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비하인드스토리

군사개혁 시동 건 북한

  • 장혜원
  • 입력 : 2018.10.05 06: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1차 확대회의가 열렸다고 지난 5월 18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1차 확대회의가 열렸다고 지난 5월 18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우리가 몰랐던 북한-36] 지난 5월 18일,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었다. 해당 일자 노동신문(북한 노동당 기관지)은 이 회의에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들과 군사지휘관들,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꾼들도 대거 참석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회의를 지도한 김위원장(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은 "전략국가의 위상에 걸맞게 군대를 더욱 현대화하자"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전략군과 특수군, 해군, 공군을 제외한 보병무력을 대폭 축소하거나 건설전문 부대를 늘리는 방안을 새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또한 현재 북한군의 내무 규율과 군사훈련 실태, 후방공급 수준을 적나라하게 분석하면서 이런 상태로 전쟁을 한다면 백전백패한다고 했다.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든 것이 나의 결심이다'고 하면서 군사력의 강화는 미국과의 회담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회의의 핵심은 '작지만 강한 군대'이다. 이는 효율적인 군대, 쉽게 얘기하면 군사비를 줄이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민주주의 국가이든, 독재국가이든 모든 국가의 목표는 부국강병이라 할 수 있다. 국민들이 풍족한 경제생활을 향유하고, 주변국이 함부로 엿볼 수 없는 강한 국가가 되는 것 이상의 목표는 없다. 더욱이 독재국가에서 군에 대한 장악은 통치자의 존망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이슈다. 국내정치기반이 약한 김 위원장으로선 비대해진 군의 힘을 억제하고 컨트롤 가능한 범위에서 통수권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닌 북한군의 낙후한 현실이 도마에 오른 이유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군(先軍)정치로 군에 힘을 실어줬다. 북의 입장에서 1990년대는 동유럽 사회주의나라들의 몰락과 잇따른 자연재해,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악재가 겹친 그야 말로 고난의 행군시기였다. 당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겸 국방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정일은 이른바 '혁명적 군인정신'을 내세워 위계질서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이 역경을 타개하려 했다. 국가비상사태이니 군을 달래고 그들을 내세워 전시체제로 국가를 운영한 셈이다.

이와 달리 김 위원장은 정상적인 국가를 표방하고 있다. 군보다는 당에 집중하고 있고, 약화됐던 당의 지도체계 시스템을 재건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 정상국가 이미지 구축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선군정치의 부작용도 심한 편이라 권력 재편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군의 부패와 군사규율의 약화, 군민관계의 악화 등이 대표적이다.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군은 의식주 해결을 위한 병역운영비가 모자라 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비행기, 탱크와 같은 전력운영에 필요한 기름의 절대적 부족현상은 훈련용 기름 마련을 위해 식량을 팔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주린 배를 달래기 위해 무단 외출하는 병사들과 고된 규율생활을 기피하는 탈영자가 늘었고,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심지어 먹지 못해 생명을 잃은 군인들도 적지 않았다. 급기야 북한군은 영양실조에 걸린 군인들을 위해 일명 '보양중대'를 만들어 따로 관리했고, 군인가족들을 동원해 그들을 돌보기도 했다.

군에 나가는 자식에게 '통일 병사가 돼오라', '군 생활을 잘해서 조선노동당원이 돼 돌아오라'고 했던 부모들의 당부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건강하게만 돌아오라'로 바뀐 지 오래다.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의 주변 지역은 도둑질과 노골적인 갑질에 크고 작은 마찰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렇다 보니 지금 북한에서 군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다.

김 위원장이 보병무력을 대폭 축소하여 건설전문부대를 늘리는 방안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양적으로 늘어난 군을 먹여 살릴 능력이 없는 것도 가장 큰 문제로 등장했다. 김위원장의 발언은 그동안 군에 편증됐던 권력을 재편성하여 경제건설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3대째 반복하고 있는 "흰 쌀밥에 고깃국 먹는 날"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작지만 강한 군대를 표방한 김 위원장의 행보는 경제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군사영역에서도 개혁을 시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으로는 전략국가 지위를 획득했다 는 자축심리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이 시점에서 경제부흥에 대한 북한 당국의 바람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장혜원 통신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