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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잘나가는 오뚜기라면, 재무제표엔 수상한 거래?

  • 박동흠 회계사
  • 입력 : 2016.04.0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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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 오뚜기 '진짬뽕'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3] 라면 회사들의 짜장면과 짬뽕 신제품 개발 열기가 거세다. 일반 라면에 비해 가격이 비싸게 책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잘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 1위, 2위인 농심과 오뚜기의 2015년 실적 또한 전년 대비 많이 증가했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2015년 감사보고서에 첨부된 재무제표를 찾아보면 수치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농심은 2014년에 비해 매출은 약 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61%나 증가했다. 오뚜기도 매출은 약 6%, 영업이익은 15% 증가했다. 매출 증가세는 비슷한데 영업이익 증가폭은 양사 간에 큰 차이를 보인다. 농심의 영업이익은 급증했는데 반해 오뚜기의 영업이익 증가폭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오뚜기가 라면 시장점유율을 계속 높이고 있고, 가정 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고르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외의 결과를 내놓았다. 더욱이 소맥, 팜유 등 주요 원재료 값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납득이 안가는 수치다. 잘 팔리고 있는 신제품의 판매 가격은 비싸졌고 원재료는 싸졌는데 영업이익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그에 대한 해답은 바로 오뚜기 재무제표의 주석사항 중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내역에서 찾을 수 있다. 오뚜기는 특수관계자인 오뚜기라면㈜으로부터 원재료를 5037억원에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오뚜기라면㈜ 감사보고서에 첨부된 손익계산서에 표시된 매출액이 5080억원이니 무려 매출의 99%가 오뚜기에 판매된다는 의미이다. 오뚜기라면㈜의 매출액은 2014년 대비 약 8%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38%나 성장했다. 즉 오뚜기라면㈜이 원재료 하락과 신제품 판매가격 및 판매량 증가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리고 있다. 그냥 오뚜기가 라면을 다 만들어 팔면 되지 왜 굳이 비상장사인 오뚜기라면㈜이 오뚜기한테 라면을 팔고, 그것을 다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가 되었을까?

 오뚜기라면㈜의 최대주주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고, ㈜오뚜기와 함태호 오뚜기 설립자가 주요 주주로 되어 있다. 오뚜기라면㈜은 이런 호실적을 바탕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주주일가에게 배당을 했고, 기업가치가 계속 성장하고 있다. 한편 오뚜기의 최대주주는 창립자 함태호 명예회장으로 올해 87세이며 오뚜기라면㈜의 최대주주는 그의 아들 함영준 회장이다.

 이런 여러 가지 사항들을 종합해보면 오뚜기의 2세 승계를 위한 계열사 밀어주기를 의심해 볼만한 대목이다. 더 나아간다면 미래에 오뚜기와 오뚜기라면㈜의 합병을 통해 창업주의 아들이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시나리오까지도 예상해볼 수 있다.

 오뚜기는 4년 새 주가가 7배 가까이 상승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영업이익 증가폭은 23%에 불과하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너무 과도하게 앞서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계열사 밀어주기로 인해 제대로 된 실적을 못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히 판단해야 할 때이다.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
▲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


*박동흠 회계사는 삼정회계법인을 거쳐 지금은 현대회계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14년차 회계사이며 왕성하게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입니다. 최근 몇 년간은 투자블로그(blog.naver.com/donghm) 운영, 책 저술, 강의, 칼럼 기고 같은 일을 많이 하면서 개인투자자, 언론사, 은행·증권·보험사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박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박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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