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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맞물린 온실가스감축 표류하는 우리정부의 정책

  • 이승윤
  • 입력 : 2017.04.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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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제정책 뒤집어보기-104] "한국은 한때 녹색성장을 강조했지만 패러다임이 '창조경제'로 바뀌면서 정책우선순위에서 멀어졌고 이대로는 파리협정에서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월 16일 발표한 '제3차 한국 환경성과평가 보고서(The 3rd OECD Environmental Performance Review 2016)'를 통해 완곡하지만 강한 어조로 한국의 환경정책 강화를 주문했다.

 2015년 12월 12일 전 지구적으로 195개 당사국이 참여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유엔 파리협정이 채택됐지만 한국의 현재 기조가 유지되면 2020년까지 줄이겠다고 한 2030년 배출량 전망치(BAU·Business-as-usual) 대비 37%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이다.

 지구온난화를 줄이기 위해 전 지구적으로 협력하자는 것이지만 온실가스 문제는 국가 대 국가로서도 국내 정부와 정부 간, 기업 간에도 이견이 많다. 환경부처는 온실가스를 더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규제의 대상이 되는 철강, 석유 등 분야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화력발전 규제 해소 등 사례를 보며 '한국도 감축량 의무를 덜 부과해줬으면'하는 내심의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가 배출권 관리가 나선 배경이다.

 다음 정권에서 어떤 방향성을 가지느냐에 따라 기업 등 경제주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4월 5일 발표된 정부의 '배출권 거래시장 안정화 방안'을 앞두고 기자실에서 오고간 질의응답을 통해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자.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 위해 산업별로 배출량을 할당하고 할당된 양을 초과할 경우 과징금(부족한 배출권 수량× 배출권 시장 가격의 3배)을 부과해 기업들이 거래를 하도록 형성된 시장이다. 기업이 보유한 배출권이 배출량보다 적을 경우 시장에서 매입하거나 자신의 다음 연도 할당배출권을 앞당겨 사용(차입)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탄소배출권이 남는 기업들이 시장에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수요공급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일종의 마감효과, '너무 많은 양을 들고만 있는 기업은 기준치 이상 물량에 대해 페널티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장 기자들 사이에서는 '시장이라고 해놓고 왜 정부가 개입하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 시장인데 2017년 들어 t당 배출권 가격이 2만원 수준으로 올랐다고 해서 이걸 반드시 높은 가격수준이라고 보고 개입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정부 담당자는 질문 취지에 공감한다며 공급이 아예 없는 상황에 대한 보조적 장치인 것이지 결코 가격수준을 목표함수로 한 것은 아니라고 답변했다. 2만원이 너무 비싸니 정부가 더 온정적으로 해달라는 요구에 대한 응답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기업에서 우는 소리를 하는 '산업별 할당량'이 조정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이는 국무조정실 녹색성장위원회에서 담당하고 2차 계획연도(2018∼2020년) 계획에서 조정 여부가 반영될 것이어서 마땅한 답변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2차 연도 산업별 할당량은 법적으로 오는 6월까지 확정돼야 한다. 정부는 정치 일정과는 상관없이 진행하는 업무라고 밝혔지만 대선 이후 2개월간의 흐름에 따라 최종 할당치에 영향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배출권 거래시장 활성화 방안은 일단은 기자들로부터 '너무 기업에 온정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환경 관련 공약들이 별로 없어 방향성이 불투명한 대선 후보들 중 당선인이 오는 5월 집권 후 산업별 환경규제와 관련해서 어떤 강도를 가져갈지, 국제사회 논의에 발맞춰 규제를 강화할지, 트럼프 대통령에 발맞춰 규제를 완화할지 두고봐야할 일이다.

 참고로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중국의 스모그 문제 악화로도 연결된다는 분석보고서가 제시돼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문제가 연결돼 개인의 삶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를 잡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문제도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달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 위페이 쩌우(Yufei Zou) 등 4명의 연구진이 발표한 '북극 빙하와 겨울철 중국 미세먼지(Arctic sea ice, Eurasia snow, and extreme winter haze in China)'라는 보고서는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저널에 실렸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스모그-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는 지난 4년간의 중국 대기오염물질 감축 노력에도 지구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계속 줄어든다면 중국의 대기정체, 미세먼지 문제가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이 같은 문제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구온난화,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함께 다뤄야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분석이지만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근심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지난 2월 초에는 중국기상국 국가기후센터 연구원과 중국기상과학연구원 부연구원 등이 기후변화로 인해 대기정체와 스모그가 심해졌다는 분석을 제시해 미세먼지 문제 해결실패의 원인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승윤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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