원에게 나눠주는 회사

  • 박수호
  • 입력 : 2018.09.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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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이드-131] "예? 진짜 직원들이 100% 재택근무를 한다고요?"

"네"

"휴가는 알아서 갔다 오는 거고요? 그것도 무제한으로?"

"네"

"정년은요?"

"자기 다니고 싶을 때까지요."

"회사가 순이익이 매년 '0(Zero)'인데 이게 굴러가긴 하는 겁니까?"

"그럼요. 순이익이 생기면 그 해 연말에 보너스로 직원들에게 다 나눠버려요. 매년 새롭게 시작하지요. 그렇게 한 지 19년째인 걸요."

"...."

미국 내 3대 세금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인 택스 테크놀로지스(TTI)의 제이디 최 대표 얘기입니다. 대담을 나누다 기자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TTI는 쉽게 말해 대기업의 세금만 특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감히 다른 기업이 범접하지 못하는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800만달러, 우리 돈으로 200억원 정도 합니다. 직원은 미국 본사 80명, 인도 지사 300명 정도 된다네요. 영업이익은 30억원 정도 되는데 정보기술(IT) 시스템 재투자 등에 쓰고 남는 순이익은 모두 직원들 성과급으로 나눠 준답니다.

TTI는 일찌감치 '100% 재택근무'를 실천하는 곳입니다. 미국 본사만 해당하긴 하는데요. 이것도 사정이 있습니다. 인도 지사도 재택근무를 시도해보려 했지만 가정마다 컴퓨터를 보유한 직원이 많지 않고 사무환경을 갖추기에 열악한 형편이라 차라리 쾌적한 사무실이 낫다고 현지 직원들이 요구해 사무실 체제로 운영한답니다.

그러면 본사 재택근무 얘기를 한번 해보지요.

TTI는 아예 사무실이 없지는 않답니다. 뉴욕에 작은 사무실이 있긴 하답니다. 그런데 일주일에 이곳을 찾는 이는 최 대표 혹은 최고기술경영자(CTO) 정도라고 하네요. 여러모로 질문거리가 적잖습니다. 서두에 물어봤지만 '진짜 이렇게 해도 회사가 굴러가는 건지'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이건 최 대표가 패널로 참석한 '컨퍼런스창'에서도 주요 질문 중 하나였습니다.

"많은 분이 궁금해 하시는데 저를 보십시오. 멀쩡하게 돌아다니지 않습니까. 이 시간에도 직원들은 제게 메신저, 스마트폰으로 한국서 발표 잘 하고 오라는 메시지를 수시로 보내주고 있습니다. 멀리 플로리다에서도, 로스앤젤레스에서도요. 이게 저희 회사 경쟁력입니다. 세계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지요. 수시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에 '펑크'란 없습니다. 한 직원은 미국 사람인데 한국 사람처럼 술 먹은 날이면 꼭 제게 전화해서 진심으로 '제이디! 좋은 회사 만들어줘서 고마워, 사랑한다(I love you)'고 술주정을 하기도 해요. 농담인가?(웃음) 이렇듯 꼭 얼굴 마주보지 않아도 그만큼 신뢰가 쌓여 있고 그래서 회사가 굴러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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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어떤 업무를 하기에 이럴 수 있을까요. 일단 TTI는 사업모델을 기업 전용으로 특화했습니다. 대기업 세금은 매번 규제가 바뀌고 세법이 달라져서 아무나 컨설팅할 수 없답니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다고 합니다. TTI는 여기에 더해 각 기업에 맞는 세금 IT 서비스를 개발해 한번 이 회사 서비스에 발을 담그면 쉽게 빠져 나갈 수 없도록 해놨답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아시죠? 기업 내 생산, 물류, 회계, 영업 등 경영 활동 프로세스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잖아요. 이런 통합 ERP 회사는 많아요. 그런데 통합 소프트웨어는 세부 사안에서는 구멍이 숭숭 뚫려요. 제가 주목한 건 이 틈새였습니다. 오랜 기간 회계법인을 다니면서 대기업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까다롭고 귀찮은 업무이자 대행 업체 입장에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 분야라는 걸 알게 됐지요. 당시 다니던 회계법인에서 파트너로 승진을 제안받았는데요. 100만달러 이상 연봉을 받을 수 있었지만 과감하게 퇴사하고 창업의 길을 택했어요."

그길로 만든 회사가 지금의 TTI라는 겁니다.

그런데 그는 이 과정에서 '행복'이란 단어를 하나더 꺼냈습니다.

"과연 직장생활에서 행복이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승진, 높은 연봉, 성취감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소중하잖아요. 아이가 커나갈 때와 같은 인생의 주요 순간과 직장 생활을 맞바꿔야 할 때가 사실 많아요.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보통 오후 3시 정도가 되면 하교해서 문을 열고 "Mommy, I'm home"하면서 뛰어 들어오지요. 그때 아빠까지 있으면 뛸 듯이 좋아해요. 그런 광경을 저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선사해줘야겠다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게 있었어요."

실제 그의 바람은 19년째 계속되고 있답니다. 미국 시간으로 오후 3시면 일순간 전 직원 메일이나 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조용해지곤 한다는데요. 바로 아이들의 하교, 귀가 시간이라서 라는군요. 그래서인지 이 회사의 이직률은 극히 낮다고 합니다. 2000년 초창기에 입사한 직원들이 지금껏 회사를 다니고 있다니 말 다했습니다.

들어보면 이상적이긴 한데 '그래도 아무리 전문 직종이 모인 회사지만 운영은 쉽지 않을텐데'란 의문이 계속 들었습니다. 기자처럼 궁금한 사람들은 컨퍼런스창에서도 많았나 봅니다. 여러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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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호 화제인 대표 : 소위 갑(대기업)이 와서 얘기 좀 하자, 사무실로 찾아오겠다고 하는 일이 있지 않나요?

최 대표 : 저희가 가면 되지요. 이미 신뢰관계는 다 쌓여 있고 시스템 문제나 오류가 있으면 저희가 고치면 되는 거지, 굳이 저희 사무실에서 대면할 일이 없어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얼마나 잘 발달돼 있나요? 얼굴 보고 얘기하면 더 얘기가 잘 통한다고요? 그러면 컨퍼런스콜(영상통화)로 해도 전혀 문제가 없어요.

또 다른 청중 : IBM 같은 대기업도 처음에는 재택근무를 장려하다 지금은 포기했는데.

최 대표 : 집기가 있고 내 자리가 있어야 일이 꼭 잘 되는 업종이 있습니다. 또 재택근무의 단점도 많이 얘기해요. 소외감과 충성도라고 하는데 저희 일은 업무가 일단 시작되면 그런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 끊임없이 업무 관련 대화, 영상통화, 회의가 이어져요. 물론 원격이긴 하지만요. 근무 시간엔 효율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보니 좀 얘기가 다르지요. 직원 간 유대요? 제가 직원들을 찾아가서 식사도 하고 여행도 가고 하니 유대감이 딱히 떨어진다는 생각은 안 해봤습니다. 무엇보다 '회사가 꾸준히 나를 인정하고 응원해준다는 점, 또 집에 있지만 경제활동을 하며 살림에 보탬이 되는 존재로 가족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자존감이 높다는 게 다른 곳과 차별화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참 신통방통한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위기가 없었을까요. 딱 한번 있었답니다. 2005년 즈음이었나? 회사가 좀 커지니까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권하면서 회사를 더 키우라고 부추기더랍니다. 그전까지 돈 벌면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하다 보니 부채는 없었지만 회사 규모를 키울 자금이 당시 없었긴 했답니다. 그래서 부채를 안고 사람들을 추가 고용하면서 매출을 늘렸답니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대기업도 속속 쓰러졌답니다. 한순간에 고객사가 줄어드니 눈물을 머금고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네요.

구조조정 후 회사를 재건한 후 경영 원칙은 또 하나 더해졌습니다. 은행 거래를 하되 절대 부채를 안고 무리하게 사업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후 10년간 이 원칙은 지켜졌습니다. 그 덕에 무차입 경영을 하게 된 거지요.

또 다른 질문도 꼬리를 무는데요.

그러면 순이익을 성과급을 나눠줄 때 어떤 기준에 따라 나누는 걸까요. 최 대표는 "아직 칼로 무 자르듯이 전산화되지는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직무마다 본인이 정한 목표를 초과 달성했느냐 혹은 데드라인을 지켰느냐, 관련 사고 없이 1년간 일을 잘 수행했느냐를 보고 책정한다"고 전합니다. 인사, 총무 부문에서는 성과급 측정을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순익에서 특별히 그해 매출에 기여한 직원에게 좀더 많이 책정한 후 나머지는 공평하게 근무 연수와 직급에 따라 나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회사가 돈 벌면 나눈다는 철학이 직원들에게도 전파되다 보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람을 줄이고 월급도 줄였는데도 나가는 직원이나 남은 직원 모두 경영진을 믿어줬습니다. 그러니 이런 경영 원칙을 계속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사업이 계속 승승장구 할 수 있을까요. 혹시 AI(인공지능) 세무회계 컨설팅이 개발된다면?

"미국 법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세법이 매우 복잡하고 또 논쟁 거리가 많아요. 회색 지대가 있는 거지요. 그래서 규제마다 실제 적용하는 과정에서 법리 다툼이 굉장히 많아요. 오히려 컨설팅 수요는 더욱 복잡다단하고 많아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회사 성장을 고민하지 않아도 구조조정, 경영컨설팅 전문 회사들이 지금은 알아서 제휴하자고 찾아오고 있습니다. 확고한 시장 지위를 구축해놓으면 언제든 성장 기회는 찾아온다고 보고 직원들과 계속 소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원격으로요(웃음)."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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