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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고용하는 中企에게 1인당 1천만원 준다고?

  • 나현준
  • 입력 : 2017.04.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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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매경DB
▲ /사진=매경DB
[경제정책 뒤집어보기-105] "기업에 100명분 고용보조금을 지급했을 경우 이 가운데 70~90명은 보조금이 없어도 기업이 고용했을 것이다. 추가로 고용이 창출되는 인원은 10~30명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예산이 낭비되는 셈이다."

고용 분야 전문가인 존 마틴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노동사회국장(현 더블린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의 말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이른바 '사중손실(dead-weight loss)'이라 부른다. 기업을 유지·확장하기 위해 마땅히 고용했을 인원까지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재정집행 과정에서 '손실'이 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내 정치권에선 때아닌 '채용보조금' 열풍이 불고 있다.

청년 3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자'(현대경제연구원)인 상황에서 보조금을 기업에 안기며 '단기 일자리'라도 만들려는 포퓰리즘이 정치권에 만연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중소기업 청년고용증대세제 세액공제 혜택을 1인당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두 배 확대했다. 청년고용증대세제란 중소기업이 청년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과세당국이 법인세 등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비록 2년간 고용 유지 의무 조건이 있지만 세제 혜택을 받는 첫 한 해를 기준으로 보면 월 평균 83만원가량을 보조해주는 셈이다. 중소기업 1년차 연봉이 2000만원대 초·중반인 것을 감안하면 고용 첫해에 연봉의 절반가량을 정부가 사실상 대주는 것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에 채용보조금을 주던 청년인턴제는 2015년 기준 참여 기업의 평균 임금의 경우 중소기업이 월 148만원 수준이고 이들의 1년간 고용 유지 비율은 절반을 채 넘지 못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학계에선 이미 청년고용증대세제가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좀비기업이 연명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며 "급격하게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청년고용과 관련해 취업성공패키지, 청년인턴제 등을 운영하면서 올해 정책 방향을 '사업자 지원'에서 '근로자 지원'으로 옮겼다. 기업에 지원하는 인건비가 고용 창출보다는 기업비용 절감 효과에 그쳐 영세한 기업이 대거 참여하는 바람에 청년층의 고용 불안이 더욱 심해진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용부가 '근로자 직접지원'에 나선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청년내일채움공제다. 올해부터 국가와 사업주, 청년 근로자가 함께 모아 2년간 약 12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해 청년 근로자에게 주는 것이다. 청년은 이 과정에서 300만원(매월 12.5만원)만 내면 되고 정부와 기업이 각각 600만원 300만원을 지급해준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청년내일공제에 가입한 근로자는 1만3838명에 달한다. 이 중 3분의 2가 30인 이하 영세 사업장에 다니며 연령대는 19~29세가 대다수(80%)다.

이 같은 정책방향을 고려할 때 국회가 '채용보조금'(사업자 지원) 세제혜택을 두 배 늘린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조선업 구조조정이 한창인 거제 통영 등을 방문해보니 상당수 2·3차 사업장이 4대 보험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단기계약직으로 청년을 활용해 놀랐다"면서 "영세사업장이 이 같은 인식인데 채용보조금을 더욱 늘리는 것이 과연 적절한 조치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7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 제조업'의 경우 1~299인 사업체(중소·중견기업)는 2016년 이후 종사자(고용보험 피보험자)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는데 특이한 것은 30대 이하 종사자 역시 지난 1년 간(2016년 3월~2017년 3월) 2만3000명 감소해 전체 감소분(3만8000명)의 60.9%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2·3차 협력업체에 취업한 조선업 종사 청년들이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구조조정 바람에 제일 먼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 조건이 좋은 일부 강소기업이 청년고용을 늘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할 수 있으나 문제는 이 같은 강소기업이 전체 중소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것"이라며 "먼저 산업경쟁력을 강화해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그 뒤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순서"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 역시 청년실업 대책을 내놓으며 취업 성과를 과도하게 포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앞서 3월 22일 정부는 지난해 약 9만2891개의 일자리 '기회'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신규 채용 4만명에 청년인턴(2만8000명), 일학습병행제(2만4000명) 등을 합친 수치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 취업자는 398만5000명으로 한 해 전에 비해 4만7000여 명 늘었을 뿐이다.

차이가 나는 이유는 우선 청년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이다. 통계청 기준 청년은 15~29세인 데 반해 고용부의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는 15~34세로 범위가 넓다. 그만큼 과다 계산되는 것이다. 아울러 청년인턴, 일학습병행제 등에서 실적으로 잡힌 것 가운데 상당수는 실제 '취업'하고 연결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당국은 엄밀히 말하면 취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일자리 기회 창출'이란 표현을 썼다고 해명했지만 지난 4년간 통계청 기준 청년 실업자가 약 12만명 늘어난 상황에서 당국이 제시한 수치(지난해 9만개)가 '과한 실적 부풀리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나현준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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