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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못맡는 쥐 체중 감소 원인은 갈색지방 증가 때문

  • 원호섭
  • 입력 : 2017.07.0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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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말랑말랑과학-135] 한여름, 해변가에서 멋진 몸을 뽐내며 해수욕을 즐기고 싶은 당신이라면 이번 연구에 주목해야 할 듯싶다. 다이어트와 관련된 새로운 연구가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쥐'를 대상으로만 한 연구이기 때문에 따라하는 것을 권하지는 않는다.

코가 막혀 냄새를 맡지 못한다면 향긋한 애플파이조차 죽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은 음식을 먹는 것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신체의 대사작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신이 기름진 음식을 먹는다 하더라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물론, 이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했지만).

앤드루 딜린 미국 UC버클리 분자생물학과 교수 연구진은 쥐 실험 결과 후각이 마비됐을 경우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살이 덜 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 5일자에 게재됐다.

딜린 교수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위해 유전자 조작 쥐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먼저 쥐에게 일시적으로 후각을 마비시킬 수 있는 '디페트리아 독소'를 투여했다. 이후 대조군과 실험군을 나눈 뒤 일반적인 먹이와 함께 기름진 먹이를 줬다. 사람으로 친다면 치즈케이크, 피자 등 비만을 초래하는 음식이다.

3개월 뒤 후각을 잃은 쥐의 몸무게는 정상적인 쥐와 비교했을 때 몸무게가 다소 줄어든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기름진 먹이를 준 쥐의 경우 냄새를 못 맡는 쥐는 정상적인 쥐와 비교했을 때 몸무게가 16%나 덜 나갔다. 후각을 잃게 되면 살찐 쥐들조차 체중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냄새를 맡지 못하는 쥐들이 음식을 덜 먹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연구진은 "쥐에게 먹인 먹이의 양은 실험군과 대조군 모두 차이가 없었다"며 "몸무게가 덜 나가는 쥐가 운동을 더 한 것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냄새를 맡지 못하는 쥐의 경우 몸이 더 많은 칼로리를 소비했다고 결론내렸다. 특히 '갈색지방'에서 많은 칼로리를 태운 것으로 확인됐다. 복부나 허벅지에 축적되는 백색지방과 달리 갈색지방은 대사를 통해 열을 생산한다. 성인의 경우 갈색지방을 미량 갖고 있지만 설치류는 많이 보유하고 있다. 설치류에게 갈색지방은 체온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연구진은 "후각이 마비된 쥐는 갈색지방의 활성화가 증가됐으며 백색지방 일부도 갈색지방으로 전환됐다"며 "냄새를 못 맡는 경우에는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더 많이 섭취했다고 생각해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하는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후 유전자 조작을 통해 후각이 예민한 쥐를 만든 뒤 몸무게 변화 양상을 조사했다. 그 결과 후각이 예민한 쥐는 살이 많이 찌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을 더 먹은 것도 아니었다. 사이언스는 이번 연구를 소개하면서 "후각이 동물의 에너지 소모량을 변화시킨다는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연구"라고 소개했다. 딜린 교수는 "체중 증가는 단순히 음식을 많이 먹는 것 외에도 음식을 인식하는 방법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를 사람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을까? 일부 과학자들은 회의적이다. 토마스 후멜 독일 드레스덴공과대 교수는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후각을 상실한 사람들을 연구했을 때 체중 감소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이런 연구가 인간에게도 적용이 된다면, 후각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방식을 통해 비만을 치료하는 기술이 나올지 모른다. 토마스 호바스 예일대 교수는 "음식을 먹기 전, 후각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분무제를 뿌리는 방식으로 체중 관리가 가능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실험이 어렵다면, 코를 막고 음식을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맛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체중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대단한 발견으로 남을 수 있다.

[원호섭 과학기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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