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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한국에서 커피를 재배할 수 있었다면

  • 이덕주
  • 입력 : 2018.10.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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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야사는 매일경제 프리미엄(premium.mk.co.kr)에서 연재되는 온라인 전용 콘텐츠입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경 등록됩니다.

[식품야사-22] 우리나라에서 커피나무를 키울 수 있다면 어땠을까요? 쌀이나 사과처럼 한국에서 커피를 키워서 상업적인 작물로 판매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렇게 되면 다음과 같은 현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1. 커피를 키우는 농가의 연 소득은 750만원(약 6800달러)에 불과하다.

2. 커피 한 잔 가격이 4000원이라면 그중 농부에게 돌아가는 돈은 30원이다.

3. 커피를 키우는 농부를 비롯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커피를 거의 마시지 못한다.


▲ 'r'은 robusta, 'a'는 arabica 품종 커피가 주로 생산되는 지역입니다. 'm'은 양쪽 모두 생산됩니다.
커피는 적도 주변 열대지방(커피벨트)에서 생산됩니다. 브라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에티오피아, 케냐 등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커피 산지이며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도 커피를 많이 생산합니다. 그런데 커피는 식품야사 16화에서 다룬 바나나와 달리 국내 소비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커피 수출이 많은 국가는 차례대로 브라질, 베트남,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지만 수입이 많은 국가는 차례대로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입니다. 상위 15개 국가가 전체 수입의 4분의 3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한국은 12위로 중국과 함께 커피 수입량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다만 브라질은 수출이 많지만 국민의 커피 소비도 많은 국가입니다. 또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도 국민소득 성장으로 커피인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커피는 개발도상국에서 생산돼 선진국에서 소비하는 작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커피는 어떤 식으로 키워질까요?

커피는 꼭두서닛과에 속하는 열대 다년생 식물입니다. 커피씨를 심어 수확이 가능한 나무로 자라는 데는 보통 3년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커피나무에 흰색 꽃이 핀 후 6~11개월 정도 지나면 체리 같은 모양의 열매가 생깁니다. 열매 안에 들어 있는 두 쌍의 씨가 바로 우리가 말하는 커피콩입니다. 우리는 커피를 '콩'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히는 '씨'인 것입니다. 커피는 인간이 기르는 여러 작물 중 과육을 버리고 씨만을 취하는 유일한 작물이라고 합니다(요즘은 커피과육을 먹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커피체리를 직접 보는 것은 흔한 경험이 아닙니다.
▲ 한국에서 커피체리를 직접 보는 것은 흔한 경험이 아닙니다.
커피열매는 작은 앵두와 닮았는데 앵두보다 씨가 훨씬 크고 과육은 매우 양이 적습니다. 당연히 여기서 커피 씨를 분리시키는것은 쉽지 않습니다. 크게 건식법(natural)과 습식법(washed) 두 가지 방식으로 커피씨를 분리하는데요. 건식법은 커피열매를 말린 후에 이를 자동화 설비나 수작업을 통해 씨앗만 분리하는 것입니다. 습식법은 설비를 통해 과육을 제거한 후 발효와 함께 건조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생두를 건식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퀄리티로 보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수확법도 인건비가 많이들어갈 수밖에 없는데요. 농부들이 하나하나 손으로 따내는 핸드피킹이 보편적이고 나뭇가지를 손으로 훑어 열매를 따는 방식(스트리핑)도 많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품질은 핸드피킹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커피 농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우리나라 농부들이 그러하듯 대부분은 소규모로 농사를 짓는 영세 농가라고 합니다. 반면 브라질과 같은 국가에서는 대규모 농장이 운영되고 거기서 노동자들이 일하기도 합니다. 스타벅스 같은 회사들은 코스타리카에 하시엔다 알사시아라는 직영 커피농장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소농(smallholder)들이 생산하는 커피는 전체 커피 생산량의 80%. 이들의 숫자는 2500만명에 달합니다. 이들은 보통 900~1500평 정도 면적에서 커피나무를 키우는데 이 커피를 팔고 나온 돈으로 가족 생계를 유지합니다. 일단 성숙한 커피는 20~30년간 수확이 가능하다고 하니 이 기간 커피나무를 가꾸면서 농민들도 살아가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건식법과 습식법으로 커피를 1차 가공하는 시설을 각각 Dry Mill과 Wet Mill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로 따지면 방앗간처럼 개인이 운영하기도 하고, 농민협동조합에서 보유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1차 가공을 마친 커피를 농민들은 시장에 가지고 나와 팝니다. 이 커피는 각국의 지역 수출업자(exporter)들이 사들입니다. 이들은 모은 커피를 다시 거대 글로벌 기업인 수입회사(importer)들에게 팝니다. 대표적으로 독일 노이만, 스위스 이컴 같은 커피전문 무역회사들입니다. 이 회사들은 커피를 키우는 것부터 수출 수입 물류 트레이딩까지 모든 것을 합니다.

노이만은 1934년에 설립돼 전 세계 커피 수요의 10%를 담당하는 거대 기업입니다. 직원 수는 2200명으로 27개국에 49개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여의도 면적의 25배 정도 되는 7500㏊의 농장도 직접 운영합니다.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로부터 1시간가량 떨어진 스타벅스 농장은 투어도 가능한 곳입니다. <사진 제공=스타벅스>
▲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로부터 1시간가량 떨어진 스타벅스 농장은 투어도 가능한 곳입니다. <사진 제공=스타벅스>
이처럼 국제시장에 나온 커피는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원자재가 됩니다. 미국의 원자재거래소인 ICE에서는 파생상품인 커피 선물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커피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거래가 많이 되는 원자재라는 설도 있지만 실제로는 전체 10위에도 들지 못한다고 합니다. 국제석유시장 규모가 7880억달러인데 커피는 190억~230억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이는 콩이나 밀 같은 다른 농산물보다도 낮은 것입니다.

커피 수출업자들 혹은 국제원자재 시장에서 커피를 사들이는 회사들을 우리는 로스터(roaster)라고 합니다. 생두를 로스팅해(구워) 원두로 만드는 회사를 말합니다. 이 영역에 들어오는 커피는 이제 농산물이 아니라 '가공식품' 영역으로 옮겨갑니다. 왜냐면 원두를 로스팅하는 데는 대규모 설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로스팅 회사 중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이 많습니다. 이 회사들 중 많은 수가 로스팅부터 시작해 가공·유통·판매까지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 식품기업 중 하나인 네슬레는 전체 로스팅 기업 중에서도 1위(생산량 기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네슬레와 쌍벽을 이루는 로스터는 독일 JAB홀딩스인데요. 한국에는 익숙하지 않은 큐리그, 크리스피크림, 카리부, JDE 등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상위권 로스터들은 인스턴트커피(soluble coffee) 같은 대량생산 제품을 만드는 회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스타벅스는 커피 전문 매장을 운영하는 회사지만 로스팅 규모에서 최상위권에 있는 기업입니다. 스타벅스는 직접 커피를 현지에서 구매해 미국에 있는 공장에서 직접 로스팅합니다. 그리고 이 원두를 전 세계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 뿌려줍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스타벅스는 모두 미국에서 배를 통해 수입한 원두를 사용합니다. 투썸플레이스·이디야·할리스 등 국내 커피전문점들이 한국에서 직접 로스팅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반면 원두에 좀더 집중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세가프레도자네티, 라바짜, 일리 같은 이탈리아 회사들이 그렇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로스터는 동서식품입니다. 동서식품 한 회사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원두의 40%가량을 수입하는 것으로 언론기사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데요. 정확히는 원두가 아니라 로스팅 되기 전의 생두를 수입합니다. 이는 동서식품 공장에서 로스팅돼 커피믹스나 RTD커피(레쓰비 TOP 등)를 만드는 데 쓰이거나 원두 형태로 커피전문점들에 납품됩니다. 커피전문점들은 이 원두를 갈아 에스프레소·드립커피·콜드브루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커피라는 음료를 만듭니다(식품야사 4화 참조).

커피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도착합니다. <사진 제공=Zettwoch'>
▲ 커피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도착합니다. <사진 제공=Zettwoch's Suitcase>
이 같은 세계적인 차원의 커피 서플라이체인은 커피 산업이 만들어진 후 크게 바뀌지 않고 유지돼 왔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 농민과 노동자들의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커피를 키우고(농업), 선진국 기업인 커피 전문 무역회사들이 이를 전 세계에 유통시키고(무역), 커피 전문 제조사들이 자본을 통해 이를 대량 생산하고, 선진국 국민이 커피를 소비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어딘가 불편합니다. 지구 어딘가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나의 커피 한잔을 위해 힘든 노동을 하고 있고 그들에게 돌아가는 돈이 미미하다는 사실은 선진국의 사람들이 죄의식을 느끼게 만듭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이런 시스템은 제국주의 국가들과 식민지 사이의 착취적인 관계에서부터 만들어졌습니다. 식민지 시대가 끝난 이후에도 여전히 아프리카와 중남미 농민들은 가난과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1960년대부터 소위 공정무역(Fair Trade) 운동이 시작됩니다. 커피·코코아·바나나 등 농작물을 구매할 때 가난한 농민에게 더 많은 이득이 돌아가게 하고 각종 노동 착취 등을 막자는 운동입니다. 공정무역 운동가들은 생산국가에서 농민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하게 하고 이 협동조합을 통해 기업들이 커피를 구매하도록 촉구합니다. 커피를 구매할 때 최소 가격을 보장하거나 시장가격의 몇 배를 준다거나 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커피와 관련된 또 다른 운동 중 하나가 열대우림동맹(Rainforest Alliance)인데요. 커피의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커피 농사에서 크게 변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낮은 지대에서 커피는 원래 열대 우림 속 그늘에서 자라는 나무였습니다. 그러나 커피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우림을 자르고 커피나무만 남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우림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열대우림동맹은 공정무역뿐 아니라 커피나 코코아 홍차 등이 친환경적인지를 인증해주고 있습니다. 열대우림동맹도 큰 범주에서 공정무역 커피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열대우림동맹은 다른 공정무역의 커피와 달리 농민들에게 최저가격을 보장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 열대우림동맹은 다른 공정무역의 커피와 달리 농민들에게 최저가격을 보장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공정무역 커피는 그래도 여러 공정무역 중에서도 큰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2009년 한 통계에 따르면 다양한 형태의 공정무역인증 커피는 전체 커피의 8%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같은 커피기업들이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커피 사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공정무역 이상으로 커피 생산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른 것도 있습니다. 바로 커피의 고급화와 이력 추적입니다.

위에서 제가 설명한 밸류체인(소농→수출업자→커피무역회사->로스터)을 거친 커피들은 보통 상업용 커피(Commercial Coffee)라고 불립니다. 반면 이런 커피들과 다른 고급커피 시장도 따로 있습니다. 크게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와 컵오브엑설런스(Cup of Excellence·CoE) 두 가지가 유명합니다.

스페셜티커피는 1만명 이상의 커피업계 종사자들로 구성된 스페셜티커피협회가 인증한 상위 등급의 커피를 말합니다. 100점 만점에서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커피로 대략 전체 커피의 상위 7%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우리나라 한우 육질 등급을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이라는 공기업에서 한우의 육질에 대한 등급을 1++ 부터 3등급까지 나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등급제는 프리미엄 시장을 만들고 농축산물 품질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스페셜티 브라질 RFN이라는 이 커피는 SCA로부터 82.5점을 받은 스페셜티 커피입니다. RFN은 열대우림동맹의 인증을 받은 커피라는 의미입니다. <사진 제공=브라운백커피>
▲ 스페셜티 브라질 RFN이라는 이 커피는 SCA로부터 82.5점을 받은 스페셜티 커피입니다. RFN은 열대우림동맹의 인증을 받은 커피라는 의미입니다. <사진 제공=브라운백커피>
CoE는 중남미, 아프리카의 11개 주요 커피 생산국을 중심으로 매년 시행되는 커피 품질 경연대회입니다. 이 대회도 역시 ACE라는 단체에서 운영하는데 스페셜티커피가 단순한 인증인데 반해 CoE는 순위가 매겨지고 이를 바탕으로 경매까지 이뤄진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스페셜티커피와 CoE가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이력추적가능성(Traceability)입니다. 상업용 커피는 구체적인 생산자나 생산농장 없이 수집되고 관리되는 커피입니다. 기껏해야 생산국가나 생산지 정도만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스페셜티커피와 CoE 커피는 커피가 생산된 농장, 가공방법(습식인지 건식인지), 고도, 품종 등의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필요한 정보인데요. 그래야 좋은 품질의 커피를 생산한 농부들에게 높은 가격을 쳐줄 수 있고, 소비자들도 이 커피가 고급커피로 위장된 일반커피가 아니라고 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CoE 1등 커피는 1㎏이 경매에서 10만원에 판매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마이크로랏(Micro Lot)이라는 커피도 있습니다. 한 개 농장보다도 더 작은 단위(lot)로, 소량으로 생산되고 관리되는 커피를 마이크로랏 커피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스페셜티커피나 CoE처럼 높은 등급은 아니더라도 이력 추적이 가능하고 정성이 들어갔다는 의미에서 상대적으로 고급커피가 됩니다. 커피에 정성과 스토리를 부과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처럼 고급화된 커피는 농가들 소득을 높이고 커피 품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공정무역 커피보다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공정무역 커피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최소가격을 보장해주는 방식이 결과적으로 농민들이 저품질 커피를 공정무역커피로 파는 도덕적 해이를 일으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커피 농가의 이름을 전면에 걸고 스토리를 부여하는 방식은 우리 농산물에서도 완전히 낯선 것은 아닙니다. 이마트에 가보면 '국산의 힘'이라는 브랜드로 생산 농가의 얼굴을 걸고 판매하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각종 지역 농산물들에 생산자가 누구인지 어떤 스토리가 담겨 있는지를 밝히면서 판매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국산 농산물 생산자들의 성장을 도와 유통업자와 농민이 상생하겠다는 것이 이마트의 설명입니다.

국산의 힘 고구마는 일반 고구마보다 비싸지만 농민에게 더 많은 것이 돌아갑니다. <사진 제공=이마트>
▲ 국산의 힘 고구마는 일반 고구마보다 비싸지만 농민에게 더 많은 것이 돌아갑니다. <사진 제공=이마트>
저는 글의 시작에서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키운다면 농부들이 4000원짜리 커피 한 잔에서 가져가는 돈은 30원에 불과할 것이다라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커피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농산물들은 비슷한 처지에 있습니다.

커피 한 잔 가격이 4000원이라면 그중 농부에게 돌아가는 돈은 30원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설명에는 이 중 3970원은 대기업들이 농부들로부터 착취해간다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2011년 한 기사에 따르면 커피 한 잔에 원두 10g 이 사용될 경우 이 10g의 가격이 123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수입가 기준). 다만 아메리카노는 투 샷을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실제 잔당 커피 원가는 300원 정도로 보는 것이 맞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글로벌 대기업 및 로스터 등이 가져가는 몫은 한 잔당 270원이 될 것입니다. 농민들의 30원에 비하면 여전히 270원도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농부들로부터 커피를 사들여 이를 배에 실어 옮기고 로스팅까지 하는데 이 정도의 부가가치가 붙는다면 그렇게 착취(!)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4000원 중 270원을 뺀 3730원은 누가 가져가는 걸까요? 먼저, 종이컵, 시럽과 같은 부자재 가격을 제외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들 인건비, 매장 임대료, 커피기업들의 마케팅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마시는 소위 인스턴트 커피가 훨씬 가격이 싼 것은 인스턴트 커피가 상대적으로 싼 가격의 커피를 쓰는 것도 있겠지만 인건비와 임대료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걸 제외하고 4000원 중 1000원이 커피전문점 운영자들의 마진이라고 친다면 하루에 100잔을 팔아야 한 달 수입이 300만원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렇게 따지면 커피전문점 운영자들도 그렇게 많이 가져가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1972년 시내 다방 커피값은 60원. 당시 라면값은 20원이었습니다.
▲ 1972년 시내 다방 커피값은 60원. 당시 라면값은 20원이었습니다.
우리 농산물도 항상 농부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고 중간 유통업자가 많은 것을 가져간다는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1000원에 산지에서 살 수 있는 배추가 매장에서는 1만원에 팔린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농민에게 돌아가는 몫을 늘리기 위해 직거래를 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직거래는 실제로 중간 유통마진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소규모일 때 얘기입니다. 소량의 커피를 작은 커피숍이 구매하는 데는 그렇게 큰돈이 들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국적인 규모로 배추를 직거래로 판다고 하면 이를 어딘가 저장해야 하고 누군가 옮겨야 하며 누군가는 이를 판매해야 합니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배추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누군가는 이에 따른 위험을 부담해야 합니다. 이 같은 종합적인 유통비용이 우리가 구매하는 농산물 가격에는 들어가 있습니다.

커피에서 시작한 얘기가 우리 농산물 얘기까지 너무 돌아온 것 같습니다. 이 긴 얘기가 주는 교훈을 요약해 보겠습니다.

1차 산업인 농업 종사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은 것은 커피뿐만 아니라 우리 농산물에서도 마찬가지의 일입니다. 이는 대기업이 농민을 착취해서라기보다는 유통구조상 불가피한 부분이 있어보입니다. 가격을 통한 보조나 윤리적인 구매를 자극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제품을 프리미엄화하고 다양성을 늘리는 것도 시장 친화적인 좋은 대안인 것 같습니다.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이에 대해 지갑을 열 때 농부도 소비자도 만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덕주 유통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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