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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굴기, 중국 축구의 경제학

  • 임영신
  • 입력 : 2017.04.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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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외 명문 축구단 사냥, 지난해 2조2700억원 쏟아부어

-해외 스타급 선수·감독 등 영입에 1조원 등 축구에만 '3조원' 돈잔치

-시진핑의 꿈, 월드컵 출전·개최·우승…축구는 중국의 '국책산업'

-축구를 중심으로 2025년까지 스포츠 시장 5조위안(820조원)으로 키울 계획

-중국 전역에 축구교실 6만개, 농민공들 축구 선수 '차이나드림', '개천에서 용' 탈출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2] '월드컵 대회 출전, 개최 그리고 우승.' 축구광으로 잘 알려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꿈이다. 그래서일까. 중국이 축구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워낙 뜨거워서 '축구 버블'에 대한 우려 목소리까지 나온다.

중국은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워 해외 명문 축구 구단을 속속 사들이고 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명문구단 AC밀란이 최근 중국계 투자기구 '로소네리 스포츠 인베스트먼트 룩스'에 최종 매각됐다. AC밀란은 2012년 시즌부터 우승 경력 없이 부진에 빠지면서 매물로 나왔다. 하지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1986년 인수한 이래 28차례 이탈리아 리그와 유럽 리그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이탈리아 최고 축구 클럽'이다. 약 8900억원에 팔리면서 이번에는 중국인 구단주를 맞게 됐다. AC밀란의 라이벌인 인터밀란도 작년 중국 가전 유통업체 쑤닝이 사들였다.

스페인 명문 구단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그라나다의 대주주는 중국 재벌 완다그룹이다. 영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인 맨체스터시티(4억달러·지분 13%), 울버햄프턴(4500만파운드), 애스턴빌라(7650만파운드), 리버풀(8억파운드) 등도 중국에 팔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들이 지난해 해외 축구 클럽에 쏟아부은 돈만 20억달러(약 2조2700억원)에 달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 투자자들이 해외 축구단 투자에 혈안이지만 중국 당국이 위안화 약세에 따른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해외 투자 규제를 대폭 강화한 탓에 몇몇 딜이 좌초됐다"고 전했다.

'차이나머니'는 해외 국가대표 선수들, 유망주, 감독까지 싹쓸이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인 카를로스 테베스가 4000만유로(약 495억원)의 고액 연봉을 받는 조건으로 중국 프로축구팀인 상하이 선화에서 뛰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중국 축구팀들이 해외 스타급 선수와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1000억엔(약 1조원) 이상을 썼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이처럼 축구 돈잔치를 벌이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정부가 축구를 '국책산업'으로 삼고 경제성장 기폭제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축구를 중심으로 한 스포츠산업 시장 규모를 5조위안(약 820조원)으로 키울 계획이다. 축구는 팀별로 티셔츠, 모자, 수건 등 관련 상품도 많은 만큼 축구를 지렛대로 삼아 내수를 활성화시킨다는 게 중국 정부 생각이다. 이미 중국 축구팬은 1억명 이상에 달하며, 중국 축구 경기 관람석은 매번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중국에서는 국내 기업이 새로운 구단을 설립하는 등 축구에 투자하면 정부나 지차제로부터 모종의 혜택을 받는다"며 "정부에 줄을 대고 싶은 기업인들이 경쟁하듯 축구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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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의 축구에 대한 관심은 지난달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에서도 읽힌다. 중국은 이 자리에서 2025년까지 전국에 '축구학교' 5만개를 추가 건설하는 내용의 '축구교육 개혁안'을 내놨다. 이미 중국엔 1만3000개의 축구학교가 있다. 중국 정부는 축구를 초·중·고교 체육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이 같은 중국의 축구 개혁을 주도하는 관료직급은 '부총리'다. 이처럼 축구가 '국가 주도형'으로 추진되다 보니 도시와 농촌 간 경제 양극화가 심각한 중국에서는 축구가 '개천에서 용'이 되는 탈출구로 인식되고 있다.

일각에선 축구 투자가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버블'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은 한 해외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축구 클럽을 보유하는 것은 세간의 주목을 끌 수는 있지만 돈을 벌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중국 축구협회도 특단의 대책을 내왔다. 올 시즌부터 경기당 출전 가능한 외국인 선수를 5명에서 3명으로 줄이고, 23세 이하 중국인 선수를 1명 이상 출전시키는 등 새로운 축구 룰을 도입한 것. 스포츠를 총괄하는 중국 국가체육총국도 해외 선수들의 연봉 상한선을 두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무리한 해외 투자를 막고 자국 선수를 최대한 키워보겠다는 복안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축구 실력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지난달 기준 중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86위이며 아시아 랭킹은 '9위'다. 비록 현재 순위는 턱없이 낮지만 스포츠란 국가와 국민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지에 따라 '실력'이 확 달라지는 법이다. 마침 48개국이 출전하는 2026년 월드컵에 아시아 출전권이 8장으로 확대된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국가 주도형으로 실력 향상에 매진하는 중국 축구 실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임영신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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