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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트위터정치 종착역, 탈출구일까 파국이 될까

  • 최용성
  • 입력 : 2016.12.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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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사진=연합뉴스
▲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사진=연합뉴스
[Tech Talk-78]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트위터 정치'가 가관이다. 그는 지난 12월 2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핵무기 경쟁력을 키우겠다'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미국은 세계가 핵무기에 대한 분별력을 가질 때까지 핵 능력을 대폭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이 같은 트위터 언급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불과 몇 시간 전 모스크바에서 국방 관련 연설을 하며 "전략 핵무기 부대 전투력을 강화해야 한다. 현존 미사일 방어체계를 돌파할 수 있도록 미사일 성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핵 전투력 강화 방침을 밝히자 나온 것이다. 세계는 또 다시 두 나라가 핵무기 경쟁을 벌이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짓인지 모르겠다. 양대 핵강국의 군비경쟁이야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전략적 관점에서 내부적으로 얼마든지 논의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트위터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세상 천지에 떠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게다가 트럼프는 이제 일개 정치인, 재벌 기업가가 아니다. 그는 곧 미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할 사람이다. 미국 정부의 구상과 정책은 전세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 그 스스로 이런 무게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수억 명의 어린 생명들이 희망을 가질 수도 있고, 이름 모를 작은 나라에서는 정권이 뒤바뀔 수도 있다. 이 지구에 미국이란 나라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뭔가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스마트폰을 들고 아무렇게나 지저귄다.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는 이미 진작부터 논란이 돼 왔다. 그는 대통령 선거 유세 시절 트위터를 적절히 이용하면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위기에 몰릴 때 지지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140자 짧은 글은 그에게 커다란 힘이 됐다. 초기 SNS 시대를 열었지만 이후 페이스북에 밀려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트위터를 살리고 있는 게 트럼프라는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트럼프 자신도 트위터 과다 사용을 인식한 듯 "트위터 사용을 자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 버릇 개 못준다고, 그는 이후에도 트위터 정치를 어어갔다. 결국 트럼프의 트위터는 국제적 문제로 불거졌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최근 급격히 험악해지고 있는 '미·중 갈등'이다. 중국이 미 해군 수중 드론을 탈취한 것을 놓고 트럼프가 "중국이 훔친 드론을 갖게 내버려 두라"고 트위터에 언급한 이후 두 나라 사이는 감정적으로 대립했다. 이 사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중국이) 지도자 성격 때문에 대립하고 있다"며 "트럼프 외교 고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의 트위터를 살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영자 신문 차이나데일리도 "트럼프 트위터는 우습다기보다 매우 위험하다"고 염려했다.

 페이스북이 게시판이라면, 트위터는 광장에서 스피커를 들고 혼자 떠드는 것이다.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페이스북과 달리 트위터는 불특정 다수를 향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특징이 있다. 대중과 직접 소통 방식이라고 추켜세우는 이도 있지만, 트위터는 순전히 트럼프의 일방적 커뮤니케이션 도구에 불과하다. 안그래도 트럼프는 막말로 유명한데, 트위터라는 도구를 사용해 전달되는 그 메시지가 얼마나 위험한 지 트럼프 자신이 잘 알아야 한다. 그의 트위터 메시지에는 정무적, 정책적 고려가 전혀 없다. 보좌진과 단 한마디 상의 없이 1~2분 만에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퍼트리는 것이다.

 그의 트위터 팔로어는 17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SNS의 연결적 특성을 생각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 후에는 달라질 것이란 예측이 나아고 있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가 취임 후에도 SNS를 통한 정치를 계속할 것이고 전망했다. 가장 큰 위기는 위기를 남발하다 위기에 둔감해지는 것이다. 대중들이 트럼프의 선동에 지쳤을 때 큰 위기가 오면 이는 전지구적 낭패다. 제발 트럼프가 양치기 소년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최용성 모바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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