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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 비추면 빛 내뿜는 형광 개구리의 경이로움

  • 원호섭
  • 입력 : 2017.03.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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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과학-132] 짧은 파장의 빛을 흡수해 긴 파장으로 다시 내뿜는 것을 '형광(fluorescence)'이라고 한다. 형광능력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동물이 바로 '해파리'다. 해파리 세포 속에 있는 형광 단백질이 빛을 받으면 녹색의 빛을 내뿜는다. 육상동물이 형광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희귀한 일이다. 양서류에서는 여지껏 발견되지 않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대 연구진이 처음으로 빛을 내뿜는 개구리(양서류)를 발견했다. 남아메리카산 물방울무늬청개구리는 평상시에 녹색, 노란색, 빨간색을 띠고 있다. 하지만 조명을 줄이고 자외선을 비추는 순간 밝은 파란색, 녹색을 띠며 빛을 뿜는다. 이 청개구리는 형광 능력을 갖고 있는 동물과는 다른 형광분자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 13일자에 게재됐다.

 빛을 내뿜으려면 빛을 흡수해야만 한다. 따라서 이런 형광 특성은 어둠 속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형광은 '생물발광(bioluminescence)'과 구별된다. 생물발광을 하는 생물은 화학반응을 통해 빛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산호, 물고기, 상어, 바다거북 등 많은 해양생물이 발광 특성을 갖고 있다. 육상 동물 중에서 형광 특성을 갖고 있는 생물로는 일부 앵무새와 전갈에서 알려져 있을 뿐이었다. 동물이 왜 형광 능력을 갖게 된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연구진은 처음에 남아메리카산 물방울무늬청개구리가 '빌리베르딘(biliverdin)'이라는 색소를 갖고 있어서 적색형광 능력을 갖고 있을 것으로 여겼다. 연구를 이끈 카를로스 타보아다 부에노스아이레스대 교수는 "빌리베르딘은 일반적으로 양서류의 조직과 뼈를 녹색으로 만든다"며 "일부 곤충에서는 빌리베르딘이 단백질과 결합해 적색형광을 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청개구리는 파란색, 녹색 형광을 냈다.

 연구에 참여한 훌리안 파이보빅치 부에노스아이레스대 박사는 네이처와 인터뷰하면서 "처음 이 개구리가 녹색 형광을 냈을 때 우리는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청개구리가 녹색 형광을 내는 것은 세 가지 분자(히로인L1, 히로인L2, 히로인G1) 때문이었다. 이 분자는 고리구조와 탄화수소 사슬을 포함하고 있는데 형광 특성을 갖고 있는 동물과는 다른 부분이다. 연구진은 이 형광분자는 보름달 가시광선의 18%에 해당하는 많은 양의 빛을 내뿜는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 청개구리의 시각계, 광수용체 등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는 만큼 후속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대모거북이에서 형광 특성을 발견한 데이비드 그루버 미국 뉴욕대 교수는 네이처와 인터뷰하면서 "이번 연구는 굉장히 흥미로운 만큼 동물이 갖고 있는 형광 능력에 대한 생태학, 행동학과 관련된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보빅치 박사는 "이 청개구리와 같이 반투명한 피부를 가진 250여 종의 청개구리를 대상으로 또 다른 형광 개구리가 있는지 찾아나갈 것"이라며 "다른 연구자들도 자외선 플래시를 들고 현장으로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과학기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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