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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대선후보 TV검증, 봉숭아학당인가

  • 김세형
  • 입력 : 2017.02.2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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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MBC와 SBS가 대선 후보 검증을 한 바퀴씩 돌았다(KBS는 문재인 후보가 출연 안 함). 당신은 TV 검증에서 문재인, 안희정, 안철수, 이재명 등의 인물을 보고 "저 사람이면 훌륭한 대통령감"이라고 판단했는가. 아마 TV 검증 자체를 안 본 사람이 대부분일 것 같다.

 왜냐? TV 검증이 볼 만하단 입소문이 난 적도 없고, 어쩌다 보다가도 더 못 봐주겠다며 채널을 돌려버린 시청자가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통령이 탄핵돼 뒷방에 유폐돼 있는 동안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미국으로 날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골프장으로 함께 이동해 이틀 정도는 두 사람이 식사와 일정을 같이하면서, 하필 그때 북한 김정은이 미사일을 쏘자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두 정상의 특별회견을 본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한국의 차기 주자 가운데 아베처럼 유창한 영어로 귓속 대화를 나누고 함께 골프를 치며 한국에 국익을 가져올 대타가 있는가? 영어를 잘하고 국가 운영의 비전과 우선순위에 밝고 그리고 골프도 할 수 있는 사람.

 박근혜 대통령은 검증 시 최순실이나 문고리 3인방 같은 게 드러나지 않았고 역대 대통령 가운데 측근에게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덜컥 당선이 돼버려서 어쩔 줄 모르겠다"고 술회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다. 미국 역사에서 피그만 사태의 핵 위기를 겪은 이유는 케네디 대통령이 43세에 당선됐기 때문에 당시 CIA, FBI 같은 조직에서도 애송이에게 뭘 가르쳐주란 말이냐며 업무 인수인계를 잘 안 한 탓이다. 구렁이 담 넘는 검증에다 소통 부족. 한국 대통령의 불행은 출발하기 전 잉태됐다. 이번만은 대선 주자의 뇌를 아예 스캔하다시피 해야 실패를 벗을 수 있으리라. 검증하는 매스컴도 전략을 잘 짜고 국민들도 잘못 검증하는 광경을 보면 따끔히 혼내야 한다.

 현재 지지율 1위는 문재인 후보다. 그는 TV 검증 방송에 나와"나는 (대선) 재수생입니다. 준비가 잘 됐습니다. 아무런 비리도 없습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공중파 TV 회견 때 그렇게 말했다. 안희정·안철수 후보도 그렇고….

 MBC에서는 교수 2명과 방송국 측 사회자가 나와서 공약 사항이랄지 평소 제시한 문제를 다시 묻는 식으로 검증했다. 가령 문재인 후보가 청년일자리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 부문 81만명을 채용하겠다는데 그게 타당성이 있느냐는 검증을 받는 광경을 보자. 이걸 물으면 OECD 평균 공공 부문 고용 비중이 21%인데 한국은 7% 수준이고 이를 OECD 절반인 10% 수준으로 가기 위해 현행보다 3% 늘리면 그게 81만명이다. 기업이 고용을 못하면 정부 부문이 나서야 한다. 그게 문 후보의 답변이다. 예산이 5년간 20조원 소요돼 MB정권 4대강 22조원 보다 적게 든다고 한다. 그러고 넘어간다.

 이게 검증인가? 81만명에게 연간 2500만원을 준다면 20조원이 든다. 공공 부문 평균 재직 연수는 32년이다. 그러면 640조원이 소요될 것이다. 퇴직연금, 연봉 인상분을 합치면 훨씬 많다. 설사 모두 공무원이 아니라도 공공 분야 어디엔가 취직시키면 결국 국민 부담 총액은 마찬가지다. OECD의 고용률이 공공 부문 21%인 것은 조사해봤나. 한국에선 민간영역인 의료서비스 인력이 프랑스는 공공 분야다. 따라서 총예산에서 공공 인력 지출 금액만을 따져놓고 봐야 하는데 그 경우 한국과 OECD 평균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또 후보가 자신의 임기 5년 동안 저질러 놓은 일을 나 몰라라 하고 나가면 안 된다. 유산(legacy)을 계산해야 한다. 그런 것을 검증해야 하는데 실력 없는 교수 2명이 송곳 같은 후속 질문이 없다. 문재인·안희정 후보의 경우 과거 청와대비서실장이나 도지사 시절 한 일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질문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경제에 대해서는 경제전문가, 안보는 안보전문가, 개헌 여부에 대해서는 헌법학자들이 나와서 묻고 들어가고 '전문가 평가단'을 배치해 몇 점을 받았는지 공개하고 후보별로 비교해야 한다.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은 무슨 '놀이'를 했는지 한번 검색해보라. 코미디나 봉숭아학당을 보는 느낌일 것이다.

 어떤 여성 패널은 후보가 대통령으로 보이는지 질문이라기보단 기가 죽어 아부만 늘어놓기 바쁘다. 그러라고 국가가 공중파 TV에 전파를 독점적으로 부여했는지 창피하다. 더도 말고 박진영, 양현석, 유희열이 심사위원을 맡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검증만큼이라도 해보라.

 국가에 중요한 문제는 꼭 물어야 한다. 개헌, 사드, 경제성장률을 올리는 방식, 일자리 창출, 남북한-대중관계, 한미동맹 준수 여부, 이런 한국의 안위와 직결되는 문제는 아무리 꼬치꼬치 물어도 지나침이 없다.

 대선 후보들은 촛불민심, 정의를 실현하려면 분노가 필요하다고 곧잘 말한다. 촛불이 왜 민심인지, 촛불행사에서 외치는 슬로건을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지 물어야 한다. 태극기도 마찬가지이고. 또 국정운영에 정의와 공평한 기회중 어느 것이 중요한지, 분노가 정의 실현과 어떤 연결을 갖는지, 분노는 복수의 감정인지 혹은 이성적인 산물인지도 캐야 옳다.

 괜히 필요도 없이 자신이 보수, 진보 어느 쪽이냐, 박정희 산업화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그런 질문이 무슨 소용인가.

 그리고 여러 후보를 동시에 나오게 해 우열을 가려야 한다. 트럼프도 그렇게 했지 않는가. 또한 술잔 주고받듯 밥상 같은 거리가 아니라 후보만 단상 쪽에 세우고 전문 검증자들은 '공포의 거리' 가령 10m쯤 간격을 두고 인정사정 보지 말고 질문 공세를 파고들며 후속 질문까지 해야 한다. 지지율이 앞서는 후보가 공개토론을 회피하는 것을 막는 장치도 필요하다. 역대 한국의 유력 후보들은 곧잘 토론을 회피해 대통령감인지 모른 채 찍게 하곤 나중에 큰 사고를 치면 유권자들은 표를 찍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고 한탄하곤 했다.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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