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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포장을 보면 '안전한 먹거리'가 보인다

  • 이덕주
  • 입력 : 2018.08.0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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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야사-18] 혹시 지금 주변에 포장을 뜯지 않은 가공식품이 있으신가요? 과자 라면 커피 등 모든 식품의 포장지나 용기에 보면 커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안에 빽빽하게 글씨가 쓰여 있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식품은 모두 이 식품에 관련된 정보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합니다. 최소 13개 이상 정보가 여기에 들어가는데요. 이번 식품야사는 이 식품 포장에 적힌 정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하나하나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정보는 '식품안전'에 대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1. 제품명

제품명은 식품에 대한 가장 중요한 정보입니다. 이 정보가 중요한 것은 이 제품명이 꼭 진실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나나우유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바나나맛우유는 바나나를 넣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바나나는 들어 있지 않고 우유에 첨가제를 통해 바나나향만 나도록 만든 제품입니다. 그래서 바나나우유가 아니라 바나나맛우유인 것입니다. 바나나맛우유의 성분을 찾아보면 '바나나향'이 있고 '바나나과즙'은 들어 있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기업은 한번도 바나나가 들어가 있다고 한 적도 없고 처음 제품이 나올 때도 '바나나우유'가 아닌 '바나나맛우유'로 제품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바나나 '맛'과 '향'의 미묘한 차이는 사람들이 충분히 오해를 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식품회사들이 '착한' '건강한' '옳은' 같은 주관적일 수 있는 표현을 제품에 사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원재료에 바나나분말이 들어갔기 때문에
▲ 원재료에 바나나분말이 들어갔기 때문에 '바나나맛킥'이나 '바나나향킥'이 아니라 '바나나킥'입니다.

2. 식품유형

우리나라에는 식품공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마치 식품산업의 법전과 같은 것인데요. 식품야사 14화에서 소개했던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이를 담당합니다. 이 공전에서는 가공식품을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로 나누고 있습니다. 식품유형은 이중 가장 디테일한 소분류로 예를 들어 과자, 캔디류, 추잉껌, 빵류, 떡류 같은 것입니다. 이 식품유형에 따라 표시해야하는 정보도 달라지고, 규제도 달라집니다.

3. 업소명 및 소재지

업소명 및 소재지에는 이 제품을 만든 회사와 유통하는 회사의 이름과 주소가 나옵니다. 그런데 식품을 만드는 회사와 판매하는 회사가 다를 경우 제조원과 유통전문판매원으로 별도로 표시됩니다. 이는 식품산업이 브랜드가 있는 대기업과 생산만 하는 중소기업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식품산업은 제품 종류가 다양한데 대기업이 모든 제품을 직접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상당 부분을 중소기업에 생산을 맡기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CJ제일제당의 가정간편식 브랜드 비비고라고 한다면 대표 제품인 '비비고 왕교자'는 인천에 있는 CJ제일제당 공장에서 직접 생산합니다. 반면 비비고 육개장은 교동식품과 진한식품이라는 곳에서 생산합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에서 만들고 대기업에서는 브랜드만 빌려주는 것일까요. 이것은 사례 별로 다릅니다. 예를 들어 CJ제일제당에서 레시피를 개발하고 생산과정도 엄격하게 관리해 중소기업은 생산시설만 빌려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중소기업이 기술력이 있다면 대기업은 브랜드만 붙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위 PB(Private Brand)제품도 제조원과 유통전문판매원이 다르게 표시됩니다. PB제품은 이마트, 홈플러스, GS25 같은 유통회사들이 다른 기업에 주문위탁자생산(OEM) 방식으로 제품 생산을 맡기고 자신들의 유통 브랜드(피코크, 노브랜드, 초이스엘 등)를 붙여서 자사 유통망에서만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피코크 초마짬뽕은 고것참식품에서 생산해서 이마트에서만 팔립니다. 이런 제품을 PB제품이라고 합니다.
▲ 피코크 초마짬뽕은 고것참식품에서 생산해서 이마트에서만 팔립니다. 이런 제품을 PB제품이라고 합니다.

4. 유통기한

요즘처럼 먹을 것이 넘치는 시대에는 식품의 유통기한을 넘기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런데 유통기한이란 것 자체가 식약처에서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식품회사들은 이를 보수적으로 정합니다. 보통 유통기한은 실제 품질이 유지되는 기간보다 최소 30% 정도 짧게 잡는다고 합니다. 역으로 계산하면 유통기한이 1년인 제품이라면 1년4개월 정도까지는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몇 가지 기준을 지켜야 합니다. 제품 포장지에 '직사광선을 피해서' '서늘한 곳에' '냉장/냉동 보관' '섭씨 ○○도 이하 보관' '개봉 후 즉시 섭취' 등의 문구가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유통기간이 훨씬 짧아집니다. 냉동식품을 상온에 계속 보관했다던지 우유를 개봉한 후 오래 두었다던지와 같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5. 내용량 및 내용량에 해당하는 열량

내용량(무게로 표시)과 이를 다 먹었을 때 열량을 표시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다이어트가 중요한 요즘 같은 시기에는 칼로리가 중요합니다. 보통 성인여성은 2000㎉, 성인남성은 2500㎉가 권장 섭취량이라고 합니다.

6. 영양성분 및 1회 섭취참고량

나트륨, 탄수화물, 당, 지방, 트랜스지방,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단백질의 양(무게)과 1일 영양성분 기준치에 대한 비율을 표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총 내용량 30g에 지방 12g, 22%라고 하면 30g 중 12g이 지방이고 5번 정도 먹으면 지방 필요치를 충족한다는 의미입니다.

7. 원재료명

이것은 어느 라면의 원재료명과 원산지일까요? 알아맞춰보세요.
▲ 이것은 어느 라면의 원재료명과 원산지일까요? 알아맞춰보세요.

원재료명에는 원재료의 원산지가 표시됩니다. 어떤 식품에 사용된 재료가 국산인시 수입산인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국산=좋은 것, 수입산=나쁜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국산=원가가 높고, 수입산=원가가 낮다'는 것은 대체로 맞습니다. 국산이 있음에도 수입산을 쓴다는 것은 수입산이 가격경쟁력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원재료명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는 식품첨가물입니다. 올해부터 모든 종류의 식품첨가물에 대한 정보가 31개 용도별로 식품 포장지에 표시가 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품첨가물이 들어갔고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방부제'라고 부르는 '보존료', 색소로 부르는 '착색료', 향을 넣는 '향료' 등이 대표적인 식품첨가물이며 우리에게는 MSG로 익숙한 L글루탐산나트륨은 향미증진제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식품첨가물은 그 부정적인 뉘앙스와는 달리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물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빵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효모는 '팽창제'이며 각종 비타민은 '영양강화제'입니다. 껌에 들어가는 자일리톨, 설탕의 대체 감미료인 수크랄로스도 식품첨가물의 일종입니다.

그렇다면 먹으면 나쁜 식품첨가물과 먹어도 되는 식품첨가물이 따로 있는 걸까요? 식약처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식품에 넣을 수 있는 식품첨가물은 종류와 용도까지 정해져 있습니다. 또한 동물과 인체에 대한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서 안전성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안전한 식품첨가물이라면 왜 표시를 꼭 해야 하는걸까요? 이는 소비자의 '알권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무해하고 정부가 공인을 했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 소비자의 '알권리'입니다.

아무리 외쳐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메아리 없는 외침.
▲ 아무리 외쳐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메아리 없는 외침.

8. 품목보고번호

모든 식품은 제조시설별로 품목보고번호가 부여돼 관리가 되고 있습니다. 식약처에서 관리하는 '식품안전나라(www.foodsafetykorea.go.kr)'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여기서 어떤 제품·기업이든 이름을 넣고 검색하면 인허가 정보, 유통기한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때 품목보고번호를 알고 있으면 훨씬 빠르게 찾을 수 있습니다.

9. 보관방법 & 주의사항

보관방법과 주의사항은 포장지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입니다. 4번 유통기한 항목에서 밝혔듯이 보관방법을 지키지 않을 경우 식품의 유통상태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주의사항은 문제가 될 수 있는 웬만한 것들을 다 표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캔제품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전자레인지 또는 불에 직접 데우지 마십시오'라는 문구가 써 있습니다.

알바생의 깊은 빡침이 느껴집니다.
▲ 알바생의 깊은 빡침이 느껴집니다.

10. 알레르기 성분 유무

알레르기 성분 유무도 아주 중요한 정보입니다. 표시 의무가 있는 성분은 난류, 우유, 메밀, 땅콩, 대두, 잣, 밀, 고등어, 게, 새우, 돼지고기, 복숭아, 토마토, 아황산류, 호두, 닭고기, 쇠고기, 오징어, 조개류 등인데요. 성분은 없어도 같은 제조시설에서 이런 성분이 사용될 경우 섞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같이 표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알레르기는 다른 정보와 달리 사람에게 직접적인 고통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식품 안전과 직접적인 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특히, 우유의 경우 많은 한국 사람들이 유당불내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섭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것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11. 방사선조사·유전자변형식품(GMO) 유무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이나 그 원료가 방사선조사를 받았거나 유전자변형식품(GMO)이 포함되었을 경우 그 유무를 표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방사선조사는 조사(調査)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엑스레이 같은 방사선을 쬐어 살균(조사·照射)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식품을 방사선을 통해 살균하는 것은 1930년대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라돈침대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방사선이라는 말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일으키는 단어입니다.

1980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식품방사선조사 공동전문위원회(JECFI)'가 식품에 방사선을 쬘 경우 10k㏉까지의 방사선량은 영양학적, 독성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각종 소비자 단체의 요구로 방사선조사 유무는 반드시 표시하도록 되어있 습니다.

GMO는 방사선조사식품보다 좀더 뜨거운 문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시절 'GMO 완전표시제'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지난 5월 관련된 청와대 청원에 대해 "GMO 완전표시제를 시행할 경우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과 통상 마찰의 우려가 있다는 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시민모임,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 환경운동연합 같은 소비자시민단체는 'GMO 완전표시제'를 공약대로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미 GMO를 표시하도록 되어 있는데 GMO 완전표시제는 또 무엇일까요? 복잡한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1) 현재는 전분당(녹말)과 대두유, 옥수수유처럼 제조 후 GMO 유전자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는 GMO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를 표시하도록 강제해달라는 것. 2) 더 많은 제품에 Non-GMO 표시를 할 수 있도록 기준을 확대해달라는 것이 GMO 완전표시제의 내용입니다.

이것도 일견 합당한 요구입니다. GMO가 100% 안전하다고 과학계는 설명하고 있음에도 소비자들은 감정적으로 이를 기피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식품산업을 취재하면서 깨달은 것은 '먹거리에 대한 공포는 인간의 DNA에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성적인 것보다 감정적인 것입니다. 소비자의 '알권리'라는 측면에서 GMO 완전표시제는 의미가 있습니다.

/출처=GMO 논란의 암호를 풀다, 최낙언 지음
▲ /출처=GMO 논란의 암호를 풀다, 최낙언 지음

그런데 반면에 GMO 완전표시제와 관련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바로 GMO 완전표시제가 도입될 경우 친환경 유통업체들이 큰 이득을 보게 된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아이쿱생협·한살림 같은 생활협동조합, 초록마을·올가홀푸드 같은 기업에서 소유한 친환경유통회사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기업에서 하는 친환경 유통회사들은 사실 GMO 완전표시제에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생협들은 여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는 생협들이 어떻게 출발했는지를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아이쿱생협 한살림 같은 협동조합들은 농민과 소비자의 직거래, 그리고 '안전한 먹거리'라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친환경제품과 식품안전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면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아이쿱생협은 연매출이 5500억원, 한살림은 40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기업인 GS에서 운영하는 GS슈퍼마켓의 연간 매출이 1조4000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Non-GMO 표시가 확대될 경우 친환경 유통업체들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에 Non-GMO 표시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친환경 유통업체들은 지역 농민들과 손잡고 Non-GMO 농축산물들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기존 대형식품회사들은 표시하지 못합니다. 이들은 국산 작물을 쓰는 것이 아니라 국제곡물시장에서 옥수수·콩·감자 같은 곡물을 수입해서 사용하는데 곡물시장에서 유통되는 곡물들은 GMO인지 아닌지 관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100% GMO는 아니지만 반대로 100% Non-GMO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식품회사들의 제품은 Non-GMO라는 표시를 할 수 없습니다.

Non-GMO 표기가 가능한 제품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런 표시를 못한 제품들은 자연스럽게 'GMO를 사용하는 제품'처럼 비치게 됩니다. 또한 자연스럽게 Non-GMO 제품은 더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마치 지금의 유기농 제품이 더 비싼 가격을 받고 더 건강한 제품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친환경 협동조합들은 기존의 대기업 중심의 유통과 식품대량생산에 대해 반기를 들고 이를 직접 소비자의 손으로 하겠다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이는 많은 조합원 공감을 얻었고 큰 성과를 냈습니다. 하지만 협동조합들의 의도는 순수하더라도 GMO 완전표시제 운동이 그들의 금전적인 이해관계와 얽혀 있고, 식품 대기업들이 그들과 시장에서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식품산업에서 표시가 갖고 있는 효과는 엄청납니다. 방사선조사식품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소비자들의 두려움이 커지자 2009년부터 방사선을 쬔 원료를 사용한 식품들은 표시를 하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회사들은 아예 방사선을 사용한 살균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방사선조사식품이라고 표시하는 순간 어떤 소비자도 이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사선조사식품의 경우 이를 표시하도록 되어 있지만 사용하는 제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실제로 표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식약처는 2004년 방사선조사식품의 안전성을 설명하는 책자를 냈습니다. 하지만 방사선조사식품에 대한 표기가 이뤄지고 나서 방사선살균 자체가 사라져버렸습니다.
▲ 식약처는 2004년 방사선조사식품의 안전성을 설명하는 책자를 냈습니다. 하지만 방사선조사식품에 대한 표기가 이뤄지고 나서 방사선살균 자체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식품포장에 대해서 시작한 글이 산으로 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글의 목적지는 '산'입니다.

식품포장에는 많은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식약처에 따르면 식품첨가물은 안전합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방사선조사식품도 안전합니다. GMO는 안전성은 담보할 수 없지만 적어도 국내에 유통되는 것 중에는 위험한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이걸 표시해야 하는 걸까요? 이는 소비자단체들의 요구에 따라 소비자들이 자신의 신념과 취향에 따라 스스로 판단을 하도록 맡긴 것입니다. 이상한 점은 과학자들도 식약처도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식품첨가물은 유해하며, GMO에 대해서 공포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판단에 맡겼는데 왜 식품에 대한 인식은 한쪽으로 더 쏠려 있는 걸까요?

소비자의 알권리란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것에 그쳐서 충족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보가 어떤 맥락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있는지, 또 그와 관련해 어떤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는지에 대한 것도 소비자가 알아야 좀 더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일반인들 사이에서 식품에 대한 이해는 기업이나 과학계 쪽이 아니라 소비자단체나 친환경 유통회사들이 얘기하는 말에 더 치우친 것 같습니다. 이는 후자가 대중을 '선동'해서인지 아니면 인간의 본능이 원래 그런 것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쪽이 나쁘다 좋다라는 판단을 내리기 전에 적어도 소비자들은 아래 두 가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결론입니다.

1. 소위 친환경 먹거리가 반드시 안전한 먹거리인 것은 아니다. 식품첨가물은 유해할 수도 있고 무해할수도 있지만 정부는 현재 무해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이 되면 될수록 식품의 가격은 비싸진다. 어느쪽을 먹을지는 소비자의 판단이다.

2. 친환경도 하나의 산업이다. 먹거리에 대한 공포가 커질수록 득을 보는 쪽이 있다. 이는 '친환경마케팅'을 하는 기업일 수도 있고 생협 같은 단체일 수도 있다.

[이덕주 유통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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