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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역분화줄기세포, 일본 60대 남성에 첫 이식

  • 원호섭
  • 입력 : 2017.03.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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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말랑말랑과학-133] 지난 3월 28일, 일본 국적의 60대 남성이 타인의 피부세포로 만든 역분화줄기세포(iPS)를 이식받았다. 자신의 피부세포를 iPS로 만들어 이식한 사례는 있었지만 이처럼 타인의 iPS를 이식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계에서는 이번 이식으로 iPS를 보다 많은 곳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PS는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난자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로운 측면을 갖고 있다. 학술지 '네이처'는 이번 이식이 "iPS 세포은행이 줄기세포 이식을 저렴한 가격과 함께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iPS는 성인의 체세포를 배아 상태로 역분화시킨 뒤 특정 세포로 분화시켜 만든다. 이번 이식은 일본 효고현에 있는 60대 남성에게 시행됐는데 그는 노인성 황반변성을 갖고 있는 환자였다. 피부세포 공여자는 공개되지 않았다. 일본 연구진은 피부세포를 iPS로 만든 뒤 망막세포 형태로 분화시켜 이식했다. 연구진은 이 세포가 질병의 진행을 멈추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2014년 황반변성 질환을 갖고 있는 여성이 iPS를 이식받은 적이 있다. 당시는 환자 자신의 피부세포를 iPS로 분화시켜 사용했다. 2017년 2월 이 환자의 시력이 떨어지지 않았고 망막세포가 안정한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나자 연구진은 이번 실험을 계획했다.

 이번 이식은 첫 이식을 했던 연구진의 성과였다. 연구진이 사용한 iPS는 iPS 은행에 예치되어 있던 세포였다. 역분화줄기세포 발견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는 공여자의 iPS가 환자의 몸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 "iPS 은행에 보관된 세포들은 대부분 환자들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야마나카 교수는 2년 전 한국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협회 총회'에서 "iPS 세포은행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는 "2018년까지 iPS 세포를 5~10개 정도 만들 예정"이라며 "이는 일본 인구의 30~50%가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다카하시 마사요 박사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미리 만들어 놓은 iPS를 사용하면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이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 세포는 즉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카하시 박사는 이번 이식에 사용된 iPS의 프로토콜을 만든 사람이다. 또한 고령의 환자가 자신의 피부세포를 iPS로 만들 경우 유전적 결함이 축적돼 이식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은 신중하다. 다카하시 박사는 일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술은 잘 진행됐지만 이식한 세포를 끝까지 모니터링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며 "다섯 번의 추가 수술이 끝날 때까지 더 이상의 추가 발표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원호섭 과학기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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