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스페셜리포트

[김세형 칼럼]사드보복 중국의 5가지 속셈

  • 김세형
  • 입력 : 2017.03.17 15: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김세형 칼럼] 중국 당국은 정부가 사드 보복을 한 것은 없다고 한다. 백주에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그렇게 말하면서 한국행 단체관광을 뚝 끊은 게 3월 15일이다. 한중 정부 간은 절벽이지만 수십 년간 교류해온 연구소 박사들은 뭍밑 대화를 한다. 송영길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빈손으로 갔다 왔지만 일단의 연구소 학자들은 중국의 속셈을 탐지하고 돌아왔다.

 베이징으로 날아가 사회과학원, 외교학원, 국제우호연락회, 국제관계연구원 등을 방문했다. 한국으로 치면 국정원, 외교부, 국방부 등의 산하기관들이니 중국 정부의 핵심 브레인이다. 그들과 심장 속의 이야기를 나누며 중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의 정체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 정체는 4가지 논리였다.

 첫째, 중국은 미국을 두려워하며 일본도 두들겨 패기엔 너무 센 놈이다.

 반면 한국은 아무리 때려도 반격할 무기가 없다. 한국 한 놈만 두들겨 패서 동남아를 비롯해 전 세계 어떤 국가도 중국에 섣불리 덤벼들었다가는 혼난다는 시범 케이스를 만들려 한다. 그러므로 사드 보복은 절대 중간에 멈추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희토류 수출 금지를 3개월 동안 했다가 중국은 손해를 봤다는 결론을 얻었다. 일본은 정치, 경제, 외교력이 막강해서 잘못 건드렸다간 큰코다친다는 것이다. (일본의 중국과 교역 비율이 20%였는데 한 달에 1%씩 낮춰 17%까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국이 항복했다는 해석도 있다. 한국은 중국+홍콩에 대한 교역의존도가 25+6=31%다 )

 둘째, 한국의 대통령선거 국면에선 일단 톤다운하기로 했다. 대선기간에 세게 밀면 한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자칫 사드 철회에 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 공식 매체인 인민일보 환구시보 외에는 한국의 대선, 롯데, 박근혜 문제 등에 대해 당분간 함구하라는 지시가 내렸다.

 셋째, 문재인이 집권할 경우 사드 철회를 기정사실로 믿는다. 중국 엘리트들은 그 확률을 90% 이상으로 보며, 정권 교체 시 어디로 가든 사드 철회 확률이 50%가 훨씬 넘는 것으로 낙관하는 사실에 한국 학자들은 놀랐다. 이런 믿음에는 문재인의 발언이나 송영길 등 민주당 의원들의 방중외교가 심어준 그릇된 인식이 자리한다는 것이다.

 넷째, 중요한 것은 사드 보복은 단기에 안 끝나고 1년 이상 간다는 입장 확인이다. 반드시 끝을 보자는 심산이다.

 다섯째, 미국에 대한 불신이다. 중국은 사드는 결국 북한핵에서 비롯됐으므로 미국·북한 간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미국 입장에선 북핵 저지의 반대급부를 줄 게 없다. 이것이 결국 미·중 간 사드 타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이 무슨 희망의 타협점을 내줄지 모르겠다.

 사드는 북한핵을 방어하는 수단일 뿐 중국에 하등 공격능력을 갖추는 게 아니고 사정거리도 500㎞밖에 안되는데도 중국이 막무가내로 반대하고 한국이나 미국의 설명조차 거부하는데 무슨 속사정이 있는가? 무슨 곡절이 틀림없이 있을 것 같은데 중국 측은 설명해 주지 않는다.

 이번 학자들 방문단이 조사한 게 아니라 다른 루트로 입수한 비화가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몽, 청나라 아편전쟁 이후 세계에서 잃어버린 지도적 위치를 150년 만에 되찾자는 웅대한 꿈을 갖고 등장한 지도자다.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 아시아 태평양국가들도 미국의 품안에 있는 기존 질서를 깨고 중국 중심의 구심력을 키우고자 지극히 공을 들였다. 일대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이 그런 작업의 일환이다. 시진핑의 구상은 초기에 큰 성공을 거뒀다. 그 성공모델이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이라고 시진핑은 당 핵심에 자랑했다 한다. 제1회 전승절에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박근혜는 톈안먼광장 성루에 올랐다. 시진핑은 박근혜와 8번이나 만났고 정상회담도 두 번을 했다. 2015년 방중 시 박근혜는 시진핑에게 "내 임기 중엔 사드 배치는 안 한다"고 약속해 줬으며 이에 기분이 좋아진 시진핑은 "한반도 통일은 한국 주도로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박근혜에게 선물을 줬다는 것. 이 말에 기분이 붕 뜬 박근혜는 귀국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이 극비를 그만 털어놓고 말았다고 한다. 이게 한국에 알려지자 중국은 발칵 뒤집혔다고 한다. 그리고 톈안먼에 공을 들인 지 얼마 후 북한 김정은은 2016년 1월 6일 4차 핵실험을 했고 얼마 후 5차 핵실험을 연거푸 했다. 사정을 항의하려 시진핑에게 전화했으나 1개월 이상 전화를 안 받았다. 박근혜의 선택은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 결정(2016년 7월 8일)이었다. 당시 중국 측 인사들이 묻는 질문은 하나의 공식이었다. "(시진핑이) 전화를 안 받은 게 (박근혜가) 그렇게 서운했느냐."

 올해 중국은 새로운 지도부를 꾸리는 19차 당대회를 하반기에 연다. 시진핑이 초기에 성공모델로 자랑했던 한국은 내 편이라는 신화가 깨지고, 자신의 실패를 만회하고 중국 내 결속을 다지기 위해 사드 보복은 보복을 위한 보복, 한국이 국내 사정이 어려워지면 괜히 일본을 물고 늘어지는 상투수법처럼 그렇게 변해버렸다는 해석을 하는 중국 전문가도 볼 수 있다.

 어느 모로 보나 중국의 사드 보복은 출구가 없다. 오는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주면 좋겠으나 외세에 의한 근본 해결은 난망이다.

 결국 해결은 우리가 감당할 몫이며 일본·중국 충돌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중국이 만만한 한 놈(한국)만 팬다는 역사적 시범 케이스에서 일본처럼 승리해야 한다. 그러려면 한국의 국론이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게 하나로 뭉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다행히 자칭린 상무위원 등 중국 내에서도 "한국을 때리는 건 위험하다"는 자성론이 나온다. 러시아가 국경에 5000㎞를 들여다보는 레이더를 설치하는 것은 모른 체하고 미국 첨단위성이 모든 걸 훤히 감시하는데 한국의 사드만 걸고 넘어지는 것은 엉터리라는 목소리도 커진다. 중국은 과거 미국의 러시아·이란 등에 대한 경제제재를 주권침해라고 비판한 적이 있으면서 지금은 한국에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 이에 한국은 외교력으로 단호히 대응하며 자중지란이 있어선 안된다.

 문재인 등이 딴소리를 할수록 매는 커지고 더 만만하게 한국을 뒤흔들고 때릴 것이다. 두 번째로 중국에 대한 교역의존도를 30% 넘게 가지고 가는 것은 길게 보아 자살행위임을 이 기회에 깨달아야 한다. 한국 정도의 덩치를 가진 나라 가운데 그런 국가가 어디에 있나. 이번에 멕시코가 미국 의존도가 너무 높아 무참하게 깨지는 것을 보지 않는가. 유커가 안 온다고 징징대지 말고 관광·교역시장 등을 동남아, 서남아로 더 확대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중국은 한국 학자들에게 미국의 전략을 귀동냥하느라 숨이 넘어간다고 한다. 사드를 성주에 설치하면 중국이 포격으로 날려버리겠다는 호언에 미국과 전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으면 그렇게 하라고 하면 조용해지더라는 것. 북한(핵) 선제타격을 진짜로 하는지 무척 관심을 갖고 묻기도 하더란다. 사드 문제만 나오면 시끄러운데 미·중 충돌만 나오면 벌벌 기는 모습은 꼭 '아큐정전' 그대로다.

 그렇게 본다면 사드는 궁극적으로 미국이 미군 보호를 위해 들여오는 것인 만큼 중국에 미국과 해결하라고 미뤘어야 한다. 전술에는 자고로 머리가 필요하다.

[김세형 고문]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